마이크로소프트(MS)가 기업 시장에 안주했던 모습을 벗고 일반 소비자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상황이 뜻대로만은 굴러가지 않는 것 같다. 체질 개선에 따른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다.
핵심은 제품과 기술에 대한 기대나 성향이 전혀 다른 기업과 소비자 시장을 모두 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인데, 현재로선 결과는 예측 불허다.
지난 5일 한국MS 개발자플랫폼사업부(DPE) 플랫폼전략자문 김재우 부장은 윈도8 이후 운영체제(OS)를 만들고 내놓는 속도는 예전보다 엄청 빨라졌다며 이것은 안정성과 보안에 치중해야 하는 기업 시장에 맞추던 방식을 탈피해 유행과 가벼움, 즉시성이 강조되는 일반 소비자 성향에 맞춰 움직인 것이라 말했다.
일례로 윈도8.1은 윈도8이 출시된지 1년만에 나왔다. 일반 사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 개선과 버전 숫자 정도다. 대단한게 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엔지니어 입장에선 더 많은 기능을 품은 커널의 경량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변경 요소들이 의미를 갖는다는게 김 부장 평가다.
MS는 기업 요구와 소비자 시장 변화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윈도OS 출시 주기에 대한 균형점을 찾으려 하는 듯 하다. 회사 입장에선 업계 평판을 걸고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정적인 기업 시장에서 윈도 기술의 급진적 변화는 환영받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김 부장은 윈도8 릴리즈 기간(서드파티에게 제공되는 주기)도 이전보다 엄청나게 단축됐는데, 실제로 지금 MS에게 필요한 것은 민첩한 속도라며 대규모 투자와 안정을 중시하는 엔터프라이즈 분야와 정반대 성향의 컨슈머(개인 사용자) 생태계의 요구가 충돌한다는 점에선 문제도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MS가 직면한 부담은 개발자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애플이 iOS로,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을 장악했다. 그걸 기반으로 태블릿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MS도 기업 사용자에게 중심의 PC 플랫폼 전략을 넘어 최근 태블릿 시장 공세에 적극 나섰다. MS는 애플, 구글과 출발 지점이 다른 셈이다.
소비자 시장에 초점을 두면 MS에게 태블릿 시장 지분 확대는 전략적 가치가 높다. MS가 앱 개발자들에게 '태블릿퍼스트'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과의 연계는 윈도8.1 태블릿을 통한 생태계를 정착시킨 다음 시도하면 된다. 앱개발자들이 윈도폰을 외면하더라도 윈도8.1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MS는 기업 시장 영역에서도 MS 앱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MS의 김재우 부장은 최근 한국MS 사무실에서 '2014년 디바이스 플러스 서비스(D+S)'를 주제로 각 산업계에서 주목될 센서와 통신기능 융합 흐름, 그리고 이를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개발자 생태계 비전을 제시했다.
SK플래닛에서 만든 T맵이나 또다른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가 디바이스와 서비스의 상호 결합을 추구한 모범 사례로 꼽혔다. T맵이나 김기사는 혼자 돌아가는 게 아니라 GPS 좌표같은 상황 정보를 클라우드로 건넨 뒤 인공지능으로 계산된 최적의 결과를 돌려받아 의미있는 형태로 되돌려 준다. 이게 순식간에 벌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앞으로 IT환경은 클라우드같은 분산 컴퓨팅 기반 서비스와 거기에 연결돼 지능을 갖춘 장치들의 정보를 활용하거나 그걸 요구하는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의 기대를 맞춰줄 수 있는 앱은 고도의 인프라와 센서를 활용한 전문 개발 역량을 통해 만들어진다. 현존 앱 장터의 평균 수준을 훨씬 넘어설 수밖에 없다.
김 부장은 전세계 앱개발자 가운데 89%는 경력 2년 미만이고 그 40%는 29세 이하 연령대라며 장터에 등록된 대부분의 앱이 사용자제작콘텐츠(UGC·UCC)인 상황에서 양적인 결과만 보고 프로페셔널 개발자 인구나 그 생태계의 건전성 지표로 삼을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MS는 생산성을 높여줄 정보처리와 커뮤니케이션 SW에 초점을 맞춰 왔다. 스스로는 윈도8 이후 소비자 시장에도 맞추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개발자들에게 컨슈머 시장을 겨냥한 앱을 만들라고 유도할 수는 없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컨슈머 시장보다 더 거대한 산업용 플랫폼에 눈을 띄우려는 게 핵심인 듯 하다.
실제로 김 부장은 윈도가 PC와 태블릿에만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전략적으로 실패라며 윈도8 제품 라인업은 X박스, 태블릿, PC뿐아니라 자동차, POS기기 등 산업용 또는 임베디드 시장까지 아우르는 공통OS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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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 앱 개발자들이 기본적으로 모바일 사용자를 고려하는 것과 판이한 접근이다. MS가 옳은 방향을 잡았다 하더라도, 향후 생태계 측면에서 어려움은 남는다.
자칫하면 소비자를 겨냥한 플랫폼 투자에 진지하지 못한 듯 비칠 수도 있다. 임베디드나 산업계에서 안드로이드나 리눅스의 침투도 거세다. 최신 플랫폼을 생각대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 또 개발자들이 그 '기회'를 받아들일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