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구조조정 ‘칼바람’, 규제 탓?

"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다는 전망 많아"

일반입력 :2013/12/06 14:14    수정: 2013/12/06 14:51

게임업계에 또 다시 칼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게임사에 이어 중견게임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실적을 개선하고, 우리 정부의 산업 규제로 인한 성장성 둔화를 대비한 사전 포석이란 분석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 게임사에 이어 중견 게임사가 구조조정에 합류했다. 대형 게임사의 구조조정이 일단락 됐다면, 이젠 중견게임사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최근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은 엠게임과 드래곤플라이다. 두 회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게임사지만, 시장에 내놓은 신작이 연이어 기대 이하의 성과를 얻으면서 답보상태에 빠졌다.

엠게임(대표 권이형)은 3분기 실적 집계 결과 매출 84억3천만 원, 영업손실 13억7천만 원, 당기순손실 26억9천만 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8.5% 상승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 분기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드래곤플라이는 같은 기간 누적 합산 매출액 178억 원, 영업이익 12억 원, 당기순손실 40억 원을 기록했다. 누적 합산을 했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3분기 실적만으로만 계산하면 영업손실 4억6천5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래서일까. 두 회사는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특히 드래곤플라이는 희망퇴직이 아닌 통보 방식의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다. 일부 성과를 낸 직원들도 이번 구조조정의 사정권에는 벗어나지 못한 만큼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구조조정 규모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 시장은 20~40%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엠게임과 드래곤플라이의 임직원 수는 각각 300~4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엔트리브소프트, 한빛소프트, 라이브플렉스 등도 소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게임사의 경우 4분기 실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위 잘나가는 대형게임사와 외국계 게임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힘든 해를 보낼 것”이라면서 “게임을 잘 만들어야한다는 것 보다 생존해야한다는 의지가 더욱 강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각 게임사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하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 정부의 규제에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나라가 게임 종주국 자리를 내주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경쟁력이 높아진 외산 게임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면서, 토종 게임사의 작품이 설자리를 잃었고 실적 하락으로 연결됐다는 시각도 있다.

외산 게임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복합적인 이유에서다. 이중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등은 게임 산업 규제보다 업계가 자율 규제 속에서 성장하는 것을 독려한 것이 경쟁력 강화로 연결됐다고 복수의 전문가는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게임 사업 진흥 보다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정치인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지난 4월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속에 담배, 마약, 도박 외에 게임을 하나의 중독유발 물질로 분류해 관리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현재 이 법안은 4대 게임중독법으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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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 게임은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고,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반감이 심해지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대형게임사에서 중견게임사로 옮겨갔다. 정부의 산업 규제 등이 구조조정의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도 불가능하다. 게임을 중독물질화하려는 정치권의 행보도 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