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과 구글이 자바와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지적재산권 소송 항소심에서 다시 맞붙었다.
오라클은 구글이 자바 기술의 핵심 자산인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우리돈으로 1조원 이상의 배상을 청구 중인데, 구글은 자바API를 업계에 통용되는 방식으로 썼고 안드로이드 개발에 결정적이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양측 변호인들은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핵심은 자바API를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프로그래밍 언어 API는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연결되게 한다든지 보안을 작동시키는 등 기본 기능을 간단히 쓰게 만드는 일종의 지름길을 제공한다.
자바는 1990년대 중반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만든 프로그래밍언어다. 오라클은 지난 2009년 74억달러에 썬을 인수했고 2010년 구글을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구글 손을 들어줬다. 오라클은 올초 항소했다.
오라클 변호인 조시 로젠크란츠는 재판부에 구글은 오라클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으로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며 구글이 코드를 가져가 자기걸로 씀으로써 오라클 (자바플랫폼의) 지지 기반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오라클이 자바API 저작권을 침해한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에 청구한 배상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61억원) 이상이다. 1심 재판 당시 주장한 피해규모 61억달러(약 6조4천733억원)에 비해 낮지만 여전히 큰 액수다.
로젠크란츠 변호사는 구글이 인터넷광고 독점 기반 확대에 필요한 안드로이드의 개발 일정을 앞당기려고 자바API를 대가 없이 썼고,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줄 개발자들에게도 쓰게 했다며 결과적으로 구글은 오라클 자바로부터 스마트폰 분야에서 폭발적인 수익을 거둘 수도 있는 능력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부가 구글 행위에 대해 저작권상의 '공정이용'이 아니란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오라클은 개발자들이 여러 운영체제(OS)를 아울러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쓰는 자바API를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없다던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구글측 변호인 로버트 반 네스트는 이 사안이 추가 검토를 통해 1심 법정으로 환송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글은 자바 코드가 모든 산업계에 '공짜'로 쓰이는 기초적 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로 구성돼 있으며, 오라클이 자바에 무료 정책을 내걸었던 썬의 공약을 뒤엎으려 한다고 비난한다.
반 네스트 변호사는 안드로이드 개발에 사용된 자바API들은 (그 자체만 갖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도 길안내 서비스와 비슷한 기능 단계에 해당한다며 개발자들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 전체 코드 수백만줄을 추가로 작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소순회법원의 담당 판사는 1심 때와 달리 이 사안에 대해 오라클 측에 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항소법원 재판부는 심리에서 자바API 패키지에 대한 저작권이 보호돼야 한다며 다음 단계는 그에 대한 구글의 행위가 허용가능한 것인지 가리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구글의 잘못을 곧바로 단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 행위가 새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체 코드의 일부분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이용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순회법원 캐슬린 오말리 판사는 (구글 주장대로) 자바가 프로그래머들에게 자유롭게 쓰여왔다는 점이 그에 포함된 저작권 보호를 무효화하지 않을 뿐더러, 그게 널리 통용된다고 기정사실화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에게 안드로이드 개발 과정에서 애플이나 MS같은 경쟁 OS 제조업체가 만든 API를 쓸 수도 있었는지를 물었다.
반네스트 변호사는 할 수 있지만, 명령 구조에 한정되기 때문에 그럴 경우 코드의 수백만줄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며 (자바API를 쓸 때도) 그렇게 했기에 안드로이드 코드의 1천500만줄은 모두 고유한 것이라 말했다.
이와 별개로, 구글은 소프트웨어 구현을 위해 자바의 일부 다른 부분을 카피했다던 배심원 평결에 대해 반박했다. 반 네스트는 법정에서 9줄짜리 카피된 코드가 발견됐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므로 판결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허법 전담인 연방순회법원은 오라클이 특허 침해도 함께 주장했었기에 심리를 진행했다. 앞서 오라클은 배심원단이 특허 침해 혐의를 기각한 것에 항소하지 않았다.
저작권 주장에 대한 판결은 몇 달 이내에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이 사건의 1심 판결은 API 코드를 만들어내는 업체와 거기에 의존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짜는 업체간의 묘한 대립과 연합 관계를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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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회사는 다양한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오라클과 경쟁 관계인데도, 오라클의 API배상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에 SW산업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란 입장에 섰다. MS뿐아니라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에서 오라클과 경쟁하는 넷앱과 EMC도 오라클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클라우드 플랫폼 제공업체 랙스페이스는 구글이 쓴 자바API는 창조성이 없는 단순 지시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구글 편이다. 랙스페이스는 '오픈스택'이라는 오픈소스 프라이빗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고 구글과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역시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