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통을 발전시킬 방법을 찾자고 모였지만 소통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 정리에 머물렀다. 아직까지 우리 정치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홍보용'으로만 인식한다는 한계도 확인했다.
28일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세시간에 걸쳐 '제19대 국회의원 인터넷·SNS 이용 현황 및 소통 전략의 모색' 발표·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입법조사처와 의원 모임인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이 주최했다.
토론은 SNS가 선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이를 정치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주로 정치인들이 SNS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유토론 테이블에 앉은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은 정치인들이 대체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 선거에 유용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며 SNS를 눈앞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만 보지 말고 정책을 만들어 내고 노선을 정하는데 소중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식 민주당 의원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의 댓글 조작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SNS는 세계인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자유로운 사상의 공간이라며 국가기관이 SNS나 인터넷에 어떤 여론 조작 행위를 했다면 이는 자유로운 사상의 공간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정민 중앙일보 정치부장은 우리 정치인들이 아직 온라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낮다. 상당수 의원들이 SNS를 자신의 보도자료를 뿌리는 홍보 수단이라 생각한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유권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안듣고 못듣는 경향이 있다. 쌍방향이 안되면 소통이 안되는 것이라 지적했다.
백기철 한겨레신문 논설위원도 발제자들의 토론문을 읽으니 생각보다 SNS가 이용이 안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홍보가 아니라 소통을 해야하는데 제한적으로 밖에 안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의원들의 경우 정당별로 SNS를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당에서 새누리북이라는 SNS를 만들었다. 의원들만 쓰는 곳이 아니라 당원들이나 일반인들 누구든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식 의원도 민주당이 온오프라인 정당을 지향하고 있다며 당원들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캠프보드를 운영 중이며, 밴드에서 활동중인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을 이리로 끌어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노회찬 전 의원은 SNS를 잘 사용한 대표적 정치인으로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꼽았다. 경쟁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이 '맞팔(자신을 팔로워 신청한 사람을 같이 팔로잉 하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은 반면 오바마는 자신을 친구로 맺은 대다수를 함께 맞팔했다는 것이다.
노 전 의원은 오바마는 팔로워들한테 '나를 팔로잉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도 듣는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줬다며 정치인들은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인데, 오바마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고 있다는 자세를 강렬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인들이 일상적인 정치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창구로 SNS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섰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4~5년에 한번하는 선거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정책이라며 선거가 없는 시기엔 어떻게 하면 일상적인 정책 개발과 결정, 집행, 감시, 공개에 시민들이 SNS를 통해 연결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시민참여형 거버넌스의 플랫폼으로 SNS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차재권 동의대 정치학 교수는 SNS를 통한 공약 남발에도 문제는 없다. 그렇게 사용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SNS가 사용되는 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에 좋은 거냐는 솔직히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선을 그으면서 오히려 선거와 선거 사이, 정책을 가지고 이야기 할 때 (SNS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주최측인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대표 김성곤 민주당 의원은 모든 문명 이기가 그렇듯 SNS도 잘 쓰면 사회에 도움이 되겠지만 잘 못쓰면 부작용이 난다며 SNS란 유용한 문명의 툴이 국민과 정치인들 유권자들 사이에서 보다 많은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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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회를 맡은 임혁백 고려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프리덤하우스가 발간한 '인터넷 자유 보고서'를 인용, 한국의 인터넷 자유가 조사대상 60개국 중 19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한국은 이 보고서에서 인터넷이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로 언급됐다.
임 교수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세상에서 자유가 보장되어야 소통이 될 것이라며 인터넷 공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나라가 되도록 의원들이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며 토론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