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는 저소득층이 디지털TV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저소득층 등 디지털TV 보급 사업을 다음달 2일부터 시작한다. 누구나 고화질 방송을 보게 하자는 정부와 TV제조사의 협력 사례다. 다만 사업 취지와 달리 여전히 업계 이해당사자 관계에 따라 이견이 오간다.
28일 미래부는 저소득층 디지털TV 보급 지원사업을 두고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이 어려운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 전환 부담 경감을 위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반면 미래부의 기본 입장과 달리 클리어쾀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TV 보급 사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우선 무료 방송 서비스인 지상파는 디지털 전환을 마쳤다.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서 정부가 수상기에 결합할 수 있는 안테나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다만 국내 유료방송 이용률이 높은데다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른 요금 인상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클리어쾀 TV라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지상파 디지털방송(8VSB) 외에 디지털 케이블방송(QAM) 수신기능으로 일반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가 이용하는 셋톱박스를 설치하지 않고 TV만으로 디지털 케이블 방송 시청을 하게 하는 것이다. 제조사가 TV 내부에 클리어쾀 방식을 지원하는 장치를 적용해 가능하다.
정부는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제조사 협의를 거쳐 클리어쾀 TV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당초 지난 9월 진행하기로 한 사업이다. 하지만 갖은 논란과 사업 준비 등으로 세달 가량 지연된 12월에 시작하게 됐다. 연내 목표만 가까스로 맞춘 상황이다.
■값싼 DTV 보급, 저소득층 요금부담 최소화
현재 국내 전체가구의 디지털TV 보급률은 69%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저소득층 디지털TV 보급률은 36.4% 정도다.
정부가 추산한 디지털TV 지원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국가유공자, 시청각장애인 가구 등 약 197만1천 가구다.
이 가운데 디지털TV가 없어 실제 보급 대상 가구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88만6천가구, 시청각장애인이 12만5천가구, 국가유공자가 3만6천가구로 약 105만 가구가 실제 지원 사업에 적용된다.
정부는 이들에게 삼성전자, LG전자, 대우디스플레이 등의 특정 TV를 최저 21만9천원부터 제공한다. 총 8종의 클리어쾀 TV를 시중가보다 30% 저렴한 값에 판매한다. ‘디지털TV 보급 지원센터’를 통해 신청을 받아 배송된다.
이용 요금도 케이블 방송의 최저가 상품인 아날로그 의무형 값으로 매달 3천~4천원을 지불하면 약 30여개 채널을 고화질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의도는 좋지만...
누구나 고화질로 방송을 보게 하자는 의도에 대한 이견은 없다.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 문화의 한 축인 방송을 누구에게나 같은 수준으로 제공하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HD 화질을 넘어 UHD 방송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같은 시도는 늦었지만 표면적으로는 환영받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클리어쾀 채널 구성에 따라 홈쇼핑 송출이 문제가 됐다. 상업적 방송이 몇 안되는 채널을 차지하면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목적이 정책 방향과 모순된다는 지적이었다. 반면 홈쇼핑도 저소득층 시청자 편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부딪혔다.
클리어쾀 도입에 따라 8레벨 잔류 측파대(8VSB) 진입장벽도 한층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이미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포함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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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디지털TV를 보유하고 아날로그 상품에 가입한 약 500만 가구가 고화질 디지털 방송을 보게 하는 기술로 케이블TV업계와 종합편성채널에 특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종편 채널은 신문과 방송 보도를 통해 8VSB 허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유료방송산업을 저가시장에 고착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전환을 10년 가까이 이끌지 못했다는 비판에도 케이블TV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부분은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른 나라의 유선방송업계와 여전히 뒤처지는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을 더욱 뒤쳐지게 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