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모바일의 행보가 심상찮다. 올해 초 약정 계약을 폐지하고 단말기와 통신비를 분리하더니, 공격적인 시장 접근으로 성과도 좋다. 버라이즌, AT&T 등의 시선이 T모바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T모바일의 행보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도 시사점이 크다. 국내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통사가 휴대폰을 유통하는 구조다. T모바일은 단순한 보조금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도 브랜드 강화, 시장 선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T모바일은 이달 초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66억9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메트로PCS 인수에 따른 것으로 시장 전망치를 훨씬 웃돈 것이다.
순손실 규모는 3천600만달러로 전기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 그러나 선불 요금제를 제외한 순 가입자수 증가는 64만8천명을 기록, 전체 가입자수도 102만3천명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T모바일 전체 가입자는 4천500만여명에 달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라베이스는 “T모바일의 실적 호조는 존 레저 CEO 취임 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언캐리어’ 전략이 경쟁사와 차별화한 서비스 상품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해 T모바일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큰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통신 업계에서는 존 레저 T모바일 최고경영자(CEO)를 두고 ‘무선통신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여타 경쟁사들이 무약정, 무제한 등에 난색을 보일 때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언캐리어’는 무제한 데이터 및 문자메시지를 제공하는 ‘심플 초이스’ 플랜, 특정 단말 기종에 대한 장기 약정을 제외함으로써 이용자가 단말 업그레이드를 자주 할 수 있게 함 ‘점프’ 플랜 등이 포함된다.
스트라베이스는 “수년 전만 해도 T모바일은 어렵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업체로 메이저 이통3사(버라이즌, AT&T, 스프린트)와 큰 차이가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레저 CEO 부임 이후 적극적인 행보로 인해 주목을 받으며 지금은 당당한 업계 주역으로 급부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 이통 시장에서도 이 같은 T모바일의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차별화된 요금제 경쟁보다는 보조금 지급 문제가 고질병으로 지적돼왔던 국내 시장인 터라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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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러스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이통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면서 기존의 성장 동력으로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LTE-A 등의 계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 역시 빠르게 가입자 포화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포화에 따라 국내 이통시장은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경쟁이 될 수밖에 없으나 이는 악재로 작용한다”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서비스와 네트워크의 번들링을 통한 데이터 이용료 무료화 또는 QoS 보장, 아직까지 의미를 갖고 있는 고객접점을 활용한 과금대행”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