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이 된 자판기, IT를 만나다

취급 품목 갈수록 늘고 판매 기법도 좋아져

일반입력 :2013/11/07 17:52    수정: 2013/11/08 07:56

이재운 기자

마리화나, 속옷, 도시락….

이 모든 것을 자동판매기(이하 자판기)에서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소위 자판기 천국이라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도 화장품 자판기가 등장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자판기가 등장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는 자판기가 등장하고 있다. 자판기는 여행자들에게 건강식을 제공하고, 쇼핑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며,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IT 첨단기술과 만나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판기, 만물상이 되다

매리어트 호텔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당선된 한 자판기 아이디어는 여행자들에게 건강식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상당수 여행자들이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경향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 이 아이디어는 건강식을 도시락 형태로 여행지 주변에서 판매해 여행자들이 건강식을 챙겨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자판기 천국이라는 일본은 그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자판기 세계의 보고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골드바, 라면 자판기가 등장한 일본에서 최근 주목받은 자판기는 속옷 제조업체 와코루 제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속옷 자판기’다.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에 설치된 이 자판기는 와코루의 브랜드 중 하나인 ‘우네 나나 쿨’ 브랜드 제품 속옷을 판매한다.

미국에도 특별한 자판기가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내 위치한 공공 자전거 주차장에는 ‘자전거용 헬멧 대여 자판기’가 있다. 대여를 원하는 학생은 대여료만 지불하고 대신 헬멧을 반납하기만 하면 된다. 추가 비용 부담을 통해 헬멧을 아예 구매할 수도 있다.

필라델피아주 소재 드렉슬대학교에는 ‘맥북 자판기’가 있다. 노트북이 필요한 학생들은 필요한 때에 노트북을 대여할 수 있어 이를 들고 다니는데 따른 비용 상의 부담은 물론 고가 제품을 들고다니는데 따른 각종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게 된다.

마리화나를 판매하는 자판기도 있다. 워싱턴주와 콜로라도주, 두 곳에 설치된 이 자판기는 의료용으로 합법적인 사용이 일부 가능한 마리화나 제품을 판매한다. 의사의 처방 기록을 확인한 뒤 지문을 통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판매된다. 마리화나뿐 아니라 다른 의약품도 판매하며, 주로 약국이 없는 의료 소외지역에 배치됐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이 자판기를 운영하는 메드박스(Medbox)라는 업체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자판기, IT를 만나다

IT 기술이 접목된 자판기도 눈길을 끈다.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SAP하나(SAP Hana)가 개발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자판기 솔루션은 스마트폰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과 연동해 사용자의 구매 패턴을 파악, 평소 성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준다.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추가 구매를 유도하거나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

UC버클리에는 3D프린팅 자판기도 있다. ‘드림박스’라는 이름의 이 자판기는 이용자가 USB메모리를 통해 제품 디자인 정보를 자판기에 입력하면 제작에 착수한다. 제품 제작이 완료되면 별도의 보관함에 저장되며 구매 당시 부여받은 비밀번호를 통해 물건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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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일본에서 앱 자판기를 선보였다. 구글재팬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활용해 자판기에서 골라 구매할 수 있는 '앱 자판기'를 도쿄 시부야 거리에 설치해 '과연 자판기 천국'이라는 일본 소비자들의 특이성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자판기가 시도되고 있다. 현재 과자와 음료수를 판매하는 편의점 형태의 자판기부터 화장품 자판기, 라면 자판기 등이 시장에 선보였다. 1990년대 한때 등장했던 담배 자판기가 미성년자들의 명의도용 문제로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으며,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각종 센서를 판매하는 ‘센서 자판기’의 등장을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