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英테크시티, 200년 전통 속 꽃피는 창조경제

영국 정부 지원 뒷받침…지역 투자 활성화 효과

일반입력 :2013/11/05 12:01

공동취재단 기자

영국 런던 동부지역 올드 스트리트. 이른 아침 내린 비에 찬바람이 더해져 겨울이 가까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촘촘히 들어서 있는 200년 이상 된 낡은 건물들까지.

어딘지 모르게 쌀쌀한 풍경을 연출해 내는 이곳은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스타트업의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는 테크시티((Tech City)다. 거리 이름처럼 서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지역의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영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테크시티는 런던 동부지역 올드 스트리트와 올림픽 주경기장 일대 ICT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곳을 통칭한다. 2000년대 초반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입주하면서 형성된 테크시티는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의 테크시티 조성안 발표를 계기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카메론 총리의 테크시티 조성안 발표 이후 2008년 기준 15개에 불과하던 입주 기업들은 2010년 200여개로 증가했으며 올해 현재 1300개 이상의 글로벌 ICT 및 스타트업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들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기업과 노키아가 인수한 소셜 네트워킹 업체 도플러(Dopplr)와 트윗덱(tweetDeck)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발 고어(Dabal Gore) London & Partners 매니저는 초기 스타트업 기업들이 테크시티에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저렴한 건물임대료가 큰 몫을 했다며 현재는 첨단기술기업은 물론 대학, 금융기관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고 설명했다.

테크시티가 이처럼 첨단기술산업단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영국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11년 테크시티 관리를 전담하는 테크시티 투자 기관을 만들어 입주 기업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입주 기업의 편의를 위해서는 시티 공항, 세인트 판크라스 유로철도역 등과 연계해 교통과 물류 인프라를 정비했으며 영국 최고의 공과대학인 임페리얼 대학, 하이테크 창조산업 연구에 강점이 있는 UCL 등과 협력해 산학협동연구 및 기술사업화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금융지원을 부분에서는 영국 무역투자청을 입주시켜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하고 기술개발 및 산학연계, 무역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스타트업 기업의 사무실에서 불과 5~10분 거리에는 금융기관을 위치시켰다. 손쉬운 자금조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영국 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올리게 만들었다. 실제 지난해 열린 'The Global Business Summit on ICT'에서는 5개의 글로벌 ICT 기업들이 테크시티에 투자를 결정했으며 스타트업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수 역시 6억파운드(약 1조 164억원)에 달해 닷컴버블 이후 10년 만에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특히 테크시티의 성공적 안착은 영국 전역으로 그 효과가 확대돼 벨파스트와 밀튼킨즈, 셰필드 등의 지역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테크시티 하나가 영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고어 매니저는 영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테크시티에 입주한 스타트업 기업들 가운데 다수의 성공사례들이 나왔다며 세계적인 ICT 기업들도 몰리면서 영국이 유럽의 ICT 허브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