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풀 꺾였던 D램 현물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달러선이 깨지자마자 반등한 D램 현물가격은 타이완 강진의 영향으로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D램 가격 안정세와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4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주력제품인 DDR3 2기가비트(Gb) 현물가격은 지난 1일 기준 전날보다 1.26% 오른 2.179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하락세를 타면서 2달러 이하로 내려갔던 2Gb D램 현물가격은 지난 30일 4% 이상 반등한 이후 계속 오름세다. 지난달 31일 타이완 동부에서 발생한 6.7 규모 지진의 여파로 TSMC 등 주요 공장들이 일시 가동을 중단하면서다.
이같은 현물가격 오름세는 타이완 지진 이전 가격 상승 흐름이 멈춘 D램 고정거래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하반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2Gb DDR3 기준 상반월과 동일한 1.84달러로 보합세를 기록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D램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물가격 반등과 타이완 지진 등에 영향이 겹쳐지면서 가격 상승 계기를 마련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현물 가격이 하락세를 기록하고 중국 국경절 수요도 끝나면서 10월 하반월 D램 가격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부분”이라며 “다만 하락세를 타던 현물 가격이 30일자로 다시 반등하면서 현재 현물가격이 2달러를 상회하고 고정거래가는 1.8달러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정거래가가 소폭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 내년 초까지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분기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이 본격 정상가동에 들어가면서 다시 수급균형이 맞춰지고 이 과정에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우려보다는 긍정적인 징후가 더 많다.
최소 내년 1분기까지 모바일 D램 공급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미세공정 전환의 어려움 등으로 주요 업체들의 공급 증가가 둔화되면서 캐파(CAPA)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론과 엘피다 합병이 마무리 되면서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업체의 과점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실적 개선에서 고려할 부분이다.
이에 따라 4분기에도 주요 D램 업체들의 실적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분기 PC용 D램 가격 급등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크게 상승하면서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우시 공장 화재에도 불구하고 4조800억원의 매출과 1조1천6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4분기에는 화재로 인한 생산차질이 반영되지만 대부분의 손실이 영업외비용으로 처리되면서 영업이익에는 치명적인 영향은 주지 않았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분기 매출액 59조834억원, 영업이익 10조1천635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메모리 수요 강세에 힘입은 반도체 부문 성장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4분기에는 2분기 연속 SK하이닉스에 뒤졌던 영업이익률도 다시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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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난야 역시 지난 분기 매출총이익(그로스마진)이 전분기 대비 334% 급증했다. 마이크론은 회계기간(6~8월)이 달라 아직 직전분기 실적에 화재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국내 업체 다음으로 높은 D램 시장점유율과 PC D램 비중을 고려할 때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D램 업계가 사실상 세 업체로 압축된 상황에서 우시 공장 화재가 D램 시장 수급을 매우 안정적으로 변화시켰다”면서 “화재 이후 D램 업계의 용량 증설도 제한적인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년 D램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축소되고 주요 D램 업체들이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