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과 15일 이틀동안 열리는 네이버의 개발자컨퍼런스 ‘데뷰(DEVIEW) 2013’은 참가사전등록 시작 후 10분도 안돼 마감됐다. 국내 IT행사 중 가장 주목받는 행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점차 우리나라도 IT개발자를 위한 컨퍼런스가 늘어나고 있다. 그 중 네이버 데뷰는 어느덧 국내를 대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로 자리잡았다. 대표성과 별개로 2천명이 9분만에 앞다퉈 신청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궁금해졌다.
최근 네이버 데뷰를 기획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민영 차장(PM), 이은재 과장(개발 담당), 이승창 선임디자이너(디자인 담당), 박은정 과장(콘텐츠 담당), 조한용 차장(데뷰 실무 총괄), 정유진 수석(기획 및 SNS 커뮤니케이션 담당) 등 6명이다.
그들은 “첫째도 콘텐츠, 둘째도 콘텐츠”라고 입을 모았다. 겉의 화려함보다 수수해보이더라도 ‘정말 듣고 싶은 내용’들로 행사를 꾸미자는 목표다.
조한용 차장은 올해 이틀로 늘어난 행사 일정을 콘텐츠로 설명했다.
“올해 행사가 이틀로 늘어난 이유가 개발자가 좀 더 듣고 싶은 내용을 많이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작년엔 하루 일정으로 7개 트랙을 운영했는데, 개발자는 7개 중 하나만 들어야 했죠. 그래서 이틀로 나눠서, 쉽게 세션을 선택하고, 2배 더 많은 내용을 듣게 하기로 했습니다. 첫날과 둘째날의 성격이 달라서 참석직군도 다르고, 집중해서 들을 수 있고, 네트워킹도 같은 분야 분들이 할 수 있을 겁니다.”
데뷰 첫날은 웹, 모바일, 프로그래밍/오픈소스/개발자문화, 기타 주제 등 4개 트랙이다. 일반 개발자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둘째날은 멀티코어컴퓨팅, 빅데이터, 선행기술, 기타 주제 등이다. 좀 더 코어 기술에 가깝고, 아직 완전히 활성화되지 않은 도입단계 기술이 중심이다.
강연자는 네이버 내부 개발자와 국내외 유명업체나 특정기술의 주요 개발자가 나선다. 연사의 면면이 꽤 다양하다. 네이버보다 외부 연사가 더 많을 정도다. 조한용 차장은 연사 공개모집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달라진 것이 콜포스피커즈란. 연사 모집이었습니다. 기대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연사로 지원을 해주셨어요. 힘들게 10개 세션을 골랐어요. 좋은 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연사가 결정된 뒤 데뷰 기획팀은 내부 강연자와 외부 강연자를 대상으로 두차례의 워크숍을 개최했다. 조한용 차장의 설명이다.
“연사 워크숍은 작년부터 실시한 건데 행사 취지, 어떻게 발표를 준비해주실지, 우리가 원하는 꼭지를 꽤 디테일하게 전달합니다. 연사와 관계 유지 측면도 있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콘텐츠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진행해요.”
정유진 수석이 부연설명을 했다.
“6년간 축적된 노하우들을 전달하는 자리라고 보면 돼요. 어떤게 좋은 발표고 나쁜 발표인가 같은 내용을 알려드리는거죠. 그렇다고 까다롭게 많이 내용을 드라이브하진 않고 듣는 사람들이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할 수 있게 해달라거나, 발표 경험이 적은 분들에게 자료 편집에 대한 팁을 드려요.”
연사 워크숍은 꽤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영 프로젝트 매니저의 설명이 이어진다.
“외부 연사들이 각지에서 오시기 때문에 사전 리허설을 하기 힘들어요. 그럼에도 발표 자료에 대한 이슈는 거의 없습니다. 그는 워크숍 같은 여러 소통을 통해 우리 의도를 최대한 전달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올해 행사는 56개 세션으로 이뤄져 있다. 어떤 주제를 택하든 실용적인 기술과 경험을 진득하게 전달하려 한다는 게 방침이란다. 개별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세션을 물었다.
조한용 차장은 모바일OS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다.
“첫날 파이어폭스OS 발표나, 삼성전자의 타이젠, 우분투 터치 같은 내용은 깊이는 별로 없지만, 지향점과 변화를 얘기해준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에 집중된 우리나라 개발자들에게 새 흐름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정유진 수석은 외국 업체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엔지니어의 방문을 언급했다.
“구글, 넷플릭스, 링크드인 등의 본사 엔지니어가 방문한다는 점도 관심이 가요.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이 중요하게 보는 것, 큰 무대에서 듣고 성장한 경험을 한국의 개발자에게 전해주고, 그를 들은 개발자들이 또 성장하는 전체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한국 내 소규모 회사의 참여도 주목해야 한다고 힘을 줬다.
“이름난 회사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볼 때 작은 업체들은 가진 기술을 외부에 알릴 기회가 없는데, 데뷰가 그들의 기술을 발표할 채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스타트업 발표 세션을 통해 기술콘텐츠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루터 타조 같은 프로젝트도 그렇고요. 작은 업체의 기술콘텐츠를 유통시키고, 현실적인 서비스 내용에서 얻은 노하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듣는 분들께도 실질적 도움될 거라 생각해요. 데뷰 프로그램 발표 후 연락이 뒤늦게 여러 업체에서 왔어요. 그만큼 니즈가 있는 줄 몰랐는데,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갈지 고민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꽤 많은 일을 해야 할 텐데, 네이버 데뷰 기획에 참여한 사람들은 사실 본래 자신의 업무를 갖고 있다. 데뷰 기획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김민정 PM의 설명이다.
“데뷰 기획은 거의 1년전부터 시작해요. 작년 9월 행사 후 두달 뒤부터 올해 행사준비에 들어갔어요. 관계를 맺은 개발자나 교수를 미리 섭외해놓고, 물밑작업을 하면서, 5~6개월 전 공모전을 하고, 행사대행사 선정도 하고, 워크숍 같은 것도 하는 식으로 진행했구요. 주로 콘텐츠 발굴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정유진 수석은 “이틀짜리 행사지만, 밀도있게 준비하려고 콘텐츠에 힘을 실으려 합니다. 연사분들이 보내주는 슬라이드도 하나하나 리뷰하는 식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라인같은 메신저를 이용하기도 하고, 차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얘기하면서 아이디어가 튀어나와요. 연사모집 같은 아이디어도 커피 마시다 우연히 나온 얘기에서 시작됐지요”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행사답게 데뷰는 매년 조기마감과 함께 접속폭주로 인한 장애를 겪었다. 그러나 올해는 장애없이 무사히 참가접수가 마감됐다.
개발을 맡은 이은재 과장은 장애가 없도록 하기 위해 투입한 노고를 말해줬다. 서버 설정도 하나하나 직접 테스트하고, 점검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단다.
멋드러진 잡지같은 웹페이지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이승창 선임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컨퍼런스니까 사람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요. 메인에서 보여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비주얼이 대단한 게 아니라, ‘사람 자체다. 그게 곧 컨퍼런스’란 콘셉트에 맞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진 뒤에 있는 콘텐츠는 실질적으로 정직하게 보여지게 했지요. 반응형웹으로 해서 모바일, PC 구분안해도 되게 동일하게 했습니다. 사용자나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유용하게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공개모집과 초빙을 통해 확보된 강연자들은 데뷰2013 홈페이지의 얼굴이 됐다. 올해 데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강연자들의 사진이 타일 형태로 화면 전체를 차지한다. 해당 강연자의 사진에 마우스를 대면, 강연에 대한 정보가 나타나는 형태다. 딱딱한 증명사진이 아니라 꽤 산뜻하게 찍힌 자연스러운 사진들이다. 웃고, 일에 열중하고, 강연하는 등 모습도 다양하다.
조한용 차장은 “잡지처럼 구성하려고 했다”고 표현했다. 여기엔 기획을 맡은 정유진 수석의 노력이 한몫했다. 그가 개발자들을 일일이 만나 직접 찍은 사진이다. 이승창 디자이너의 설명이 이어진다.
“처음 웹페이지를 만들었을 땐 너무 횡해서 걱정이었어요. 사진에 마우스를 올리면 디테일하게 나오는 것도 점차 개선하면서 바꿔갔구요. 사진을 찍을 때 다른 뷰나, 중간중간 컨퍼런스 느낌이나 로고 같은 것도 집어넣었어요. 주요 포인트를 믹스해서 보이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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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행사도 눈에 띈다. 편한 자리에서 질문 많이 할 수 있게 강연자와 청중이 모여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BOF가 마련된다. 여러모로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 애쓴 흔적이다.
네이버 데뷰 기획자들과 만남은 꽤 즐거웠다. 밝은 모습의 그들은 진지함도 있었다. 1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데뷰 행사. 어떤 모습으로 개발자에게 다가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