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계 절대 갑으로 불리던 네이버가 달라졌다. 지난 7월 29일 '네이버 서비스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콘텐츠 제공사업자(CP) 등과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 직속 '네이버 파트너 센터'를 설립하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상생협력기구도 이르면 내달 중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치권을 중심으로 네이버 독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돼 왔으나 '과연 바뀔까'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행보에서는 보다 전향적인 실천 의지가 보인다는 것이 이해 당사자들의 평가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도 네이버가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를 한번쯤 딛고 넘어가야할 때가 됐다. 이러한 논의가 결국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다른 회사들과 협력을 통해 자체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네이버식 상생...3개 기구 설치 중복서비스 종료
지난 27일 네이버는 소상공인연합회 준비위원회와 간담회를 갖고 네이버-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협력 기구를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22만이 넘는 광고주들이 우리의 진짜 고객이라며 네이버의 존립과 성장에는 이들이 진짜 파트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협력기구는 꽃배달 업체, PC방 사업주, 쇼핑몰 운영자, 퀵서비스 등과 같이 네이버 검색광고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광고주들을 위한 것으로 독립된 별도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된다. 김 대표는 법인을 설립할 때까지만 준비위원회로 참여한다. 이 기구는 앞으로 소상공인 등은 물론 인터넷 상 경제활동이나 전자상거래 등에 대해 연구하는 기구로 자리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보다 앞서 네이버는 벤처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무선인터넷기업협회 등이 참여하는 벤처기업상생협의체와 4차에 걸친 회의 끝에 일부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협의체를 통해 지난달 초에는 자체적으로 부동산 서비스를 수집하는 탓에 부동산114 등 인터넷 부동산 정보 대행 업체들을 고사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만 맡게 됐다.
최근 논의에서는 네이버와 PC 및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 인터넷 서비스 개발사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윙스푼, 윙버스, 워너비, 네이버 쿠폰, 네이버 굿모닝 등의 서비스를 모두 연말에서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정리하게 된다.
■네이버의 살 길=고객 챙기기
네이버가 그리는 상생은 결국 고객 챙기기와 일치한다. 자사 매출의 약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검색광고의 고객은 결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협력기구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러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그동안 핵심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부분은 네이버가 중소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 앱 개발사등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자체적으로 서비스 해왔다는 점이다. 윙스푼의 경우 맛집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보다 앞서 서비스를 내놓은 메뉴판닷컴과 사업이 방향이 일치했다. 네이버는 부분 개편이기는 하지만 자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유사 서비스를 종료하는 대신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플랫폼으로서 역할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모든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아니다. 웹소설, 네이버 메모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와 관련 네이버 서비스 관계자는 네이버 메모의 경우 N클라우드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하나의 중간 단계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솜노트, 클릭클릭 등 유사 서비스가 있지만 특허나 사업상 서비스 유지에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보다 큰 그림에서 네이버-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협력기구는 협의 기능 외에도 전자상거래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일종의 연구소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협의 기구 설립과 관련 김 대표는 그동안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거의 없었다며 협력기구의 연구활동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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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협력기구가 다음, 네이트 등 다른 포털 사업자들과 협력을 통해 의미있는 기구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네이버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다른 중소기업, 소상공인, 스타트업, 앱개발사들과의 '상생 2.0'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