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존용어 즐비… 전파법 손질 시급

일반입력 :2013/10/08 16:25    수정: 2013/10/08 16:35

정윤희 기자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전파통신기술과 관련된 전파법의 일본식 표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파법과 그 하위법령 등에 일본식 용어와 사전에 없는 말, 실생활에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가 즐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파법은 기술 수준의 급속한 변화로 과거에 썼던 용어들이 사라지거나 의미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에 사용하던 용어들이 버젓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장병완 의원(민주당)은 지난 1961년 제정된 전파법이 현재까지 48차례 개정됐지만 아직까지도 일본식 표기나 사전에 의미가 없는 용어 등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파법 제35조 2항에 있는 ‘공중선(空中線)’이다. 이는 ‘안테나’를 일컫는 말로 과거 지붕위에 설치한 ‘선(wire) 안테나’를 공중선이라고 했으나, 사어(死語)가 된지 오래다.

전파법 시행령 제2조 16항에 있는 ‘측위(測位)’는 사전에 없는 말로 일제강점기에 사용하던 용어다. 본래의 뜻은 ‘측정위치’다.

의미가 다른데도 잘못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전파법 제2조 14항에 있는 ‘전자파장해’(electromagnetic interference)는 유무선 전자기 에너지에 의한 간섭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옳은 표현은 ‘전자기간섭’이지만 무선잡음만을 한정시키는 ‘전자파장해’로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장 의원은 전파법 하위법령에는 ‘연주소’를 국적 불명의 용어로 꼽았다. 그 용어의 뜻이 사전에 나오는 ‘방송국의 연주소(演奏所)’인지는 어느 누구도 확신을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통신 케이블의 ‘조수’라는 말도 실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이를 쉽게 표현하면 통신 케이블의 ‘가닥 수(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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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완 의원은 “최근 들어 법률을 제개정할 때 법문의 본래의 뜻을 명확히 하고 해석에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현실 언어생활을 반영하면서도 의미가 정확한 한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며 “생활과 밀접한 전파법과 그 하위법령의 경우, 본래의 기술적 의미를 정확하게 반영하지도 않고 국제적 기술용어를 자의적으로 번역하거나 일본식 표기, 일본식 용어의 한자음만을 따온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인 정비를 통해 원래의 기술적 의미를 정확하게 반영하면서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전파법은 모법에서 잘못 사용되는 용어들이 하위법에서까지 잘못된 줄을 알면서도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문제가 있어 전파법의 용어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