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소치 동계올림픽, 모든 전화·이메일 도감청

일반입력 :2013/10/07 17:00    수정: 2013/10/07 17:15

이재구 기자

내년 2월 러시아 흑해도시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와 관람객들은 올림픽역사상 가장 체계적이고 공격적인 도감청 및 감시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영국의 가디언지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같은 내용은 러시아 폭로전문보도기자팀이 2014동계올림픽 취재를 준비하면서 확보한 서류에서 처음 드러났다. 미국 국가정보국(NSA)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도감청 시스템 프리즘의 러시아 동계올림픽 버전인 셈이다.

정부조달 문서와 러시아통신회사의 문서에 따르면 FSB는 이미 설치된 전화 도감청 및 인터넷 감시시스템을 통해 어떤 전화통화나 데이터 트래픽, 그리고 이메일,웹채팅,SNS 등을 통해 보내지는 예민한 단어의 사용조차도 자유로이 추적할 수 있다.

이 사실은 러시아의 보안전문가이자 폭로전문기자인 안드레이 솔다토프와 이리나 보로간에 의해 드러났다. 이들은 이를 감시하는 감독관청의 공공기록과 소치시를 관할하는 자쿱키 정부조달청웹사이트에서 공개된 수많은 기술문서를 대조해 이를 찾아냈다. 이들은 이를 통해 흑해 휴양지 소치시의 모든 전화와 와이파이통신망이 광범위한 트래픽모니터링과 필터링을 수행하는 러시아판 전화 및 인터넷도감청시스템 소름(Sorm)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FSB가 지난 2010년부터 소름시스템이 소치올림픽기간중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름시스템은 러시아 전체에 걸쳐 현대화된 도감청 감시 시스템이다. 하지만 러시아정부는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 시스템을 특히 집중시켜 관리하고 있다.

솔다토프에 따르면 러시아 지역 통신청이 발행한 기술스펙 역시 논란거리인 패킷망 검열기술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정보당국이 특정 단어를 사용하는 통신자들을 걸러낼 수 있다.

그는 “예를 들어 소치 관광객이 러시아 유명한 반정부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를 검색어로 사용하면 FSB가 이를 즉시 파악하고, 이를 사용한 사람은 이후 모든 통화와 인터넷 사용 기록을 추적당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소치올림픽 소름 통신도감청,감시시스템의 위험성을 인식한 미국정부는 올초 국무부 외교보안국 발로“소치올림픽을 위해 여행하는 사람들,영업비밀, 협상위치에 있는 사람 들은 물론 다른 예민한 정보를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현지 경쟁사들,러시아 정보당국과 이를 공유하게 될지도 모르니 통신에 매우 조심하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발령했다. 이 권고에는 안전한 통신을 원하는 방문자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때엔 배터리를 빼놓고, 도감청 청정지역만을 여행하라는 사항도 들어있다.

모든 통신과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은 법에 따라 소름박스를 그들의 통신망에 장착해야만 했다.이 장치가 설치되면 FSB는 사업자도 모르게 사용자들에게 사전경고없이 모든 전화및 인터넷사용자들의 통신내역을 도감청하고 엿볼 수 있게 된다.

FSB는 소치올림픽 대스파이감시책임자로 대외 스파이담당자인 올레그 시로모로토프를 임명했다. 그를 임명한 또다른 이유는 게이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모를 색출해 내는 것이다.

푸틴은 예를 들어 게이를 상징하는 무지개핀을 착용하는 선수들은 러시아 국내 호모금지법에 의해 체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게이의 권리를 주장할 경우 러시아 국내에서처럼 경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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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라이리슈체프 FSB책임자는 지난 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소치올림픽에서 도감청및 감시시스템이 준비되고 있다는 폭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런던하계 올림픽에서는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CCTV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더욱더 공격적인 조치가 이뤄졌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런던같은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솔다토프는 “러시아당국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접속과 모든 움직임이 러시아 정보당국에 투명하게 드러나 보이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