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독점규제 위반여부로 자사를 조사해온 유럽연합(EU)과 잠정 합의 단계에 들어갔다. 이달 규제당국의 벌금 압박이 들어온지 보름만에 사실상 한 발 크게 물러선 모양새다.
요아킨 알무니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27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약속을 담아 보낸 본사 서한을 받았다며 (그 내용이) 시장의 다른 경쟁사로부터 반응을 유도하기에 충분히 강력했다고 평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011년11월4일 삼성전자가 반독점규제를 위반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표준적인 사전조사를 시작했고, 이어 12월21일 회사측에 공식 이의성명을 보낸 뒤 본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1월31일 추가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회사와 애플은 한창 모바일 제품에 적용된 표준 및 상용 특허기술 관련 소송으로 전쟁 중이었다. EU는 사전조사를 거쳐 혐의가 발견되면 본조사와 추가조사를 하게 되며, 법 위반이 최종 확인되면 세계 매출 10%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 EC는 삼성전자가 반독점 위반에 대한 당국 우려를 해소치 못할 경우 지난해 기준 매출 10%수준 또는 183억달러(약 19조9천억원) 규모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결국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업계 필수인 자사 3G 무선통신기술을 애플이 무단으로 쓴다며 법원에 금지를 요청한 결과다.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긴 토론 끝에 삼성전자는 당국의 우려(반독점규제 위반과 시장지위 남용)를 누그러뜨리겠다는 일련의 약정 사항들을 보내왔다며 향후 몇주내 시행될 소위 '시장성테스트'를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EU 규제당국에 보낸 서한을 통해 어떤 사항을 약속했는지 구체적인 조건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EU 반독점규제 압박에 양보한 것은
다만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서한에 포함된 내용에는 법적 구속력이 작동하는 항목도 있다. 여기엔 표준필수특허(SEP) 라이선스 사용기업이 공정한 지불계약을 협상하려 할 경우의 명확한 정의와 더불어, SEP 협상시 그걸 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용계약 당사자를 어떻게 대우할지도 담겼다.
이번 사안은 브뤼셀이란 소재지로 대표되는 EU 본부에서 적극적으로 특허에 대한 EU 경쟁법의 정의와 단속을 개선하려는 사례로 평가됐다. 이는 법정공방에서 애플,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소송 당사자간 분노의 법정싸움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이 삼성전자의 서한을 통해 산업계를 넘나드는 특허 및 금지명령에 대한 명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EC는 애플이 산업표준화된 무선특허를 못쓰게 하려는 구글 모토로라모빌리티 사업부의 움직임에 대해 특허권 남용 금지를 촉구하는 이의성명을 구글에 보냈다. 이 사안에 관련된 심리가 오는 30일 잡혀 있다.
이전부터 EU 규제당국은 기업들이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느라 특히 댓가를 치르고 해당 기술을 쓸 의지가 있는 상대편에 초점을 맞춰 SEP에 대한 사용금지를 남발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SEP 사용금지 조치는 경쟁에 해롭고 특허 라이선스 협상시 높은 로열티를 짜내려는 특허권자의 입장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유럽 규제당국의 시선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이전부터 삼성전자가 보유한 SEP를 시장 참여자들에게 합리적인 비용의 댓가로 라이선스하는 표준 절차에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이후) 우리 관점에선 라이선스 사용처가 되려 할만한 특허인데도 그에 기반한 사용금지명령을 내릴 방법을 찾았다고 비판했다.
서한의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었지만 삼성전자가 (특허 협상시 상대측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가시성을 제공하겠다 그리고 우리 기술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라이선싱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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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항상 법정보다 시장에서의 경쟁을 선호해왔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회사의 지적재산권(IPR)에 투자해 소비자와 산업계에 이익이 될 발명을 장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무니아 집행위원의 과거 발언들로 미뤄보면 삼성전자가 최초 규제당국에 협상카드로 제시한 반독점 위반 완화 노력들은 개선 의지가 박약했다. 결국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 제품의 유럽 소매점 판매금지를 요청했다가 이후 철회했음에도 무거운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