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새로운 실험 '데이비' 성공할까

SK컴즈, 슬림한 SNS 표방한 서비스 출시

일반입력 :2013/09/09 08:52    수정: 2013/09/09 09:21

손경호 기자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이어져 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보에서 '데이비'가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1천명에 달하는 친구들로부터 수많은 콘텐츠를 받아보는 기존 '빅 SNS'의 피곤함을 진짜 나의 친구들과만 소통하는 방식으로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기존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지난 5일 서울 미근동 SK커뮤니케이션 본사에서 만난 서준성 NSP전략그룹장은 내 친구들은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창이라며 데이비를 통해 인간중심의 가치가 담긴 SNS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모두에게 거의 모든 것이 공개되는 무한 확장형 네트워크가 아니라 믿고 있는 친한 사람들로부터 시시콜콜하지만 더 의미있는 내용들로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데이비, 뭐길래...

지난달 말 SK커뮤니케이션즈는 '슬림SNS'를 표방한 모바일 SNS 애플리케이션(앱) 데이비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친구맺기 인원수를 50명으로 제한하고, 옛친구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진짜 나와 친한 친구들끼리만 생각을 주고 받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너무 많은 정보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사용을 꺼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개방형에 따르는 부작용인 셈이다.

데이비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가 주도권을 가진 SNS를 지향하고 있다. 친구맺기 수를 50명으로 제한하고, 옛친구 기능을 도입한 것은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친구맺기 수는 던바의 수에서 착안

50명이라는 수는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이자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가 제시한 이론에 착안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과정에서 평생동안 나의 네트워크라고 말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150명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일명 '던바의 수(dunbar's number)'다. 두뇌의 한계로 그 이상의 관계는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친한 친구는 5명, 좋은 친구는 15명, 신뢰가 가는 친구는 50명 정도라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서 그룹장은 친한 친구든, 직장의 동료가 됐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50명의 제한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지표로 보기는 어려우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옛친구 기능, SNS 피로 던다

이와 함께 도입된 옛친구 기능은 이 SNS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나와 친했던 사이라도 오랫동안 교류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옛친구로 설정해 더이상 그 사람이 올리는 콘텐츠를 볼 수 없게 한 것이다. 예를들어 50명을 친구맺기한 상태에서 다른 친구를 추가하고 싶은 경우 기존 친구 중 한 명을 옛친구 카테고리에 넣고, 새로운 친구를 불러올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옛친구가 올리는 소식은 더이상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

SNS활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들의 경우 하루에도 10건 이상의 콘텐츠를 올린다. 기존 SNS처럼 뉴스피드 방식을 사용할 경우에는 특정 친구의 게시물로 도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데이비는 친구 한 명 당 하나의 콘텐츠만 나오도록 했다. 도배성 콘텐츠에 가려진 다른 친구들의 소식을 모두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서 그룹장은 사내에서 테스트를 했을 때도 이 부분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콘텐츠의 내용 자체보다도 이를 통해 나와 상대방 사이에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에 데이비처럼 친구맺기 수를 제한하는 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마이크로SNS'인 '패쓰(path)', '패밀리리프(FamilyLeaf)', '페어(pair)'가 그것이다. 패쓰는 150명, 패밀리리프는 가족들만, 페어는 단 한명과 친구맺기를 할 수 있는 방식의 앱이다. 이들의 아류작 아니냐는 혹평에 대해 서 그룹장은 단순히 인원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친밀도-상호작용 등에 근거한 현재화 로직을 제공하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광고 효과 낮다? 오히려 지인 마케팅

그는 광고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 친구가 1천명이라고 했을 때 이 사람들 모두에게 똑같은 광고가 뿌려지는 것 보다는 내가 신뢰할 수 있는 50명 내에서 전달된 내용이 훨씬 실제 회사의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 그룹장은 배너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속에 광고가 섞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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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시 2주째를 맞은 이 앱은 지난 1일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전체 앱 중 다운로드 11위를 기록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36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이미 수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서비스가 나온 상황에서 데이비를 써야하는 이유가 불확실한 것은 분명하다. 어떻게 새로운 사용자들을 확보하느냐가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서 그룹장은 사람들 대부분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여주기 싫은 것 사이에 줄타기를 하고 싶어 한다며 나를 중심으로 내가 누구와 소통하는가, 기록이 중요한가, 소비되는 콘텐츠가 중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