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가히 열풍이다.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음식을 해 먹는 일이 새롭게 등장한 레저 활동이 아닌데도 전국의 아빠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주말만 되면 각종 장비를 그득 차에 싣고 떠난다. 이렇게 캠핑을 즐기는 인구는 무려 300만명. 전국 캠핑장 수가 1천여개가 넘지만 밀려드는 예약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지난 2010년부터 불어닥친 캠핑 열기는 이제 하나의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급성장했다. 각종 캠핑용품은 물론 자동차, 각종 IT기기까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불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요즘 유통업계에서 되는 아이템은 오직 캠핑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캠핑의 급속한 대중화에 따른 반작용도 적잖다. 천정부지로 솟은 고가 캠핑용품 들이 가격에 비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이른바 거품 논란이다. 소비자들이 경쟁적으로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데 따른 과소비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캠핑 산업을 바라보는 일곱 개의 각계 각층의 기업들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캠핑 산업의 시작부터 향후 전망까지 짚어봤다.
1부 [마운틴이큅먼트] 캠핑의 시작은 오렌지족?
2부 [노마드] 주말 반납한 아빠, 캠핑용품에 월급도 반납
3부 [고릴라캠핑] 흙바닥에 치는 텐트, 중고면 어때“
4부 [소니] 캠핑의 추억 찍고 보고 즐기고“
5부 [쿠팡] 요즘 대세 소셜커머스-캠핑이 만났다
6부 [옥션] 철없는 캠핑, 이유있는 대박 행진
7부 [KT금호렌터카] 추억도 대여가 되나요?
“요즘 아빠랑 캠핑 한 번도 안 가본 애들 거의 없을걸요?”
MBC 프로그램 ‘일밤-아빠어디가’는 전국의 아빠들을 주말에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대신 캠핑장으로 향하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낚시나 등산과 달리 온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에서 캠핑 만큼 건전한 취미 문화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문제는 캠핑을 떠나기 위한 준비에 드는 비용이다. 기본 중에 기본은 텐트다. 여기에 그늘을 만들어 쉴 수 있는 타프도 기본 용품에 포함된다. 타프 아래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져야 하고, 음식을 하기 위한 코펠, 버너, 식기 등 취사용품도 필요하다. 해가 저문 야간에는 텐트 안에 불을 밝힐 수 있는 렌턴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 텐트 바닥에 까는 발포매트나 혹은 야전 침대 그리고 한 여름이 아니라면 침낭도 필요하다.
여기까지가 캠핑을 출발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용품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중에서 이 용품들을 모두 구입하려면 약 300~500만원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이 마저도 치밀한 가격 비교와 합리적은 구매를 통해서 산출된 금액이며, 외산 브랜드 제품일 경우 1천만원도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쯤되면 차라리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가 그리울 지경이다.
최근 캠핑이 대중화되면서 수요가 폭증하자 일부 잘나가는 업체들은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한다. 급기야 인기 외산 브랜드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 현지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최대 2배 더 비싼 폭리로 물의를 빚었다. 각종 캠핑 커뮤니티에는 차라리 이베이나 아마존에서 구매해 해외 배송비를 내는 편이 더 싸다는 구매 비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컨대 캠핑용품에 지나치게 거품이 껴있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굳이 비쌀 이유가 없는 소품들 까지도 캠핑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이다.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틈새다.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업체가 바로 ‘노마드’다.
집에서 쓰는 숟가락과 야외에서 쓰는 숟가락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캠핌용 숟가락의 가격은 보통 한 벌에 아무리 저렴해도 1~2만원이다. 티타늄으로 만들었다는 한 일본 캠핑업체의 숟가락 포크 세트는 5만원 정도 한다. 캠핑 단골 메뉴인 바베큐용 꼬챙이 4개도 2~3만원 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텐트를 칠때 끈을 고정하기 위해 땅에 박는 ‘펙’은 일종의 소모품이다. 잃어 버리거나 혹은 부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조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펙 8개들이 한 세트의 가격은 4만원. 핀 하나만 5천원이나 하는 셈이다.
이렇듯 굳이 수백만원 짜리 텐트나 수십만원 짜리 침낭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캠핑용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은 이러한 소품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비싼 가격은 제조사들의 고가 정책과 막대한 유통 마진의 합작품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5만원에 판매되는 캠핑용 나이프의 유통 구조를 살펴보면 보통 생산 원가는 1만원에 못 미친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 및 마진을 붙여 약 2~3만원 정도에 총판 업체에 이를 넘기면 다시 최종 유통단계에서 40~50%의 마진이 붙여 파는 식이다.
그간 생활 소품을 제조해 온 노마드는 지난해 중순 본격적으로 캠핑용품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노마드는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마진을 10~20% 정도로 줄이고 직접 판매를 통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했다. 쓸데없는 제품 포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산 원가도 최대한 낮추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노마드는 국산 동급 제품 대비 가격을 50% 까지 맞출 수 있었다.
판로는 소셜커머스를 비롯한 온라인 유통을 적극 활용했다. 약간의 판매 수수료를 지불하고 대신 한꺼번에 많이 파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노마드는 본격적으로 캠핑 용품을 판매하기 시작한지 불과 1년 만에 매출이 3배나 급성장했다. 제품 가짓 수도 무려 500종에 달할 정도다. 과거 생활용품 시장서 5천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제품을 취급했던 다품종 생산 및 유통 노하우를 그대로 캠핑용품에 적용한 결과다.
물론 노마드 제품의 품질이 메이저 캠핑용품 업체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세히 보면 원가 절감의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이나 설계 구조도 이미 타사에서 출시된 제품과 유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을 저렴한 가격이 덮어주고 있다.
국내 캠핑용품 시장 규모는 올해 약 4천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어디까지나 캠핑 수요가 급증하는데 따른 결과지만, 그 이면에는 지나치게 비싸게 형성된 캠핑용품 시장의 거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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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캠핑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마드와 같은 보급형 제품들이 점차 활성화 되면서 전체적인 캠핑 시장도 좀 더 건강하게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캠핑을 보다 합리적으로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움직임은 좀 더 긍정적인 측면으로 다가온다.
윤성원 노마드 대표는 “이러한 저가 정책이 전체 캠핑 시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면서도 “현재 캠핑용품은 지나칠 정도로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충분히 지금보다 더 저렴하게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