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개 아이디어 접수, 32건 발표…1년여간 4개 서비스 상용화”
SK플래닛이 SK텔레콤에서 분사하면서 시작된 사내 벤처 프로그램 ‘플래닛엑스(Planet X)’의 이야기다. 국내 IT업계에 다짜고짜 ‘혁신’ 바람이 불어올 때, 실제 실행이 옮긴 회사가 맺은 결실이자 현재 진행형이다.
7일 SK플래닛에 따르면, 현재 사내 벤처 프로그램 플래닛엑스가 상용화시킨 서비스는 지난 1월 ‘어라운더스’부터 ‘아이마그넷’, ‘띡!’, ‘웨더퐁’ 등이다.
플래닛엑스는 바텀업(Bottom up) 방식의 의사소통 문화를 통해 사업분야의 제한 없이 회사 구성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국내 대기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모델을 따라간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플래닛엑스를 두고 “관계사 직원 누구라도 소속 분야를 제한하지 않고 동료와 팀을 이뤄 회사 성장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며 “제안자가 직접 구성원 앞에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도출된 결과물을 발표하고 구성원 평가에 의해 사업화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플래닛엑스 아이디어는 사내 격월로 열리는 ‘데모대이’에서 발표된다. 발표장이나 온라인 생주계를 통해 직운들은 아이디어를 평가한다. 평가는 자체 개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평가서 구성원 및 전문평가단 60%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 인큐베이션 단계로 넘어간다. 이후 사업구체화 작업은 최대 90일이다. 이 단계에 오른 제안은 프로토타입 제작, 시장 테스트 비용, 업무추진비 등이 공식 지원된다고 한다. 독립 사무공간과 함께 이동발령에 따라 전일 업무시가도 보장된다.
2차 데모데이 평가에선 70% 이상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이 단계를 통과하면 제안자를 팀장으로 전담 팀이 구성된다. 이때부터 전사적인 지원이 제공된다. 이 과정을 거쳐 실제 소비자에게 민낯을 드러낸 서비스가 총 4종이란 설명이다.
■플래닛엑스가 내놓은 야심작 서비스는?
플래닛엑스의 아이디어 가운데 ‘어라운더스(ArounDers)’와 ‘아이마그넷(imagnet)’이 상용화 포문을 열었다. 각각 위치기반 광고 중개 플랫폼, 이미지와 스토리를 결합한 서비스다.
‘어라운더스’는 오프라인 사업자의 광고와 쿠폰 등을 위치기반서비스(LBS)를 결합했다. 모바일 광고 앱이나 지하철 역사 디지털키오스크 등의 매체를 바탕으로 한다. 500미터 근방의 프랜차이즈 매장 홍보전단이나 쿠폰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각 매장에 광고비를 받는 식이다.
‘아이마그넷’은 국내 주요 미술 갤러리와 계간 그래픽 등 전문지, 디블로, 타이니빅 등 유명 디자인 커머스 업체와 제휴를 맺고 미술, 디자인, 일러스트, 사진, 패션, 건축 인테리어 등 6개 카테고리에 4만5천여 점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이용자는 이미지에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미술관,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800여편의 스토리를 제공한다.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침체된 오프라인 미술시장을 모바일과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시도가 눈길을 끈다.
‘띡!(Beep!)’은 스마트폰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과 이어폰 단자에 끼울 수 있는 리더기를 통해 카드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다. 카드결제기나 POS 기기 없이도 앱과 폰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이 카드 계산을 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3월부터 서울 중곡시장, 인천 신기시장 외에도 소형 자영업 사업자들이 두루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실시간 정보 서비스 ‘웨더퐁’ 앱은 장마철 기간 인기를 끌었다. 반경 1km 주변의 기상정보를 1분마다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점이 강점으로 모회사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기지국을 활용했다. 현재 서울 지역 263개 기지국에 이어 내년 전국 4천여개 기상센서를 추가 구축해 손 안의 실시간 날씨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의 의도는?
상용화 서비스를 둘러보면 대기업의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 대학생 동아리나 각종 앱 공모전 수상작, 스타트업이 내놓는 서비스와 보다 닮아있다. 구조화된 조직 속에서 충분한 시장성이 담보되지 않은 체 내놓기 힘든 내용이란 설명이다.
SK플래닛은 그럼에도 플래닛엑스와 이 프로그램이 내놓는 아이디어에 무게를 싣고 있다. 창의적 업무 환경조성이라는 기업문화를 넘어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공식적인 프로세스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플래닛엑스를 위한 전담조직인 ‘플래닛엑스 인큐베이션 센터’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신설했다. 사규를 뜯어고치기도 했다. 위임전결 권한을 확대해 의사결정단계를 줄인 것이다. 수차례의 계단식 공문 결제와 발표 및 검토 단계를 간소화해 작은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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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단기적인 성과로 평가받지 않도록 최소 1년 이상 사업조직을 유지할 수 있게 보장한다고 한다. 작은 제안이라도 독창적 사업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지난 2011년 10월 첫 제안접수 이후 지금까지 약 50여 개의 아이디어를 접수, 상용화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SK플래닛은 “새로운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높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들도 구체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 구성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꾸준히 제안되고 있고 이런 아이디어들이 회사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