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크롬캐스트 4만원..."싸다 VS 돈낭비"

일반입력 :2013/07/27 09:08    수정: 2013/07/29 08:59

구글이 선보인 '크롬캐스트'가 사용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를 소개한 영미권 외신들이 4만원도 채 안 가는 플라스틱 막대기 하나가 '애플TV 대항마'라는 둥, 구글이 사용자들의 거실에 나서 스마트TV를 대체할 거라는 둥 범상찮은 화젯거리로 삼았다.

크롬캐스트는 TV용 무선 화면전송장치다. 고해상도멀티미디어인터페이스(HDMI) 단자가 있는 TV에 꽂으면 크롬 브라우저로 재생중인 동영상을 큼직하게 띄워 볼 수 있다. 그래서 크롬 '캐스트'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같은 유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와 IPTV를 쓰는 듯한 활용방식은 덤이다. 성인 엄지손가락 정도 길이의 검정색 플라스틱 몸체라 언뜻 보면 USB 플래시메모리같기도 하다.

지난 24일 소개된 크롬캐스트는 생긴 것처럼 간단한 설치과정, 다양한 단말기 지원, 1년전 선보인 미디어 공유장치 '넥서스Q'보다 간편한 사용법, 35달러(약 3만9천원)라는 가격 등으로 업계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다소 부족해 보이는 기능과 면면을 볼 때 기존 스마트TV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체할 파괴력은 없는 듯하단 평가도 나왔다. 당시 미국 씨넷은 크롬캐스트에 대해 애플TV를 잡아먹을 서비스라는 일반적 평가를 반박하며, 그 장치가 제값을 할만한 제품인지 가늠하기 위한 장단점을 상세히 분석해 제시했다.

■크롬캐스트의 약점-확장성과 부가 서비스

크롬캐스트는 일단 TV에 꽂고 컴퓨터로 조작하는 제품이다. 윈도, 맥, 크롬북픽셀 등 PC 장치와 안드로이드, iOS에서 돌아가는 모든 크롬 브라우저로 제어할 수 있다. 즉 대부분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크롬캐스트용 리모컨이 될 수 있다.

크롬캐스트로 할 수 있는 것은 이를 연결한 TV 화면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실행과 영상 재생이다. 또 구글플레이 장터에서 제공되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그리고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 라디오 '판도라' 앱이 곧 지원된다. 이밖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리모컨 구실을 하는 기기의 크롬 브라우저에 열린 웹사이트의 화면을 그대로 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이게 전부다. 아마존이나 훌루플러스, HBO Go나 애플 아이튠스의 방대한 유료 콘텐츠에는 접근할 수 없다. 이는 앞서 대항마로 설정된 '애플TV' 또는 비슷한 서비스 '로쿠'만큼 안정적인 프리미엄 콘텐츠 공급이 이뤄지진 않은 상태다. 결국 애플TV나 로쿠에 비해 크롬캐스트만으로 즐길 거리는 불충분하다.

또 화면을 전송하는 기능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다른 유사 제품에 비해 제한적이다. 일례로 애플TV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단말기와 화면을 일체화하는 기능 '에어플레이'에 비해 크롬캐스트의 화면 미러링은 모든 지원 기기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못한다. 간단한 예로 안드로이드용 오디오나 비디오 앱 화면 보내기도 안 된다.

씨넷 블로거 존 P. 팔콘은 iOS 기기에선 에어플레이 스트리밍이 운영체제(OS) 수준에 통합돼서 애플TV로 모든 오디오 앱 음량조절을 모바일기기의 터치로 할 수 있고, 거의 모든 비디오 앱이 스트리밍을 보여줄 수 있다며 구글이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제공해 곧 나올 수도 있지만 스포티파이 앱 화면과 소리를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TV로 보내는 건 아직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크롬캐스트를 사용시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HDMI에 꽂히는 단자와 별개로 전원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용에 번거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TV에 붙은 USB포트를 전원으로 쓸 수도 있긴 한데 이를 위한 별도 전원선을 연결해야 한다.

또 TV에 HDMI 단자 여유분이 없을 경우 크롬캐스트를 연결하는 건 더이상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요새 HDMI를 연결하는 기기가 게임콘솔, 케이블방송 셋톱박스, 가정용 미디어플레이어 등 다양하다. 이미 이를 구입해 사용중인 이들이라면 HDMI 단자가 모자랄 수 있다. HDMI 단자를 매번 바꿔 끼우는 방식은 너무 번거롭다.

이와 별개로 크롬캐스트가 제공하는 기능 가운데 '스마트TV'와 견줄만한 부분들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같은 영상 서비스는 사실 거의 대부분의 TV 연결 장치에 함께 제공된다. PS3 사용자가 모바일 앱 연계기능 'TV로 보내기'같은 걸 할 수 있는 마당에 크롬캐스트가 굳이 필요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편 크롬캐스트 자체의 신선함도 지적요소다. HDMI 단자에 뭔가 연결해 일반 TV를 IPTV 성격을 포함한 스마트TV로 변신시켜주는 장치로 크롬캐스트가 최초는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앞서 등장한 타 업체들의 유사 기기는 사업적으로 큰 흥행을 거두진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가격'이 모든 것을 상쇄한다

씨넷은 크롬캐스트가 인기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평했다.

크롬캐스트 기능과 유사한 화면 스트리밍 기능 가운데 이만큼 여러 종류의 기기를 지원하는 사례는 아직 없다. 크롬캐스트는 앞서 소개했듯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과 태블릿뿐아니라 애플 iOS 기기와 맥, 윈도PC와 크롬북픽셀의 크롬OS까지 지원한다. 블랙베리와 윈도폰 사용자가 배제됐긴 하지만 많은 사용자 기반을 아우를 수 있다. 반면 애플 에어플레이는 iOS나 맥PC와 아이튠스 소프트웨어로만 쓸 수 있다. 안드로이드4.2 젤리빈이 보여준 신기능 '미라캐스트'가 좀 더 앞서 나온 구글의 에어플레이 라이벌인데, 이는 대중적으로 지원되는 기능이 아니다.

이밖에 윈도 기반 노트북 영상을 TV로 미러링해주는 인텔의 '와이다이'도 조작용 디바이스 지원 범위는 다양하나, 호환되는 화면용 수신장치가 드물거나 있어도 사용자 입맛에 들어맞지 않는다.

또 크롬캐스트에 기본 내장된 앱 역시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설 수 있다.

아까 유튜브와 넷플릭스같은 앱을 지원하는 셋톱박스형 제품은 흔하다고 했지만 로쿠에는 네이티브 유튜브 앱이 없다. 네이티브 앱이 없다는 건 유튜브를 기기에서 곧바로 실행하는 게 아니라 브라우저로 웹사이트에 들어가 유튜브를 띄워야 한다는 얘기다. 안드로이드용과 iOS용 '트웡키'라는 앱은 유튜브 영상을 로쿠 기기로 스트리밍해 주는데, 유튜브를 주요서비스로 보지 않는다면 그다지 대단한 서비스도 아니다.

크롬캐스트는 크롬 브라우저로 띄우는 사이트와 별개로 설치가 가능한 내장 앱개발 SDK가 제공되고 있다. 이를 사용하면 유명한 앱을 통해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에어플레이 방식의 앱내 스트리밍을 즉시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씨넷은 인기가 많은 앱을 활용해 크롬캐스트를 대중화시킨다면 나머지 네이티브 방식으로 지원되지 않는 OS 등의 문제는 무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명 앱이 SDK를 통해 크롬캐스트 네이티브 방식으로 제공되고 나머지는 웹을 통해 즐길 수 있다면, 모바일OS에 통합되지 않는 스트리밍이 딱히 불리하진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35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은 크롬캐스트를 둘러싼 논의의 시작과 끝이다. 구글이 이 단순한 기능을 갖춘 부가장치의 판매 가격을 35달러로 설정함에 따라 앞서 지적한 여러 사용상의 약점들이 꽤 효과적으로 배제된 것처럼 느껴진다.

구글이 지금으로부터 거의 1년 전인 지난해 8월 '넥서스Q'를 300달러에 내놓을 계획이라 알렸던 점과 견주면 얼마나 파격적인 가격인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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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Q는 당시 크롬캐스트와 거의 비슷한 기능을 제공했지만 앱이나 SDK같은 별도 콘텐츠 확장성은 없었다. 대신 자체적인 연산장치를 갖고 있는 별도의 컴퓨터 역할을 해서 비쌀 뿐이었다. 이 제품은 처음 소개 직후 딱히 재주도 없는 게 비싸기만 해서 제값을 할 가능성이 0에 수렴할 거란 혹평에 시달렸다.

그에 비해 크롬캐스트는 최소한 4가지 확실한 재주를 갖췄다. 구글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그 콘텐츠 제공간에 광고를 끼워 보여줄 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 것도 못 보는 것보단 낫다. 또 크롬캐스트의 실제 구매 가격은 3만9천원보다 훨씬 싸다. 정가 35달러 가운데 약 24달러(약 2만7천원)는 구매자들에게 무료 제공되는 넷플릭스 유료콘텐츠 3개월치 이용권에 해당한다. 실제 크롬캐스트 가격은 11달러(약 1만2천원) 남짓, 즉 카페라떼 2잔 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