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위기극복은 지역성 회복부터”

성기현 티브로드 커뮤니티 본부장 인터뷰

일반입력 :2013/07/26 09:57    수정: 2013/07/26 10:53

전하나 기자

“소(SO)는 누가 키우나”

올해 초,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케이블TV) 관련 정책을 어느 부처에서 할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 뜨거웠다. 개그 프로그램의 지나간 유행어가 다시 등장해 입에 오르기도 했다.

성기현 티브로드 커뮤니티 본부장(전무)은 2002년부터 십년 넘게 ‘소(SO)‘를 키우고 있다. 씨앤앰, CJ헬로비전을 거쳐 케이블TV협회 사무총장까지 역임한 뒤 2011년부터 티브로드에 몸담고 있다. 자타공인 ‘케이블맨’이다.

케이블TV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보고 합류했던 그도 “최근 케이블은 위기”라는데 공감한다. 1995년 출범 당시에는 뉴미디어의 대표주자로 불렸지만 그 타이틀은 이제 IPTV(인터넷TV)에 빼앗긴지 오래다. 상대적으로 올드미디어로 분류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단지 IPTV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에서만 케이블의 위기를 찾지 않는다. 케이블이 지금 겪고 있는 패배감은 바로 케이블 스스로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성 본부장은 “케이블방송사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2005년 즈음 경영 효율화를 위해 계열SO의 통합 운영을 강화하면서 지역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그가 꼽는 해법은 바로 ‘지역성의 회복’이다. 티브로드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총 250억여원을 투자해 지역채널 서비스 고도화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티브로드는 2011년부터 보도정보시스템 구축과 HD송출 전환을 완료하고 HD중계차 등을 도입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50억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성 본부장은 “지역채널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영업, 기술 조직 뿐 아니라 보도제작 부문에서도 다시 지역을 세분화하는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티브로드는 최근 통합운영 해오던 서울 지역 보도국을 동∙서 지역 2개로 분리 운영했다.

제작시설 투자 뿐 아니라 지역밀착형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지역 뉴스를 강화했다. 그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지역보도국의 모습을 보면 그저 지상파 아류를 만들어내기 급급했다”며 “지금은 전국 뉴스를 아예 내보내지 않고 철저히 지역민의 이야기만 다룬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인천, 대구, 수원, 안양을 포함한 지역 연고구단 프로축구 중계도 하고 있다. 2부 리그, 실업 리그도 생중계한다. 인천 전국 체전을 앞두고 지역의 아마스포츠 팀이나 유망주 등을 발굴해 소개하는 일도 앞장서고 있다. 성 본부장은 “다양한 장르, 비인기 종목 등에 대한 편성을 확대해 진정한 지역 스포츠를 활성화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숨어있는 역사와 인물 혹은 미담 사례들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도 적극 제작하고 있다. 이중 ‘한류 열풍의 뿌리, 조선통신사 취타대’는 ‘2013 케이블TV방송대상’ SO작품상을 수상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른 MSO들이 N스크린 앱을 경쟁적으로 앞다퉈 내놨을 때에도 티브로드는 가장 먼저 지역채널 앱을 선보였다. 올해 1월부터는 SO업계 최초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역채널 자막방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성 본부장은 “지역민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고 지역의 평범한 스토리를 담아내는 ‘로컬리즘’이 앞으로 티브로드가, 케이블이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성기현 본부장은

관련기사

본래 전공은 로보트 공학이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의 협력업체에서 우주왕복선(스페이스셔틀) 엔지니어로 일했다. 90년대 초반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했다. 95년과 96년 ‘무궁화 위성 1, 2호’에 참여했다.

이후 위성 사업을 준비하던 현대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IMF를 맞으면서 사업이 중단되자 통신단말기와 해외 마케팅 부서로 갔다. 당시 나온 휴대전화 ‘걸리버’는 ‘걸면 걸리는 걸리버~’라는 카피로 인기를 끌었다. 위성방송이 출현하고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이 시작되던 시기, 씨앤앰과 첫 인연을 맺은 후로 케이블 외길인생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