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송사의 정보시스템을 직접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보보안을 명분으로 사내 주요망에 접근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데 지상파 4사가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이는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을 강조한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2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연합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 “지상파방송시설의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 및 그에 따른 정보 보안감사 실시 철회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이달 초 2017년까지 방송·통신·의료·교통 등 민간 분야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국가 사이버 안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방송사와 금융시설 전산망이 마비된 ‘3·20 사이버 테러’의 후속조치 성격이다.
미래부는 당장 올 하반기에 지상파 4사를 기반시설로 추가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주요통신기반시설로 지정되면 국가정보원 혹은 미래부가 제작 및 송출 시스템을 포함한 방송시설 전반에 대한 정보보안대책 이행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협회는 의견서에서 “방송사의 제작 및 송출 시스템에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부나 기업의 비공개 정보, VIP 관련정보, 취재계획, 출연자 인적사항, 내부 고발자 정보 등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가 담겨있다”며 “이런 정보가 점검을 명목으로 정부 기관에 노출된다면 이는 곧 언론사찰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언론기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현재까지 어떤 정권, 어떤 국가기관에서도 주요 정보망에 직접적으로 접근한 일이 없었다. 때문에 방송사 기반시설 지정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와 방송 독립성 보장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방송사들은 미래부가 기반시설을 확대 추진하는 이유부터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사이버테러 당시 방송사 내부 방송시설망은 외부망과 차단돼 있어 방송 송출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지상파방송사는 네트워크 보안관리를 위해 제작 및 송출시스템인 내부망과 직원 업무용 외부망을 분리구축하고 2중 3중의 벽을 통해 내부망에 대한 접근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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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방통위로부터 비슷한 정보 보안감사를 받고 있는 지상파방송에 국정원 또는 미래부가 확대 적용을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규제라는 주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상파방송은 지난 사이버테러 이후 정보보안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사이버 공격 대응 종합대책을 마련해 보안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며 “방송사 자율적으로 정보보안 강화하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래부는 “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 추진은 언론 통제와 사찰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정책 철회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