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통신사의 관계가 최근 들어 프레너미(적이자 동지인 관계)로 돌아섰다.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클라우드 시장을 두고 IT서비스, 통신사의 업종간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양 업종은 시스템 구축에서는 협력을 하기도 한다. 가령 IT서비스 업체인 SK C&C는 SK텔레콤의 IT 시스템 개발, 운영을 담당한다. LG CNS는 LG유플러스의 시스템 구축, 운영 등을 한다. LG유플러스는 LG CNS 데이터센터에 시스템 운영을 위탁하기도 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사, IT서비스 업체간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아직 동일그룹 내의 계열사 간 경쟁은 심하지 않지만 비교적 그룹 내의 경쟁 관계에서 자유로운 KT의 기업용 솔루션 시장 공략이 거세다.
클라우드 사업, 시스템 구축 시장 경쟁에서 KT가 거론된다. KT는 최근에는 금융권 망분리 사업까지 뛰어들었다. KT가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보여줄 경우 다른 통신사들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IT서비스, 통신 등은 기존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체기에 들어선 ICT 시장과 매출 확대의 필요성이 양 업종을 경쟁관계로 몰아붙인다.
■일본 클라우드 KT vs LG CNS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KT가 유클라우드 사업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LG CNS와의 한판 경쟁이 전망된다. 양사는 모두 글로벌클라우드의 첫 번째 시장으로 일본을 공략하며 경쟁을 시작했다.
KT, LG CNS는 일본기업, 일본에서의 사업을 추진하려는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센터 입주 기업을 모집한다.
KT는 지난달 김해 KT 데이터센터의 유클라우드재팬존을 만들었다. 김해 데이터센터의 클라우드는 우리나라 영업은 KT가, 일본 내에서는 화이트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소프트뱅크가 맡는다. 김해 데이터센터는 일본 전용망 사용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해 바로 옆 부산에는 LG CNS가 일본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부산글로벌클라우드데이터센터가 있다.
LG CNS 글로벌클라우드데이터센터는 정부, 부산시 등의 지원 아래 최첨단 설비로 무장했다.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에 고무로 된 댐퍼를 설치하는 등 지진에 민감한 일본 기업을 사로잡기 위한 시설도 마련했다.
양사는 은근히 서로를 경계하며 자사의 경쟁력을 강조한다.
■KT, 차세대 사업 등 제안서 내기도
KT는 클라우드 뿐만 아니라 여타 IT서비스 시장에서도 경쟁관계를 형성한다. 지난 5월 LG CNS, KT 양사는 한국스마트카드 2기 통합정산 시스템 사업을 두고 경쟁했다. KT는 한국스마트카드 2기 사업에서 유일하게 LG CNS의 경쟁사로 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사업은 시스템 구축, 운영 사업자인 LG CNS가 수주했다.
앞서 KT는 올 초에는 국방부 통합정보관리소 사업 경쟁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 사업은 IT서비스 빅3 3개사 외 KT가 경쟁했다. 국방부는 SK C&C를 낙점했다.
KT 관계자는 “KT는 기존의 통신서비스 업체가 아닌 ICT종합 업체로 발전했다”며 “시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KT는 그동안 통신 인프라를 활용한 기업 시장을 공략했다. IP텔레포니 등 기업 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최근에는 망분리 개발 사업에도 KT가 뛰어들었다. 올해 망분리가 활발하게 추진되는 금융권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 KT가 망분리 노하우 등을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영업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통해 축적한 가상화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KT가 기업용 ICT 사업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이 시장을 노리는 중견 IT서비스, 솔루션 총판 업체 등과의 정면 승부가 예상된다. 이밖에도 KT는 u씨티, 스마트워크, 보안 등 기존 IT서비스 업체가 해왔던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
KT는 IT서비스 업종과 경쟁관계라는 점을 인정한다. KT 관계자는 “IT서비스 업체와는 경쟁구도가 맞다”며 “기업 사업에서 다양한 IT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동일그룹사 내 계열사 같은 사업하기도
IT서비스, 통신사 등은 그룹 내 계열사에서도 경쟁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LG 그룹 내에서는 LG CNS, LG유플러스가 데이터센터 사업을 한다. 동시에 LG유플러스는 LG CNS에 IT시스템 인프라 개발, 운영 관리를 맡기기도 한다.
다만 동일 그룹사 내에 속해 이는 회사들은 카니발리즘은 아니라며 경쟁관계로 보는 시각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LG CNS 관계자는 “사업 영역은 동일하지만 공략 시장은 다르다”며 “복잡한 관리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은 IT서비스 업체가, 대중화된 서비스는 통신사가 유리해 다른 강점으로 시장에 접근한다”고 강조했다.
동일하게 스마트브랜치 사업을 하고 있는 SK C&C, SK텔레콤도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현재는 고유의 영역을 강조하지만 향후 시장이 확대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 영역은 무너질 수 있다. LG CNS는 연초 게임사 등 중소형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 파일럿 프로그램을 돌려본 바 있다. 수익이 난다면 동일한 계열사라도 중소기업 시장을 두고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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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은 SK텔레콤이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을 수행한다. 상대적으로 SK C&C는 클라우드 사업에 관심만 둔 채 사업을 본격화하지는 않았다. SK C&C도 시장만 확대된다면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SK C&C 관계자는 “클라우드 사업을 할 수 있는 노하우는 모두 갖췄다”며 “시장만 열린다면 뛰어들 수 있는 준비는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