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 컴퓨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던 시절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486 컴퓨터라는 추억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인텔 80486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장착했다고 해서 486 컴퓨터라고 불린 골동품 PC에 최신 PC부품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장착한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끈다.
화제의 주인공은 SSD 전문업체 리뷰안테크 안현철 대표다. 그는 오래된 노트북 수집광이기도 하다. 원래 노트북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SSD 호환성 테스트를 위해서 150여종의 노트북을 보유하고 있다.
안 대표가 가진 대부분 노트북에는 SSD에 장착돼 있다. 그는 올해 초 삼성전자의 초기 486 노트북 spc5800에 SSD를 장착하기 위해 IDE 방식의 8GB SSD를 별도 제작했다. 구형 노트북의 경우 SATA 인터페이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IDE 인터페이스의 SSD를 별도 제작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8GB SSD를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삼성 노트북 spc5800은 486DX50 CPU를 비롯해 8M RAM, 270MB 하드디스크드라이브, 9.5인치 TFT 디스플레이, 3.5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를 장착한 제품이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3.1과 DOS를 병행 탑재했다.
안 대표는 8GB SSD 용량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하고 2GB SSD를 다시 제작해 장착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물론 2GB 전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540MB만 인식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SSD를 장착한 486 노트북의 속도는 대폭 빨라졌다. 조금 욕심을 내 윈도우95를 설치하고 부팅시간을 측정했더니 불과 4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애당초 486 컴퓨터에 윈도우95는 설치하는 것 자체가 버거울 정도다. 요즘 윈도8과 같은 최신 운영체제는 10초 미만이면 부팅이 완료되지만 당시에는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고 최소 커피 한 잔은 마실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부팅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소음도 크게 줄었다. 당시 노트북은 켜자마자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굉음이 난다. 그러나 굉음의 주범인 HDD를 떼고 SSD를 장착했더니 상당히 정숙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이유는 과거 PC들이 RAM 메모리가 적어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서 가상 메모리를 끌어다 쓰는 ‘하드스왑’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SSD는 이러한 하드스왑 속도가 RAM 못지않을 정도로 빠르다.
그는 용산에서 그가 지금까지 수집한 노트북 150대를 전시한 쇼룸을 지난 가을 열었다. 현재는 리모델링을 거쳐 조만간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그가 가진 노트북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버터플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IBM 씽크패드 701C다. 지금도 시간만 나면 오래된 노트북을 사러 다닐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지금은 대우전자 솔로 7420T 486 노트북을 찾고 있지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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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노트북을 모으기 위해 쓴 돈은 대략 1억원 정도. 올해 초에는 특허청에서 디자인 관련 전시회에 그가 수집한 노트북 대부분을 무료로 전시하도록 제공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SSD는 아직 제품별로 특성을 많이 타기 때문에 수많은 호환성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노트북을 모으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 향후 SSD 대중화를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