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달려 한게임이라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사회적으로 설정된 성공만을 향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다. 사회적 가면으로의 김범수를 벗고 인간 김범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정혜신 박사를 만났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고백이다. 한게임과 카카오톡이라는 대박을 터뜨리며 대표 벤처기업인으로 승승장구했다고 알려진 그 역시 슬럼프가 있었다.
김 의장은 26일 서울 역삼동 C&K빌딩에서 열린 ‘마인드프리즘’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심리 치유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살면서 남들과 싸우지 않았던 경험을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정혜신 박사를 만나 얘기하니 그게 ‘감정마비’로 가는 첫 단계라더라”고 했다. 더 깊이 심리분석에 들어가니 어린시절 받았던 상처가 트라우마로 밝혀졌다.
그는 “술 마시고 들어온 아버지가 어머니와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던 순간에 느꼈던 무력감, 이게 감정억제의 실체였다”며 “내가 평온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감정억제라는 걸 깨닫고 솔직한 나를 마주보니 삶의 다음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정혜신 박사가 운영하는 마인드프리즘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기업 CEO와 임원 등을 대상으로 심리치유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회사를 향후 사회적 기업, 더 나아가 재단의 형태로 키우겠다는 포부에서다.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500만원 상당의 심리 상담을 압축해 8만원짜리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게 바로 <내마음보고서>다.
<내마음보고서>는 ‘나’의 주요한 심리적 특징이 직장, 가정 등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주는 개인 맞춤형 심리보고서 서비스다. 600여개 문항이 담긴 질문지를 완성하고 나면 한 권의 책으로 받게 된다. ‘내 마음’에 대한 전문적인 심리 분석과 함께 나만을 위한 처방시(詩)가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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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듯 마음을 진단하고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마인드프리즘이 발표한 ‘2013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은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캠페인은 판매원·상담원과 같은 감정노동자부터 방송인·연예인, 성직자, 법조인, 사회복지공무원 등 500여명을 선정해 <내마음보고서>를 지원한다.
김 의장은 이날 자신이 받은 처방시도 소개했다. 안도현의 ‘간격(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중략)/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