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참전용사들에게 6.25를 보여줘”

구글 행아웃 활용한 ‘버추얼 포토워크’ 운동 한국서 태동

#25일 오전 5시 반 동이 막 틀 무렵, 10명의 사람들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과 부산 UN기념공원을 찾았다. 각자 스마트폰, 카메라, 노트북을 손에 든 채였다. 이들은 어슴푸레한 새벽을 헤치고 참전용사비과 묘지의 곳곳을 비췄다.

#24일 오후 3시 반 미국 미주리주, 40여명의 6.25 참전 미국 퇴역군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63년 전 떠난 뒤 한번도 찾지 못했던 한국의 풍경을 벅찬 마음으로 봤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공간에서 생명부지의 이들이 구글의 화상채팅 서비스 ‘행아웃’으로 연결됐다. ‘버추얼 포토워크(Virtual Photo Walk)’ 일환이었다.

버추얼 포토워크는 캐나다의 사진작가 존 버터릴(John Butterill)이 시작한 운동이다. ‘걷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걷는다’를 모토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곳을 실시간 화상 채팅으로 대신 보여주는 일을 한다.

지난 17일 ‘버추얼 포토워크 코리아’가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출범했다. 한국 커뮤니티가 개설된 지 일주일 만에 140여명이 자원봉사 참여를 신청했다.

이날 행사는 버추얼 포토워크 코리아 자원봉사자들이 첫 프로젝트로 직접 기획한 것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사진을 찍고 미국서 존 버터릴이 참전용사들과 함께 행아웃을 호스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버추얼 포토워크 코리아 운영진인 강원모㉒씨는 “준비기간이 출범부터 열흘이 채 안돼 빠듯했지만 많은 분들이 흔쾌히 뜻을 모아 일을 수월히 벌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참전용사들을 위한 행아웃 진행을 제안한 강씨는 “자신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장소에 정작 오지 못하는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변화하고 발전해가는 한국을 보여드릴 수 있어 뜻깊었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중 한명으로 이날 행사에 직접 참가했던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의 종사자 입장에서 기술이 시공간을 초월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여기서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다는 것이 무척 뿌듯했다”면서 “앞으로도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버추얼 포토워크는 여러 명이 함께 할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한 사람이 중계하다 끊기면 옆 사람이 이를 이어받는 협업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버추얼 포토워크 코리아는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