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동네 깡패다. 이제 미디어시장의 경쟁은 동네 건달끼리가 아니라 전국구 조직원의 싸움, 나아가 전세계 마피아, 야쿠자와의 싸움이 되야 한다.”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20일 국회서 열린 방송공정성특위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김 교수의 발언은 케이블TV 사업자가 전국 77개 방송구역 중 3분의 1(25개), 전국 케이블TV 가구수 중 3분의 1(약 500만명)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 현 방송법을 꼬집은 것이다.김 교수는 “3분의 1로 케이블 사업자의 성장을 제한하면 투자가 저해되고 시장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우리 사업자가 글로벌, 최소한 동아시아 시장에서 겨룰 수 있도록 규모를 키우는 게임의 룰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현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매출 총액의 33% 초과 금지 규정에 따라 대형 PP라고 해도 연 매출 5천억 성장이 어렵다”며 연매출 20조~30조를 바라보는 해외 콘텐츠 기업과의 경쟁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상황만 봐도 지상파방송이 9천억 매출을 올리는 것을 생각하면 유료방송의 시장성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는 설명이다.이런 배경에서 김 교수는 PP의 매출 제한을 PP 매출 총액(홈쇼핑 제외)의 33%에서 점진적으로 최대 49%로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33%는 경제학적으로도 아무 논리가 없는 근거로 수치 설정부터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대형 PP의 중소 개별 PP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오히려 경쟁력 없는 PP퇴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정말 보호해야 하는 PP들은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양동작전을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김 교수는 양질의 방송 콘텐츠 생산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냐는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투자 여력이 없어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어느 정도 체급이 돼야 한다. 때문에 대형 사업자를 키워야 하고 이들의 우산 하에서 다른 중소 사업자들이 공존하는 안정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에 대해 김 의원은 “대기업의 ‘낙수효과’는 우리 경제 전반에서 입증된 것”이라며 “파이를 키워야 나눠 먹을 수 있는 게 생기지 않겠느냐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조해진 새누리당 간사도 “경쟁력과 잠재력을 가진 사업자를 묶어서 공정, 균형 유지하는 제도의 형태가 국가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한 접근은 아니”라며 힘을 실었다.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궁극적으로 매출액 제한을 두지 않고 PP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창조경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반면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은 방송법 시행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규제 완화로 CJ E&M과 같은 대형 PP에 ‘매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CJ는 우리 사회에서 삼성 못지 않은 슈퍼갑”이라며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유도하되 대자본에 대한 규제장치는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특정 사업자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최민희 민주당 간사는 “방송법이 산업진흥을 위해 계속 짜깁기되면서 모법의 많은 것들이시행령으로 위임되고 이에 따라 로비가 발생하는데 지상파는 물론 통신사, MSO 등 방송계의 ‘슈퍼갑’들 뒤에 있는 재벌 대기업들이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고 시도한다”며 “지금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송의 정신이 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이날 여야 의원들과 진술인들은 SO의 소유겸영 규제완화에 대해선 “필요하다”는데 뜻을 함께 하면서도 케이블SO들의 지역성 책무가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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