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NHN을 필두로 포털 전방위 조사에 나서면서 업계의 표정이 갈리고 있다. 정부가 포털업계 갑을(甲乙)구조를 청산해줄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 한편에선 본질적으로 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조사는 포털이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 거래행위를 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6월 국회서 논의될 예정인 공정위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법에 손발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사태 이후 잇달아 사회 곳곳의 갑을관계 병폐가 터져 나오면서 여야의 조속한 법안 처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몇해 전부터 제기돼왔던 NHN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조사가 해당 논의를 위한 근거 마련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조사 자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를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일 결우 불공정 거래행위가 있다면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통신시장에서 발생하는 시장지배력을 평가하고 이를 서비스나 요금제 등의 규제 근거로 삼아왔다. 기간통신사업자에 한정하던 이 평가에 포털을 포함한 부가통신사업자까지 넣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주파수를 할당받아 쓰는 기간통신사업자(통신)와 전용회선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부가통신사업자(포털)를 나란히 놓고 평가하는 것이 맞냐는 데에는 반박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김상헌 NHN 대표는 “국가의 망을 허가 받아서 쓰는 이통사와 진입 장벽 없이 무한 경쟁인 포털사에 대한 독과점 논의의 출발은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 획정에도 문제가 있다. 예컨대 만약 인터넷 검색 광고 시장을 문제 삼는다고 하면, 인터넷 검색광고 자체가 독립적인 시장이 아니고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는 신문광고, TV광고 등이 있기 때문에 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공정위도 이 같은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공정위는 2007년 NHN을 조사해 이듬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면서 불공정 거래를 제재했지만 서울고법은 이러한 시정조치가 부당하다고 NHN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공정위가 일반적인 시장획정 원칙에 반해 포털시장의 개념을 협소하게 봤다”고 판결했다.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특성상 개별 서비스별 점유율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기협 관계자는 “포털은 임의적으로 특정 서비스 형태를 지칭하는 것이지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포털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며 “인터넷검색 점유율이 규제 근거의 출발점이라면 검색 행위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인터넷 전반으로 규제가 뻗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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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도 “국내 인터넷시장서 검색포털이 아직은 우위에 있지만 계속 다양한 사업 층위가 생겨나는 상황이므로 섣불리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 생태계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포털 독과점 폐해에 대해선 그간 언론 등에서 지적한 혐의점들만 있을 뿐 이른바 유통업계의 밀어내기와 같은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검색은 이용자가 클릭 한번으로 이동이 가능한데 이에 대한 점유율만 가지고 갑의 횡포를 논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