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는 PC회사를 구원하지 못한다

일반입력 :2013/05/25 09:35    수정: 2013/05/25 09:39

델, HP. 대표적인 x86서버업체의 분기실적이 발표됐다. 두 회사 모두 개인용 PC사업의 위기를 서버 등 데이터센터 솔루션사업으로 돌파하려 노력중이지만, 위기상황 타개엔 힘이 부쳐보인다.

지난 16일 델은 회계연도 2014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순익 1억3천만달러(주당 7센트), 매출액 140억7천만달러란 성적표를 공개했다. 순익은 전년동기대비 79.6% 급감했고, 매출도 2.4% 줄었다.

또 지난 22일 HP는 회계연도 2013년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순익 11억달러(주당 55센트), 매출 276억달러라고 밝혔다. 순익은 전년보다 32% 줄었고, 매출도 10% 감소했다.

두 회사 실적부진 모두 PC사업부의 급격한 매출감소와 영업이익축소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PC사업 대신 기업용 솔루션과 서비스 사업으로 주요 영역을 이동하려는 시도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델과 HP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PC사업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강조하지만, 그 실현 시점은 아직 요원하다.

■순익 급감, PC매출 하락세보다 더딘 기업시장 성장

델의 지난분기 PC사업은 처참하다. 엔드유저컴퓨팅 매출은 89억달러로 전년보다 9% 줄었다. 영업이익은 2억2천400만달러로 1년전보다 60%나 더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2.5%에 불과했다.

데스크톱이 2% 줄어든 33억달러, 노트북 및 태블릿 등이 16% 줄어든 36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델 엔터프라이즈솔루션그룹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등을 판매하는 이 사업부의 매출은 30억9천300만달러로 전년보다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1억3천600만달러로, 영업이익률은 4.4%를 기록했다.

서버와 네트워킹 사업의 매출은 늘었다. 두 분야를 합친 매출은 27억달러로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델의 서버는 세계 SNS기업 75%과 5대 검색엔진업체 중 4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스토리지사업은 매출하락을 이어갔다. 스토리지 매출은 전년보다 10% 줄어든 4억2천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사업 매출은 21억달러로 전년과 비슷했다. 영업이익률은 17.6%로 전년보다 소폭 개선됐다. 유지보수 매출이 12억달러로 2% 증가하는데 머물렀고, 인프라, 클라우드, 보안 등의 매출이 6억1천200만달러로 11% 증가했다.

소프트웨어매출은 2억9천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성장률자체는 전년보다 높았지만, 8천500만달러 손실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개인용 기기사업이 기업용 솔루션사업에 비해 2배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면서 전반적인 위기상황이 고착되는 모습이다. 부분적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뿐이다.

PC매출의 하락세가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장세보다 가파른 기울기를 보인 것이다.

■전 사업부 매출감소, 매출비중은 균형이뤄

HP의 성적은 델보다 더 좋지 않다. 델이 일부 사업부에서 매출 신장을 이뤄가는 반면, HP는 모든 사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프린팅퍼스널시스템그룹(PPSG)은 전년보다 12% 줄어든 136억6천5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PC사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2억3천900만달러로 1년전의 절반수준으로 급감했다. 노트북 매출이 24% 줄었고, 데스크톱매출도 19% 줄었다. 프린터의 경우 영업이익 9억5천800만달러로 1년전보다 25% 가량 개선됐다.

엔터프라이즈그룹은 전년보다 10% 줄어든 68억1천9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억8천200만달러로 15.9%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엔터프라이즈서비스는 8% 줄어든 59억9천900만달러, 소프트웨어사업은 3% 줄어든 9억4천1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엔터프라이즈그룹의 인더스트리스탠더드시스템(ISS)사업 매출은 12% 줄었고, 비즈니스크리티컬시스템(BCS)사업 매출이 37%나 줄었다. 스토리지 매출도 13% 줄었다. 네트워킹 매출은 1% 증가해 사실상 정체됐고, 테크놀로지서비스 매출은 3% 줄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컨버지드시스템 매출이 3억4천900만달러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는 점이었다.

지난 분기 성적 자체는 HP가 델보다 마이너스 일색이지만, 향후 분위기 반전의 기미는 보였다.

일단 PC와 프린터 사업 매출 비중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및 서비스 매출 비중이 거의 비슷해졌다. 6대 4 정도의 비율이었던 게 올해들어 5대 5 수준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러나 PC와 기업용 솔루션 매출이 동반 하락하는 와중에 PC매출감소세가 더 컸던 것에 따른 결과다.

PC와 프린터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엔터프라이즈그룹의 영업이익률이 15%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다행스러운 점이다.

■IBM 같은 회사되려면 멀었다

악전고투에도 불구하고 델과 HP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받는 시점은 아직 멀어보인다.

두 회사 모두 IBM과 같은 기업용 서비스사업 중심의 회사로 변모하려 노력중이다. 델은 주주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장철회란 강수까지 뒀다.

기업용 서비스사업은 단기적인 하드웨어 매출과 별도로 기술지원서비스와 통합아웃소싱 서비스, 비즈니스 컨설팅 등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단, 서비스사업을 안착시키려면 우선 하드웨어 매출을 먼저 늘려야 한다. 델과 HP는 x86서버를 핵심 하드웨어로 삼기 때문에, 하드웨어 매출을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시장 자체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은 IT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다, 클라우드 컴퓨팅 등 하드웨어 구매비용절감을 유도하는 게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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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서버구매고객인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서비스 회사들은 델이나 HP의 서버보다 자체개발품을 사용하려 시도하고 있다. 텃밭마저 무너지는 상황인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완벽한 변신을 위한 강력한 한방이 부족하다. IBM이 PC사업을 레노버에 매각했던 것과 같은 획기적인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