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시장, EMC는 왜 강한가

일반입력 :2013/05/16 16:22    수정: 2013/05/16 16:23

EMC는 전세계 스토리지 시장 부동의 선두다. 넷앱이 빠르게 추격하고, HP, IBM, 델 등 내로라하는 대형 IT기업이 도전하지만, 여전히 제왕 EMC의 지위는 확고하다.

한국EMC의 경우는 1위란 지위가 더 확고하다. 국내 시장의 4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다. 글로벌 평균보다 많은 점유율이며 8년째 1위다. EMC는 일순간 흔들리는 듯 하다가도 금방 원래 컨디션을 회복한다. 경쟁사들은 EMC의 순발력과 맷집에 혀를 내두른다.

경쟁사에서 보는 EMC의 강점은 마케팅과 영업력이다. 본사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과 각 지사의 저돌적인 영업력이 합쳐져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쉽고, 세련된 강렬함으로’ 포장의 힘

EMC를 두고 경쟁사들은 ‘마키텍처 회사’라고 부른다. 난해한 기술과 제품을 사용자가 받아들이기 쉽게 잘 포장한다는 의미지만, 과대포장을 잘 한다는 비아냥도 담은 말이다.

스토리지 회사로 시작한 EMC의 최근 마케팅 키워드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보안 등이다. 세 키워드 모두 전반적인 IT 아키텍처에 대한 부분이라 스토리지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클라우드는 VM웨어, 빅데이터는 피보탈, 보안은 RSA 등에서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EMC의 주요매출원인 스토리지사업부는 세 영역에 스토리지 박스와 SW를 제공하는 역할만 한다. 그럼에도 EMC는 스스로를 데이터센터 전체 아키텍처를 책임질 수 있는 회사로 포장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란 단어는 다른 세상에서 유행하던 말이었지만, EMC는 재빨리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마케팅 메시지도 간결하다. 클라우드로의 여정이란 단어는 EMC가 퍼뜨린 말이다.

EMC근무경력을 가진 업계의 한 관계자는 “EMC는 다른 회사에 이미 존재하거나, 이미 공급해오던 기술을 당대 유행에 맞춰 새로운 것처럼 포장하는데 뛰어나다”라며 “당시 트렌드에 회사의 솔루션을 연결시키고, 간명한 메시지로 주목도를 높이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능력은 선수를 빼앗겼어도 금세 추격하는데서도 발휘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다. NAS와 SAN이란 전혀 다른 프로토콜을 하나의 스토리지로 해결한다는 유니파이드 스토리지는 처음 넷앱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다.

EMC는 유니파이드를 찾는 고객에게 게이트웨이를 개발해 대응했고, 이후 미드레인지 라인업을 VNX로 통합해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면서 EMC VNX 제품명을 넷앱 FAS시리즈보다 숫자를 하나씩 높여 지었다.

VNX는 VNXe3000, VNX5000, VNX7000 등으로 판매된다. 각각 넷앱의 FAS2000, 3000, 6000 등과 경쟁하는데, 모델명 숫자 첫 자리가 넷앱 것보다 높다. EMC가 넷앱보다 더 우월하다는 냄새를 풍기는 브랜딩으로 유니파이드에서 밀린다는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인스톨베이스, 이미지를 등에 업은 영업력

마케팅을 통해 EMC는 어느 것에도 능하다는 이미지를 안고 시장에서 활동한다. 이는 실제 제품을 공급하는 영업에 강력한 지원사격이다.

외장형 스토리지는 과거 전산실에서 특별히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였다. 하드디스크를 무더기로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취급을 받았다. EMC는 스토리지를 주목하지 않던 시장에서 데이터 저장을 강조하면서 스토리지란 시장을 개척했다.

시장 초기 별다른 경쟁자도 없을 당시 두터운 고객을 확보한 EMC는 현재에 이르러 인스톨베이스의 혜택을 어느 회사보다 톡톡히 보고 있다. EMC의 마케팅과 영업력은 인스톨베이스란 시장 환경을 만나 더욱 극대화된다.

스토리지는 데이터를 담는다는 점에서 가장 민감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데이터 손실은 서비스 중단과 비즈니스 충격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기업들은 스토리지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데 부담을 느낀다.

후발주자들이 아무리 좋고 혁신적인 스토리지 솔루션을 갖고 도전해도 시장반응은 복지부동이다. 기술적으로 스토리지를 이전하는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크게 위험한 일도 아니다. EMC 경쟁사들은 이전을 도와주는 다양한 툴과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바꾼다’를 선택을 하는 고객은 드물다.

IT는 유행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준다.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면 기업 내 IT근무자들은 새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과 욕구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때 마침 바꾸기 부담스러운 스토리지를 공급하는 EMC가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다는 이미지로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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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동안 쌓아온 영업사원의 고객친화적 역량이 더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EMC의 영업사원은 고객에게 있어 입안의 혀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표현했다.

EMC가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시장도 있다. 중국이다. 오히려 중국의 스토리지 시장은 IBM이 강세를 보인다. IBM은 덩샤오핑의 경제개방 때 중국시장에 진출해 중국기업에 자본주의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시장 선점을 IBM에 빼앗긴 EMC는 시장개척 단계에 부딪쳐 마케팅과 영업력이 실력발휘를 못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