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화 무제한 시대가 열렸다. 이동통신3사 고객 모두 통신사 제한 없이, 심지어 유무선을 가리지 않고 무제한 음성통화를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 통신의 핵심이었던 음성통화는 이제 데이터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된 셈이다.
SK텔레콤은 30일 이통3사 중 마지막으로 망내외, 유무선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알렸다. 이는 지난 11일 LG유플러스가, 지난 28일 KT가 망내외, 유무선 무제한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경쟁사의 움직임에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SK텔레콤이지만 시장 경쟁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상황상 음성 위주에서 데이터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음성통화 완전 무제한 도입 역시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통신요금, 음성→데이터 중심 이동
음성통화 무제한은 바꿔 말하면 데이터 중심 과금 체계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이용행태가 데이터 중심으로 이행하면서 통신요금의 기준이 데이터 기본 제공량이 됐다. 더 이상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가 이통사의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방증이기도 하다.
이 같은 통신사들의 고민은 지난해 미국에서부터 가시화됐다. 미국 1, 2위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는 각각 지난해 6월, 7월부터 ‘쉐어 에브리싱(Share Everything)’과 ‘모바일 쉐어(Mobile Share)’ 요금제를 내놓고 가입자 모집에 나섰다.
버라이즌과 AT&T가 내놓은 요금제 역시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제공량 기준 과금으로 요약된다. 양사 모두 하나의 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가족, 친구 등과 공유하는 데이터쉐어링을 제공한다. 최대 10대의 디바이스에서 공유가 가능하다.
국내서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통사들은 모바일 트래픽이 폭증하고 음성통화 수익은 줄어드는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네트워크 투자재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실 나상우 전문연구원은 “음성-데이터 간 비용 및 수익구조 불일치의 확대는 네트워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대표적인 대응방안 중 하나가 기존의 음성 중심 요금제를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라고 지적키도 했다.
■데이터 소비 확산-네트워크 투자 과제
다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고객의 데이터 소비 확산과 네트워크 투자가 과제가 됐다. 현 상황에서 당장 데이터 요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소비 확산으로 인한 수익구조 개선, 이를 감당할 만한 네트워크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최근 풀HD 스마트폰의 등장과 각종 태블릿PC의 확산으로 LTE 트래픽은 증가 추세다. 여기에 향후 다양한 풀HD, 3D 콘텐츠 등의 등장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이 ‘1일 데이터 트래픽량 1페타 시대’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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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통사들은 지난해부터 데이터 요율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으나 아직까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나 정책 추진까지 이어지기에는 다소 이르다. 현재 국내 이통사들의 요금 수익구조는 음성 70%, 데이터 30%의 비율이다. 음성통화 요금은 초당 1.8원, 데이터 요금은 0.5킬로바이트(KB)당 0.025원이다.
지난해 열린 미래기획위원회 토론회에서 정태철 SK텔레콤 전무는 “향후 음성 요율은 낮추고 데이터 요율은 올리는 방식으로 요금제 리밸런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 요금부담 수준이 올라가면 안 되고 지금 수준 유지나 경감방식으로 서서히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