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서버 생태계 위기론 확산

일반입력 :2013/04/30 08:28    수정: 2013/04/30 10:25

국내 x86서버업계가 관련 사업에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갈수록 악화되는 시장환경에 벤더의 서버 채널 파트너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막아줄 해법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생태계 전반에 대한 위기론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외국계 IT기업의 x86서버 파트너사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어느때보다 악화된 상태다. 인터넷포털 및 통신사 등 대형 기업의 서버 구매외에 또 다른 축을 담당했던 유통가 중심의 저가서버 시장이 얼어붙은 탓이다.

한국HP, 델코리아, 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후지쯔 등의 서버 총판 및 채널 파트너들은 중대형 규모 시스템통합(SI) 사업 외에 이렇다할 신규 매출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x86서버 시장은 프로젝트 사업과 유통 사업 등의 양대 고객군으로 형성된다. 이 가운데 유통가를 통한 물량이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현재 시장 상황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일단 대규모 물량을 납품할 수 있는 대형고객사 프로젝트는 극소수다. 때문에 한 프로젝트에 수많은 회사들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달려든다. 기업은 수많은 제안서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회사의 것을 택한다.

제안서 상의 가격은 매우 유동적으로 형성돼, 리스트프라이스는 무의미하다. 많은 고객을 확보한 회사는 운영하는 물량도 많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도 마진에 여유가 있다. 때문에 자금력 강한 소수의 대형기업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그들이 계약을 따낸다.

결과적으로 승자독식구조가 공고화되는 가운데, 중소 파트너는 낮은 가격에 울며겨자먹기로 납품을 하거나, 아예 납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어느 선택을 하든, 매출이 줄거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서버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장구조가 대형프로젝트 위주로 바뀌면서 전체 프로젝트 수가 줄어들었다”라며 “이 때문에 과거 쳐다보지도 않던 소규모 프로젝트에도 모든 서버업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모습이 연출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벤처 창업이 급격히 줄어든데다, 퍼블릭 클라우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유통시장은 축소일로를 걷고 있다.

또다른 서버유통업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지나친 가격경쟁은 서버업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라며 “한국HP, 델코리아, 한국IBM 등 글로벌IT업체는 물론, 각 회사들의 유통 파트너들이 낮은 마진에 사업 유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가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른바 ‘총판의 마법’도 사라진지 오래다. 벤더와 총판, 채널 사이에 오가는 백마진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벤더가 총판에 대규모 물량을 재고로 넘기면서,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마진을 챙겨주는 관행이 횡행했지만, 벤더측 재고관리가 엄격해지며 거의 사라졌다. 그렇다고 벤더의 밀어내기 관행마저 사라진 건 아니다.

총판의 마법이 사라졌음에도 벤더 영업직원과 채널사의 비공식적인 불법 거래는 살아나고 있다. 원칙적으로 벤더는 채널사와 단순 재고물량 거래를 할 수 없다. 채널사는 특정 납품처가 없는 경우 총판사를 통해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총판사에서 재고소진에 한계를 느끼며 벤더의 물량 떠안기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에, 채널사는 유통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량을 납품받으려 벤더 영업직원과 불법거래를 하게 된다.

결국 원가에 가까운 가격에 재고를 쌓아두는 총판사는 재고소진을 위해 더 낮은 가격에 물량을 내놓거나, 더 비싼 가격에 하위 채널사에 물량을 넘기는 상황이다. 어디가 됐든, 어느 채널사는 반드시 시장가격보다 더 비싼 값에 서버를 유통한다.

서버 파트너사들은 이에 특정 벤더에 얽메이는 예전의 업태에서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다. HP, IBM, 델 등 다양한 회사의 x86서버 제품을 취급하는 형태가 일반화된 지 오래. 그러나 전반적인 x86서버시장 악화 추세에 단순한 포트폴리오 전략도 한계다.

다른 시도는 플랫폼 확장이다. x86서버 외에 HP 슈퍼돔, IBM 파워시스템 같은 유닉스 서버 제품도 취급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 VM웨어, 레드햇 등의 SW 유통도 함께 취급하는 식이다. 그러나 유닉스 서버의 경우 대기업 계열 SI회사로 꾸려진 기존 파트너 생태계가 매우 폐쇄적이고, 벤더의 신규 회사의 진입 허용도 까다롭게 이뤄져 녹록지 않다.

관련기사

하드웨어 자체의 마진이 축소되는 가운데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살 길은 유료 유지보수 사업이다. 국내의 x86 서버 하드웨어에 대한 유지보수는 유료로 인식된다. 애플리케이션과 하드웨어 공급을 함께 통합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면 약간의 유료계약을 얻어낼 수 있다. 아예 벤더의 어플라이언스를 공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마저도 일정 규모 이상의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만 가능한 사업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서버 유통사업은 점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라며 “결과적으로 소수 대기업 중심의 서버시장으로 재편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