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경쟁사 없어도 택시로 광고

일반입력 :2013/04/26 09:03    수정: 2013/04/26 09:12

[라스베이거스(미국)=임민철 기자]오라클이 이번에도 택시 전광판에 광고를 올렸다. 이번엔 미국 라스베이거스 IT컨퍼런스 'CA월드2013' 참석자들을 겨냥했다.

2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전광판에 오라클 광고를 부착하고 영업중인 택시가 발견됐다. 스팍 서버 최신 제품의 성능을 홍보하는 카피가 써 있다.

광고는 빨간 글씨로 갓 등장한 신제품 '스팍T5-8' 제품명을 표시했다. 그 아래에 까만 글씨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데이터베이스(DB) 서버'란 설명을 보여준다. 이 최신 고성능 유닉스 서버는 지난주 국내에도 출시됐다.

오라클 광고를 장착한 해당 차량은 현지에서 영업중인 다른 택시와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단지 오라클 광고를 부착하고 해당 기업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빨간색과 흰색의 도장이 돼 있다는 점이 시선을 잡아 끈다. 다른 택시에 비해 외관이 세련돼 보인다는 인상을 줄 수는 있겠지만 광고 효과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따른다.

기자와 함께 다른 택시에 부착된 오라클 광고를 발견한 라스베이거스 택시기사 A씨도 오라클이라는 회사를 아느냐는 질문에 그 회사가 이 동네에서 저런 식으로 (택시 전광판에) 광고를 게재하는 모습은 자주 있는일이라고만 답했다.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실 이는 IT업계 관계자나 일부 기술담당자들이나 신경 쓸만한 광고다. 일반인들이 오라클이란 회사를 알긴 어렵고, 굳이 그럴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업계서 오라클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이자 세계 최대 DB 회사로 유명하다. 지난 2009년 썬을 인수한 뒤 그 하드웨어(HW) 제품군 개발을 지속중이며, 그 HW와 조율된 SW를 결합한 '엑사 시리즈'도 내놓고 있다.

회사가 광고효과를 기대한 대상은 IT 관련 직무 담당자들이라 보는 게 알맞다. 광고를 집행한 시기와 장소 자체를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며칠동안만 택시를 타거나 거리를 오갈만한 사람들로 제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라클이 광고를 보여줄 대상은 당시 이곳에 출장을 온 IT업계 비즈니스맨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라스베이거스 시내의 IT업계 종사자 인구밀도는 평상시보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시내 한 호텔의 컨벤션센터에서 CA테크놀로지스라는 IT업체가 대규모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참석자 규모는 관계사, 협력사, 사용자, 전문가 등 5천명 이상에 달한다.

오라클이 도시에서 일반인을 태우고 달리는 택시에 제품광고를 집행한 일은 처음이 아니다. 회사는 몇년 전부터 몇몇 IT업체의 행사 개최지에서 며칠동안만 그 주제와 연관되는 자사 제품 홍보광고를 붙인 택시를 보내는 식으로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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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는 VM웨어, HP, IBM 등 SW와 HW부문에서 경쟁하는 회사가 주요 타깃이었다. 광고 내용도 경쟁사의 어떤 제품보다 오라클의 기술이 뛰어나고 우수하다는 식의 맞비교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교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른 광고로 풀이된다.

오라클이 경쟁사 행사에 편승해 관심을 끌어보려는 방식에서 단순히 IT업체의 전시회 참석자 전반을 대상으로도 광고 대상자를 넓힌 속내는 분명치 않다. 회사가 향후에도 미국 각지에서 열릴 IT컨퍼런스에 이같은 마케팅을 펼치려 한다면 아예 컨퍼런스 참석자를 위한 운송차량을 확보해 광고를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