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게임”...귀신에 100억 쓴 남자

그는 화학공학과 교수였다.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는 게임이 좋아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등이 인터넷과 함께 게임 산업이 발전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던 그다. 약 100억 원이라는 자금을 게임 개발에 투자했지만 이제 시작이라면서 소탈한 웃음도 들려줬다.

또한 그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인생 최대 꿈이자 목표라고 했다. 꿈을 함께 꾸는 사람도 만났고 이제 하나 둘 결과물도 나오기 시작했다며 밥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단다. 이는 변인섭 엔브릭스 대표의 얘기다.

변인섭 대표는 성공한 길을 두고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기존에 쌓아둔 명예와 인맥을 버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누구보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 컸다.

■귀신 이야기에 내 인생을 바친다

지난 18일 엔브릭스 본사에서 만난 변인섭 대표는 내유외강의 전형적인 CEO.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을 풍겼지만, 게임에 대해 얘기할때는 강한 눈빛과 자신감을 보여줬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결과물을 손에 쥔 승자의 모습이었다. 엔브릭스의 처녀작 백귀야행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지난 2007년 게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중간에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때면서 “당시 지인분들이 게임사업을 말렸지만, 좋은 게임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꿈인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백귀야행은 엔브릭스의 처녀작이지만 약 3년간 준비한 게임이다”면서 “기존 게임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귀신 이야기를 선택했고,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을 최근 더욱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백귀야행은 성인들을 위한 MMORPG 장르다. 이 게임은 기존 온라인 게임과 다르게 귀신을 소재로 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게임 이용자들은 백귀야행이 참신하다고 평가하면서, 정식 출시 소식이 빨리 전해지길 기다렸다.

더욱 이 같은 반응은 게임 콘셉트만 공개된 상황에 나온 것이었다. 변 대표가 매일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최근 살맛이 난다는 말을 할 정도로 지금까지 마음 고생한 것을 한 번에 보상받았다고 했다.

변 대표는 “회사를 설립한 이후 80~100억 정도의 자금을 투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건물도 팔았고, 어렵게 돈도 빌려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면서 “마음 고생 끝에 결과가 조금씩 나와 너무 기분이 좋다. 콘셉트와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을 공개한 것 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 기존 게임은 모두 똑같더라. 그래픽만 좋아진 느낌”이라며 “돈을 쏟아 부어 그래픽을 좋게 하지 않는 이상 대형 게임사를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

그러면서 그는 “각 지역마다 귀신과 관련한 설화 민담 등이 많은데 이쪽으로 접근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됐고 구미호의 재물로 받쳐진 소녀 이야기를 백귀야행에 담게됐다”며 “게임을 개발하면서 귀신 백과사전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자료를 수집했다. 이용자들은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고 했다.

■백귀야행, 테라급 게임으로 만들 것

백귀야행을 테라급 게임으로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변인섭 대표. 그는 그래픽이 아닌 이야기와 편안한 게임성으로 승부수를 띄운다고 귀띔했다. 백귀야행이 기존 게임과 다르게 풍성한 이야기가 있다는 점만 알리면 기존 인기 게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무엇보다 그는 리그오브레전드의 흥행 요소와 아키에이지의 핵심인 다양한 엔드 콘텐츠 등을 게임에 담아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용자에게 편안한 게임 환경을 우선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꺼냈다.

변 대표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러브콜을 보낸 것은 백귀야행이 될 만한 게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좋게 봐주셨다”면서 “한 투자자는 귀신 이야기가 한국 뿐 아닌 세계 여러 국가의 이용자를 매료시킬 수 있다고 근찬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백귀야행은 이야기 부분만 보면 테라급이라고 자부한다. 리그오브레전드와 아키에이지 등 인기 게임과는 다른 편안함 게임 방식도 담아냈다. 이를 잘 알리는 것이 숙제로 보인다”라면서 “최근 퍼블리셔사 선정 부분을 높고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다”고 전했다.

그가 꼽는 최고의 파트너는 이용자. 다음이 퍼블리셔사였다. 백귀야행의 첫 비공개 테스트가 하반기지만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퍼블리셔사와 투자사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고. 이들 입장에선 엔브릭스의 백귀야행이 어떻게든 잡고 싶은 게임이 이미 되 버렸다.

그는 “(퍼블리셔사 선정 부분에 대해선)아직 자세한 부분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몇몇 업체와 긴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선정이 끝나면 구체적인 서비스 일정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은 누가 백귀야행의 가치를 잘 알아주느냐다. 또 이 게임을 잘 알려줄 수 있는 곳과 손잡고 싶다”고 했다.

투자 제안을 받은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웃음)과분할 정도였다. 아직 한 번도 투자를 받지 않다보나 엔젤투자자부터 창투사, 외국계 투자자까지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자세한 규모에 대해선 공개할만한 시점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백귀야행 영화화, 제 2의 꿈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이색적인 이력도 공개했다. 현재 영화 제작자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제작 중인 영화 ‘응징자’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 뿐 아니라 모바일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투자, 캐릭터 사업 확장을 통해 향후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제 2의 꿈이라고도 전했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드는 것. 이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직원들과의 벽도 허물었다는 것이 변 대표의 말이었다. 독립된 대표실을 없애버렸다고 했다. 그의 꿈이 곧 회사의 꿈이자 직원들의 꿈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좋은 게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라고 했지만, 그 꿈을 이루면 또 다른 꿈을 꿀 계획이다. 바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라면서 “영화제작자로 활동하면서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은 땔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백귀야행을 영화와 애니매이션으로도 만들고 싶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백귀야행을 완벽한 온라인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다”면서 “여름 시즌 포커스그룹 테스트를 통해 게임성을 검증받은 뒤 제 2의 꿈을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