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싱 사기범 검거, 뒷이야기

일반입력 :2013/04/09 15:27    수정: 2013/04/10 09:00

손경호 기자

스미싱 사기범을 적발해 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중국 IP를 이용해 교묘하게 추적을 피하고, 대포폰, 대포통장을 사용해 수사망을 따돌리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일 처음으로 중국 범죄조직과 공모한 국내 스미싱 사기단이 검거됐다. 이는 사기범들에게 완전범죄는 없다는 경고메시지로, 그동안 피해를 입었던 소비자와 업체들에게는 한 시름 놓게 하는 계기가 됐다.

9일 실제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주만 수사팀장으로부터 스미싱 사기범 검거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었다. 여전히 사기범들을 검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대구 서구에 거주했던 이모씨㉔는 한국총책으로 스미싱 문자를 발송, 해외서버 관리, 게임계정 생성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 팀장에 따르면 이모씨는 자신이 잡힐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만큼 스미싱 사기범을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모씨는 중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족과 함께 입국하는 중 항공기 출입문 바로 앞에서 붙잡혔다. 3개월 관광비자를 받아 나갔던 이씨는 만기가 다 돼서 들어왔다. 중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2005년부터 중국에서 게임아이템을 사고 파는 일을 했다. 온라인 게임의 '작업장'에서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을 실제 돈으로 바꾸는 역할을 담당했었다.

같은 날 이씨를 마중 나왔다가 잡힌 양모씨㉘는 공항 입국장 외부에 서성이던 것이 화근이었다. 양씨는 사채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식으로 일을 하던 중 범행에 공모하게 됐다. 주로 설치된 스미싱을 통해 설치되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 하는 일을 맡았다.

이날 대구 서구에서 지내던 문모씨㉙도 함께 잡혔다. 그는 스마트폰 소액결제 뿐만 아니라 피싱, 파밍을 통해 유출시킨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용카드 도용결제를 시도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전문대를 졸업한 뒤 음식조리사 일을 하다가 외판원을 전전했던 문씨는 결국 이 마저 그만두고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

검거된 사기범들은 모두 사실상 무직에 가깝다. 돈벌이가 궁해진 이들이 새로운 사기수법에 눈 뜨게 된 것이다. 중국 해커들의 제안을 받은 것은 어렸을 때부터 중국에서 생활해 오다가 한국에서 검정고시를 합격한 뒤 게임머니 환전상을 했던 이씨다.

원래 이 팀장의 수사팀은 신용카드 소액결제 사기범을 적발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PC에 저장된 공인인증서, 소액결제에 필요한 ISP인증 등에 대한 정보를 빼내 다른 사람들의 돈을 인출하는 사기범들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추적과정에서 중국 IP가 나왔다. 그런데 이 주소가 스미싱 사기에 사용된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제가 이뤄진 과정을 역추적해 IP주소, 기기 고유의 주소인 맥주소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중국IP로 수사망을 좁혔던 경찰은 공교롭게도 이 IP를 사용해 자금을 결제한 한국인 명의의 계좌를 알아냈고, 이를 통해 세 명의 스미싱 사기단을 검거하게 됐다. 공모한 중국 해커들은 아직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 팀장은 스미싱 사기범을 적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유형의 범죄를 적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이스 피싱의 경우 국내서 많은 사기범들이 검거되고 횟수도 현저히 줄었으나 그 빈 자리를 파밍, 스미싱 등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년 간 경찰청에 접수된 스미싱 피해 관련 민원은 3천건에 이른다. 이중 악성 민원, 허위 민원 등을 제외하더라도 상당수의 피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동통신회사, 소액결제대행사(PG) 등은 아예 한번이라도 문제가 됐던 IP주소를 차단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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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사 관계자는 스미싱이 급증한 이유가 범행을 저질러도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적발 사례에 대해 한 시름 놓았다며 이제 사기범들도 잡힐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사과정상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스미싱 역시 '완전범죄'일 수는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