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컴퓨터의 성공 뒤에 숨겨진 비밀들

일반입력 :2013/04/05 07:35    수정: 2013/04/06 07:53

남혜현 기자

PC 대중화의 물꼬를 튼 IBM5150이 나왔을 때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DOS를 제공했다. 그러나 애플에 처음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PC '애플Ⅱ'엔 아무 것도 없었다. 종이 테이프OS를 쓰는 낡은 방식만 있었을 뿐. 애플은 플로피디스크 OS를 채택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채택했을까.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두 천재가 만든 애플Ⅱ는 그간 '비싼 취미'에 불과했던 컴퓨터를 일상의 영역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애플Ⅱ의 성공엔 비화가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씨넷은 디지반(DigiBarn) 컴퓨터박물관이 공개한 계약서를 바탕으로 애플Ⅱ와 관련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보도했다.

계약서를 따라가며 밝혀진 내용들은, 잡스의 집요함과 워즈니악의 기술적 비전이 합쳐져 어떻게 PC 역사상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전 세계 관중들에 갈채를 받을만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애플의 야망은, 바로 이 지점부터 시작한다.

■애플Ⅱ, 플로피디스크 OS를 달기까지

초창기 애플Ⅱ에 플로피디스크 OS가 없었던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잡스와 워즈니악이 1977년 웨스턴코스트 컴퓨터 박람회에 애플Ⅱ를 내놓을 때만 해도 플로피디스크 OS 대신 테이프OS가 달려 있었다.

앞서 애플이 발표한 애플Ⅰ은 PC 케이스도, 전원도, 키보드도 갖추지 못했다. 알만한 사람들은 입소문을 타며 애플Ⅰ에 관심을 보였지만 한정적이었다. 상업적 성공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두 스티브가 애플Ⅱ에 건 기대는 애플Ⅰ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잡스는 애플Ⅱ의 디자인에 자신의 미적 기준을 고집했다. 전작과 달리 사출성형도 완벽을 기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았다. 바로 카세트OS 였다.

딕반을 설립한 브루스 다머는 이와 관련해 (애플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카세트를 가지고는, PC에서 어떤 파일을 불러오기 위해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카세트는 신뢰할 수 없다. 아무렇게나 작동된다. 이런 PC를 가지고 회사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잡스와 워즈니악도 문제를 알고 있었다. PC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디스크OS가 필요했다. 아니, 애플Ⅱ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디스크OS는 필수였다. 그런데 이 시스템 개발은 자신들의 능력을 넘어섰다.

애플이 택한 방법은 외부의 도움이다. 1978년 4월 10일, 애플은 사용료와 배달료를 합쳐 총 1만3천달러의 비용을 내고 로열티 없이 셰퍼드슨 마이크로 시스템과 디스크 OS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의 기술력은 훌륭했다. 35일만에 베이직, 애플 소프트베이직과 호환되는 펀치카드로 쓰여진 OS를 가져왔다. 디스크백업 파일 리커버리와 복사도 되는 제품이었다. 계약서에는 워즈니악이 이 제작 과정에서 OS에 대해 일일이 간선합 대목도 쓰여 있어 흥미를 끈다.

PC에 디스크OS가 들어간 것은 당시엔 큰 혁명이었다. 세계 첫 휴대용 컴퓨터 '오스본'을 만든 리 펠젠스테인은 카세트와 디스크 OS 사이 다른 점은, 취미용 기계와 컴퓨터 사이의 다른 점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애플Ⅱ를 주목하게 된 진짜 이유

리 펠젠스테인은 디스크OS를 논하면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이야기를 했다. 바로 세계 첫 사무용 스프레드시트인 '비지캘크(VisiCalc)'에 대한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비지캘크를 PC 역사상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소프트웨어라고 평가한다. 사업가들이 PC를 사는데 돈을 쓸 이유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댄 브리클린 비지캘크 공동창업자는 만약 비지캘크를 알고, 그것을 사용해 봤다면, 당신은 숙련된 영업사원일 것이라며 아마 완전환 기계를 팔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지캘크는 애플Ⅱ에 처음 담겨 발매됐다. 브리클린과 함께 비지캘크를 만들어 출판한 댄 필스트라가 애플의 팬이었기 때문. 이후 비지캘크는 애플에 1년간 독점 공급됐으며, 그사이 수많은 소프트웨어 복사본이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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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지캘크의 당시 판매량은 지금 보기엔 소량이다. 그러나 비지캘크는 PC 시장에 큰 가능성을 부여했다. 이를 탑재한 애플Ⅱ가 급격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기업인들이 비지캘크를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애플Ⅱ를 산 것이다.

펠젠스테인은 비지캘크는 킬러앱이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PC에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주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