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떠나는 MBC, 정상화될까

일반입력 :2013/03/26 14:03    수정: 2013/03/26 15:07

전하나 기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26일 김재철 MBC 사장을 해임했다. 방문진이 MBC 사장 해임을 결정한 것은 1998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방문진 이사회는 이날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했다. 주주총회 의결이라는 최종 절차가 남아있지만 방문진이 전체 지분의 70%를 보유한 최대주주라 김 사장의 해임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당초 김 사장의 임기는 2014년 2월 주주총회까지였다.

이날 이사회에선 김 사장 해임안에 대해 전체 이사 9명 중 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다. 기권은 없었다.

해임안 결의 사유는 ▲방문진의 임원 선임권 침해 ▲운영제도 위반 ▲관리감독기간인 방문진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 ▲대표이사 직위를 이용한 문화방송의 공적 지위 훼손 등이 거론됐다. 결정적으로는 지난 22일 김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협의 없이 계열사 임원 인사 내정자를 발표한 일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 출석한 김 사장은 1시간에 걸친 소명에서 “(사전 협의를 규정한) 관리지침을 어긴 것은 잘못이지만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의 적’ 된 김재철은 누구

1979년 공채 14기로 MBC 보도국에 입사한 김 사장은 정치부, 도쿄 특파원, 보도제작국장 등을 거쳐 울산과 청주 MBC 사장을 역임했다. 2010년 2월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하면서 지금의 사장 자리에 선임됐다.

김 사장은 재임 기간 각종 논란과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취임 한 달 만인 2010년 3월 김우룡 당시 방문진 이사장의 이른바 ‘큰집’ 발언 파문의 당사자로 지목되며 홍역을 치렀고, 작년 초에는 법인카드 유용과 무용가 J씨를 향한 특혜 의혹이 불거져 노조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독단적인 경영에 반발한 노조의 파업도 두 번이나 겪었다. 2010년 4월 인사권을 둘러싼 노조와 갈등으로 40일간 파업이 있었고,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MBC 역사상 최장기인 170일의 파업이 진행됐다.

이후 업무로 복귀한 파업 참가 노조 조합원들을 직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보 발령내면서 보복성 징계라는 비난도 거셌다. 또 MBC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95억원에 달하는 소송액으로 논란을 빚었다.

김재철 떠나는 MBC, 안팎에서 정상화 목소리

김재철 사장 해임이 주총에서 최종 확정되면 방문진은 곧바로 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공석인 MBC 사장의 직무는 안광한 MBC 부사장이 대행한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 자리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주총을 열어 MBC 정상화 후속 조치에 힘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한 방문진 이사회는 2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에 앞서 MBC 노조는 26일 오후 2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MBC 노조는 해임안이 가결된 뒤 성명을 통해 “방문진의 김재철 사장 해임 결정을 환영한다”며 “늦었지만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문진은 방송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차기 사장을 물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방문진이 차기 사장 선임에서부터 이같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지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김 사장 해임안 가결이)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방송언론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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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김 사장의 재임시절 불거진 수많은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길 촉구한다”며 “김 사장 재임시절 희생된 MBC 기자와 PD 등 MBC 직원의 신속한 복직이 이뤄져야하고, 그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MBC는 심혈을 기울여야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지식인층은 일제히 MBC 정상화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를 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트위터에 “늦었지만 환영, 이상호 기자 복직 및 MBC 정상화 기원합니다”고 썼다. 이 밖에 MBC 해직 기자 출신의 인터넷 언론 ‘고(go)발 뉴스’ 운영자 이상호씨, 해직됐다가 특별채용으로 업무 일선에 복귀한 이근행 전 MBC노조위원장, 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전출돼 있는 한학수 전 PD수첩 PD 등도 자신의 트위터에 김 사장 해임안 소식에 대한 소회의 글을 남겨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