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안 헤게모니 싸움, 한국은 '중립'

일반입력 :2013/03/20 10:54    수정: 2013/03/20 10:54

손경호 기자

인터넷 환경에서의 보안 이슈에 대해 우리나라는 중립을 지키고 있다. 북미, 영국 등의 진영은 정부 차원에서의 보안을 위한 별도의 지침을 만드는 것은 인터넷 자유를 해친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 진영은 인터넷 환경을 해킹이나 정보유출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는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해 아직 중립국인 상황이다.

인터넷 거버넌스는 지난 1990년대 도메인, IP할당 등 인터넷 주소자원 분배에 대한 논의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논의가 발전해 현재 주소자원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현재 IP주소할당은 미국 민간단체인 아이칸(ICANN)이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주소를 공공영역이 아닌 민간에서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미국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나라들은 IPv6에 대한 주소할당은 물론 인터넷 접속비용, 스팸이나 해킹 등 네트워크 보안에 관한 사항, 콘텐츠·전자상거래·과세 등 인터넷 관련 국제표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미국이 갖고 있던 인터넷 자원에 대한 헤게모니에 대해 경쟁국가들의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단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등의 의견에 찬성표를 던졌다. 수년 전부터 한국의 잘 발달된 ICT인프라를 노린 해외 해커들의 공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인터넷 환경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이 논의에서 미국 등 55개 국가들은 서명 거부, 유보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반대표를 행사했다. ICANN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결의에는 찬성했으나 인터넷 접속권 보장에 관해서는 기권을 표시했다. 기존 미국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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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분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미래창조과학부 격인 '문화, 커뮤니케이션, 창조산업부(culture, communications and the creative industries)'의 장관급이 한국을 방문했다. 기존에 이 장관은 인터넷 거버넌스를 새롭게 마련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고 내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한국의 한 표가 전 세계 인터넷 관련 논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두 진영의 헤게모니 싸움은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사이버스페이스 3차 총회에서 좀 더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보다 명확한 입장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