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ML5 기반으로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콘텐츠가 스마트TV 플랫폼 시장 확대에 필수요소로 꼽히고 있다. 당장 국내 IPTV 단말기나 셋톱박스(STB)용 플랫폼으로 안드로이드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단말기와 독립적인 HTML5 플랫폼이 확산될 가능성에 기대가 실렸다.
TV 장치를 위한 HTML5 표준의 필요성은 '플랫폼 파편화' 때문에 생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TV 제품은 각각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쓴다. 그리고 해외 STB들은 자바 등 전용 임베디드나 리눅스를 쓰는 경우가 많고 국내서는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각각의 전용OS, 임베디드 리눅스, 안드로이드기반 단말기가 제각각 활용된다.
게다가 같은 안드로이드를 쓰더라도 IPTV의 일종인 '구글TV'와 STB는 전혀 다르다. 구글TV는 구글이 직접 생태계 관리와 제조사 인증을 통해 서비스 경험을 일관되게 통제한다. 반면 안드로이드STB에 대해서는 방치상태다. 서로 제조사마다 다른 단말기의 특성과 사용자 경험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
이에따라 업계는 HTML5 표준을 지원하는 브라우저를 통해 OS 중립적인 스마트TV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혀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글로벌업체가 HTML5 기반의 스마트TV용 미들웨어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임베디드 및 모바일 브라우저전문업체로 알려진 '오페라소프트웨어'와 미디어콘텐츠 보호 및 부가서비스 기술제공업체 쿠델스키그룹의 계열사 '나그라'가 업계서 대척점에 있다가 HTML5라는 한배를 탄 회사들이다.
■나그라-오페라, HTML5 기반 스마트TV 플랫폼 '한 배'
앞서 브라우저업체 오페라소프트웨어는 STB용 콘텐츠와 앱을 HTML5 표준 브라우저로 구동시킬 수 있는 개발기술을 제공해왔다.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콘텐츠 및 앱개발도구는 리눅스와 안드로이드 기반 STB에 탑재 가능하다.
이로써 STB 제조사들은 방송사업자가 전송하는 콘텐츠와 더불어 인터넷을 통해 주문형비디오(VOD)나 양방향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STB도 만들 수 있다. 회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초 국내 제조사 토필드와도 손을 잡았다.
11일 이윤규 오페라소프트웨어코리아 지사장은 소비자 관점에서 스마트TV 사용 시나리오는 '린백(편안하게 등을 대고 앉은 자세로 상호작용에 몰입도가 낮은 상태)서비스'나 제2의 단말기를 연계한 인터랙티브 경험으로 구현된다며 이미 방송사와 관련업체들이 특정 플랫폼을 벗어난 콘텐츠서비스를 위해 HTML5기반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케이블TV와 IPTV 일부 서비스 환경에선 웹플랫폼 확산을 마냥 환영할 수 없었다. 콘텐츠가 특정 플랫폼 전용에서 HTML5 서비스로 옮아갈 경우, 유료서비스 사용자에 대한 과금과 수신제한시스템(CAS)을 고스란히 유지하긴 어려울 수도 있어서다.
근본적으로는 STB나 IPTV 단말기 제조사들의 선택에 달렸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유료방송과 콘텐츠 과금을 위한 사용자 인증체계 등의 영역을 자사의 브라우저 기술과 단말기에 구현되는 CAS 사이의 '방송용 미들웨어'에 맡긴다. 장기적으론 표준화되고 있는 HTML5 안에서 해결이 가능할 것이란 관점을 취한다.
나그라는 상이한 접근을 보인다. 본래 CAS 솔루션 전문업체이자 케이블TV사업자 등과의 생태계를 구축해온 만큼 현존하는 유료방송과 콘텐츠유통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HTML5 기반 플랫폼으로의 서비스도 가능케하는 시나리오를 그린다. 다만 순수 SW방식의 유료콘텐츠 과금과 사용자 인증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최근 이인구 나그라코리아 지사장은 전통적인 유료방송사업자 생태계와 협력해온 본사에서도 내년 표준화될 HTML5 규격에 기반하는 미들웨어로 스마트TV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있을 거라 기대중이라면서도 일부 업계의 생각처럼 SW기반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도입까지 일반화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발상이라고 평했다.
나그라 쪽에서도 HTML5 미들웨어를 통해 표준화된 STB 환경이 다양한 스마트TV 경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 내용은 콘텐츠를 그냥 흘려보내는 전통적인 방송서비스와 더불어 본방사수에 실패한 이들을 위한 '다시보기(캐치업TV)'를 쉽게 유료로 제공하기, 한층 구체화된 실제 시청자 추적을 통해 정밀한 타겟팅 광고서비스 연계 등이다.
이는 현존하는 구글TV처럼 안드로이드앱이나 컴퓨터 자판을 통해 PC처럼 정보를 찾고 뭔가 유용한 기능을 띄워 돌리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TTA의 HTML5기반 스마트TV 플랫폼 표준화
국내는 어떨까. 사실 안드로이드STB 비중이 높은 환경이 HTML5 기반의 스마트TV플랫폼으로 가기 위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 장담키는 어렵다. 다만 기술적으로는 안드로이드에 내장된 웹킷 기반 브라우저가 최신 웹표준기술에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진화된 서비스를 일관되게 구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앞서 지적했듯 국내 STB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OS가 표준화되지 않았다보니 구글이 새로 만드는 OS업데이트를 적용받기도 어렵다. 단말기 제조사들이 이를 직접 보완해 업데이트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조차 최신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는 간단찮은 숙제다.
또 앞서 국제표준, TV제조사, 유료방송사마다 상이한 움직임도 존재한다. 국내 통신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HTML5 TV플랫폼 표준화 추진 분과를 구성해 활동해왔고 LG전자, 필립스, 샤프가 앱플랫폼 표준화에도 협력한 바 있다. 지상파 '오픈하이브리드TV', 케이블TV가이드라인, IPTV웹기반 표준플랫폼 개발 등 사업자별 표준화도 추진됐다.
국내서는 이와 별개로 향후 생산될 TV 단말기를 위해 HTML5 기반 TV플랫폼 표준이 개발돼왔다. 영상과 음성코덱 등 TV서비스용 HTML5규격 확장, 그리고 리모컨과 방송채널 연동 등 TV단말기 제어기능 API 표준화가 골자다. 지상파, IPTV, 디지털케이블TV 등 방송사업자와 TV 및 STB 제조사 그리고 TV솔루션 개발업체가 참여중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스마트TV생태계조성' 기조에 따라 지상파, IPTV, 디지털케이블TV같은 여러 방송매체간 앱 호환과 특정 OS 종속성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로 '양방향방송표준화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2월부터 단계별 표준화를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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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6월 위원회는 당시까지 제안된 요구사항과 범위가 사업자별로 다양하고 매체별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고려해 이달까지 표준제정목표 1단계 표준화에 '스마트TV 앱서비스에 필수적인 TV기본기능'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후 TTA정보통신표준화위원회 양방향방송 프로젝트그룹은 지난 1월 하순 초안작성을 마치고 지난달 그에 대한 의견을 수렴, 지난 5일 결과를 검토했다. 지난 7일 표준안을 심의한 결과 승인된 내용을 총회에 상정했다. 이후 심의 채택여부에 따라 국가표준으로 건의하거나 표준 공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