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PC시대를 맞아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시장과 더불어 국내 SW파트너들의 사업환경도 격변기를 맞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도비 등 PC 플랫폼과 그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 제품 사업자들의 국내 총판과 채널 파트너들이 클라우드 시대에 맞물린 사업체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PC중심의 업무환경에서 설치형SW시장을 주름잡았던 외국 업체들이 영구 라이선스 판매 모델 위주 사업을 벗어나 정기 가입형 요금제를 갖추고 있다. 이를 따라야 하는 국내 사업자들의 시장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함께 증폭되는 추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W업체의 총판과 채널파트너들은 꾸준한 가입자 확보로 안정적인 사용료 기반 수익모델을 갖출 수 있다는 장기 목표에는 공감과 기대를 보이면서도 이를 위해선 당장 1~2년내 단기 실적의 위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함께 품은 상황이다.
우선 SW구매방식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설치형 오피스2013을 기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방식(퍼페추얼라이선스)과 별개로 사용기간과 사용자수에 따라 비용을 지불케하는 방식(서브스크립션)으로도 제공한다. 원래 서브스크립션방식은 클라우드기반 기업용 웹애플리케이션 '오피스365'를 위한 모델이었는데 이를 일반 사용자PC에 깔리는 오피스 프로그램까지 확대한 셈이다.
어도비는 그에 앞서 지난해 5월 일반사용자를 겨냥한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놨다. 이는 포토샵,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등 주요 설치형 SW 제품군 '크리에이티브스위트(CS)'의 사용권을 MS처럼 기간제 과금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대기업 사용자들에게도 '엔터프라이즈기간제라이선스계약(ETLA)'이란 정책을 통해 이런 판매방식을 적용할 방침을 알렸다.
양사가 소비자시장과 기업사용자 모두에게 설치형SW 제품을 기간제 과금방식으로 판매하는 이유는 생산성을 추구하는 컴퓨팅 환경이 데스크톱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모바일기기로 확산되는 '포스트PC'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치형 프로그램의 가격은 일정기간 사후지원을 전제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라이선스에 대한 댓가로 매겨졌지만 이는 사용자 1명이 데스크톱,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등 여러 기기를 다루는 현재 적절치 않은 것으로 인식된다. MS나 어도비는 이에 설치한 단말기를 기준으로 매기던 라이선스 사업모델 위주에서 벗어나 실제 사용자가 여러 단말기를 다루면서 클라우드에 기반한 부가기능도 누릴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비중을 키워갈 전망이다.
이를 유통할 총판사와 공급을 지원할 채널 파트너들에게는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있다. 총판들은 매 기간마다 광범위한 신규 구입처를 확보해 물량공세를 펼치지 않더라도 장기 고객을 확보하고 잘 관리함으로써 꾸준한 수익을 보장받고 안정적인 운영과 점진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 채널 파트너들 역시 사용자들의 제품 사용이 장기화될수록 서비스 제공과 전문기술을 공급할 기회를 늘릴 수 있다.
■ 매출 하락 우려 vs 새로운 기회 창출
문제는 가격이다. SW의 도입 단가가 단품 라이선스 형태로 공급될 때보다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제공될 경우 크게 줄어든다. 사용자에게는 제품을 쓴 기간과 규모만큼 지불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반면 이를 공급하고 유통하는 사업자 입장에선 가격구조의 변화에 따라 단기적인 실적 위축이 우려될 수 있다.
한국MS 상업부문 총판이자 어도비 채널파트너인 A사 관계자는 SW 공급체계가 퍼페추얼라이선스에서 서브스크립션으로 바뀌면서 단기적인 매출규모 하락에 따른 우려는 존재한다며 내부적으로는 그간 갖춰온 조직규모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B사에서 MS와 오토데스크 제품 총판을 맡고 있는 담당자는 SW 공급업체의 변화와 그에 따른 국내 시장 변화는 단순히 매출하락과 실적 위축을 우려하며 비관할만한 성질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대응하기에 따라 새로운 사업기회를 통해 기존수준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기존 운영규모에 알맞은 수입을 내려면 누적된 서브스크립션 가입자가 일정규모를 갖춰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그렇게 되기까지는 2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과도기동안 기존처럼 영구라이선스 판매를 통한 큰폭의 매출 확대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과 오히려 단기적인 매출하락도 각오해야 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지준영 한국어도비 지사장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기존 사업이 새로운 라이선스 판매를 통한 규모 유지에 무게를 뒀다면 향후에는 누적된 서브스크립션 가입자를 유지관리함으로써 꾸준한 수익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며 국내 채널과 파트너들도 단기적 매출 하락을 예견하고 있지만 공급사가 결정한 방향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걸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어 타사 사례를 보더라도 국내서 클라우드관련 서비스와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사례는 없기 때문에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어도비가 잘 준비된 고객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파트너들과 준비중이기 때문에, 3자가 만족할만한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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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도비가 순순히 인정한 총판과 채널파트너들의 불안에 대해 MS는 약간 다른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다. 이는 어도비가 가격구조를 기간제 과금방식으로 '전환'할 생각인 반면 MS 쪽에서는 아직 단품 판매형 라이선스 체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S 아태지역을 담당하는 고위 임원은 자사 제품을 다루는 파트너들의 사업 전망에 대해 우리 전략은 가장 오랫동안 유효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클라우드 모델로, 설치형 SW와 온라인의 혼합형이라며 솔루션파트너들은 비용을 줄이며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클라우드쪽으로 옮겨갈수록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