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벤처업체의 서비스 아이디어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앞서 카카오는 자사 도메인과 상표를 사용 중인 벤처업체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국내 벤처업체간 ‘물고 뜯기는’ 상황이 연출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리서치 업체인 두잇서베이는 지난 달 1일 카카오에 “카카오폴 서비스가 2011년 6~8월 카카오 쪽에 제휴를 제안한 내용과 핵심 아이디어를 비롯해 서비스 기획, 기능, 메뉴 이름, 운영 방법이 매우 흡사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카카오폴은 사용자가 원하는 질문을 올리면 카카오톡 친구는 물론 페이스북 등 타 SNS 계정으로 연결된 지인들이 의견을 투표하는 방식의 서비스다. 실시간으로 투표 현황이 집계돼 차트로 제공된다. 국내에 앞서 미국과 일본에 우선 출시된 상태다.
두잇서베이는 해당 서비스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종기 두잇서베이 대표는 “2011년 실무자 미팅을 거쳐 이제범 카카오 대표를 직접 만나 (카카오폴 서비스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최종 거절 통보를 받은 일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두잇서베이는 지난해 3월 자체 개발한 투표 앱을 카카오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이후 카카오 쪽에서 상표권 침해를 문제 삼자 ‘모바일 무료투표’로 명칭을 바꿨다가 올 초부터는 ‘오백인’이라는 새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최 대표는 “카카오가 상표권 침해 문제를 제기해 서비스 명칭을 변경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폴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던 당시 게재한 블로그 글 등도 모두 지워달라고 요청해왔다”며 “그러더니 똑같은 이름과 내용의 서비스를 만든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 행위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카카오폴은 작년 6월 인수한 아이씨유(현 카카오랩) 회사에서 개발했다”며 “당시 두잇서베이 측이 (실제 서비스를 내놓은 게 아니라) 제안서를 냈을 뿐이어서 지금의 카카오폴과 무엇이 어떻게 같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현재 두잇서베이는 카카오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달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회신을 요청했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토로다. 카카오가 계속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법적 분쟁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카카오가 너무 괘씸하다”며 “벤처 입장에서 상당한 시일이나 자금이 소요돼 부담스러운 일임에도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법에 자사 서비스 이름을 활용해 모바일 광고 영업을 하고 있는 링크플랜을 상대로 도메인과 상표 사용을 중지시켜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해당 업체 역시 “카카오의 법적 대응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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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카카오가 ‘상생’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나 몸집이 커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갑’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아이디어 경쟁이 심한 벤처업계에서 서비스 모방에 대해 스스로에게만 지나치게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생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 논의가 무르익지 않아 이번 논란의 옳고 그름 판단은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카카오가 대기업 NHN의 ‘라인’을 두고 카카오톡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따라했다 반발하면서 반대의 경우에는 말을 바꾸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