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걸프전, 스마트전쟁시대를 열다
“ 버니 쇼 기자입니다. 밖에서 뭔가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피터 아넷, 여기와 보세요. 우리가 보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합시다...바그다드가 빛나고 있어요...우리는 하늘이 온통 밝은 섬광으로 빛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피터 나와 주세요.”
“대공포가 하늘로 날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호텔로 나는 비행기 소리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에서 엄청난 빛을 보고 있습니다....”
1991년 1월 17일 버나드 쇼 CNN기자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렇게 시작되는 전쟁시작 현장을 바그다드의 호텔 숙소에서 생중계로 내보내고 있었다.
1991년 1월 17일부터 2월 28일까지 미국 등 34개 다국적연합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의 양상은 첫날부터 전세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테드 터너가 10년전 설립한 CNN은 베트남전 이후 가장 거대한 전쟁의 시작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현장에 NBC,CBS,NBC기자는 없었다. CNN은 일약 세계적인 방송사로 떠올랐다.
이 날 밤 CNN의 위성중계 화면은 세계처음으로 전쟁의 개시현장을 전세계에 생생하게 보내고 있었다. 이라크 수도의 칠흑같은 밤하늘에는 불꽃놀이 폭죽 터지듯 대공포 사격의 섬광이 퍼졌고 미군과 다국적군의 폭탄의 폭발장면도 녹색 또는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토마호크 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폭탄들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바그다드 내 목표물들을 추적해 폭파시켰다. 전세계는 개전 초부터 지켜본 이 잊지 못할 위성중계물이 몇 번이고 방송되는 것을 다시 보면서 경악했다.
바그다드시내 목표물들을 공격한 유일한 스텔스전투기 F117은 방어가 잘 된 방공시설과 군의 지휘 통제시설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폭탄들은 정확히 목표물인 이라크 공군본부, 정보국건물, 내무부(경찰청), 의회건물, 바트당 당사건물 등을 향하고 있었다. 이들은 폭격기들의 총 출격횟수의 불과 2%밖에 안됐지만 전체 전략 공격대상의 40%를 파괴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GPS기반의 스마트탄이었다. 투하량은 전체 폭탄의 4.3%에 불과했지만 그로 인한 이라크군의 피해규모는 전체 공습 피해의 75%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탄들은 2차대전이나 한국전 베트남 전당시의 폭탄들과 비교할 때 그 정밀도에서 차원이 달랐다. 미공군 스텔스기인 F117 한 대가 단 1회 출격해 폭탄 한 개를 투하하는 것은 2차대전때 B17폭격기가 4,500회 출격해 폭탄 9,000개를 투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냈다. 또 70년대 베트남전 때 95회 출격해 190개의 폭탄을 투하했을 때와 같은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전까지 폭격기에서 무작정 투하하던, 이른 바 멍청이폭탄(Dumb Bomb)에 GPS단말기를 장착한 결과였다.
딕비(James F. Digby) 랜드 연구소 정밀무기 전문가는 폭스뉴스인터뷰를 통해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은 화력의 양 대신 정보에 바탕을 둔 무기체계다. 그것은 적재해야 할 폭발물의 무게를 크게 줄여준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컴퓨터와 GPS가 대량파괴 대신 꼭 필요한 곳을 지정해 타격하는 똑똑한 전쟁(smart war)양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GPS를 사용한 걸프전을 계기로 인류는 이전의 전쟁과 또다른 차원의 첨단 하이테전쟁 시대로 들어섰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2003년 1월 3월 20일부터 4월 14일까지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한 이라크전쟁역시 다르지 않았다.
2001년 9·11테러사건 이듬 해 북한,이란과 함께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은 3월20일 바그다드 남동부에 미사일공격을 가하면서 전쟁을 시작했다. 작전명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로 불린 이 전쟁은 발발 26일 만인 4월 14일에 사실상 끝났다. (WMD는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전자전'으로 불릴 만큼 각종 첨단무기가 동원된 이 전쟁에서 가장 주목받은 무기는 역시 개량형 스마트폭탄(JDAM)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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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방부는 GPS전파교란기가 미국의 스마트탄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3년 1월 10일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폭스뉴스는 이같은 국방부의 우려를 전하고 있었다. 시계라디오 크기만한 GSP교란기(GPS scrambler)가 이라크국경에 설치돼 위성안애기반의 스마트폭탄을 타깃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사이언티픽아메리칸역시 2003년 4월 1999년부터 군사용기기전시회에서 GPS교란기를 소개하기 시작한 에이에이컨버시아사(Aviaconversiya Ltd.)를 유력한 전파교란 기기 판매의 배후 중 하나로 주목했다. 이 기기는 7마일 이내의 GPS주파수를 교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PS를 국토안보부 산하로 편입시켜야 하는 인프라라며 로비중이던 헤리티지재단의 국방분석가 잭 스펜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GPS신호가 취약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24개의 위성이 끊임없이 2개의 신호(L1, L2)빔을 지구로 쏜다. 하나는 암호화되지 않은 민간용이고 또하나는 암호화된 군사용 신호다. 하지만 광대역전송기는 올바른 주파수가 이들 신호를 압도하면 전자파 노이즈를 발생시키게 된다. 사실 이들 신호는 매일 듣는 라디오의 평균 신호강도보다도 더 약하다.“
실제로 이라크는 1999년부터 군사전시회에 다수의 GPS교란기를 소개하기 시작한 러시아의 에이비아컨버시야사로부터 교란기를 구입했고 이는 GPS운영자인 미군에게는 잠재적 위협이었다. 이라크군은 전쟁중 적어도 대당 4만달러 이상인 6대의 고출력 GPS교란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GPS는 미군에게 여전히 스마트탄과 크루즈미사일을 목표물로 정확히 유도해 주고 있었다. 모든 교란기는 단 2일만에 미군에 의해 제거됐다.
미군은 즉각 이라크군의 전파교란기에 대응했다. GPS단말기가 장착된 스마트탄인 JDAM(GPS-equipped Joint Direct Attack Munition (JDAM) 및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에 관성항법시스템(INS)를 백업하는 방법으로 미사일이 타깃을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게다가 약간 고출력인 GPS교란기는 손쉽게 위치가 추적돼 스스로를 표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빅터 르노 미육군소장은 카타르에서 기자들과 가진 브리핑에서 “사실 우리는 GPS무기로 GPS교란기를 파괴시켰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GPS교란기가 힘을 쓰지 못한 보다 결정적 이유는 미군이 이라크상공에 비밀리에 띄운 의사GPS위성(Psedo-lite,Psedo –satellite)의 힘이었다. 이 위성은 교란기가 교란한 것보다도 높은 수준의 신호증폭기술을 사용했다.
글로벌호크 또는 프레데터라는 이름의 무인폭격기 드론(Drone) 등에 실린 GPS를 본 뜬 위성 슈도라이트(擬似衛星·pseudolites)는 이라크 상공에 작은 GPS위성신호 전송기지국을 만들어 주었다.
이들 의사위성은 우주에서부터 오는 약한 GPS신호를 잡아 보다 높은 출력의 신호로,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상군, 또는 스마트폭탄에 적군의 목표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신호를 연계시켜 주었다. 슈도라이트 역시 실제 위성처럼 최소한 4기가 준비돼야 했다.
2000년 4월 미고등국방기술연구소(DARPA)에 의해 이뤄진 테스크 결과 의사위성은 GPS교란기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위력을 과시했다.
특별히 개발된 빔형성 안테나(beam-forming antennas )와 신호프로세서(signal processors )가 의사위성이 GPS교란을 당하더라도 하늘에서 오는 GPS수신를 정상처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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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GPS를 이용하는 미사일과 무인비행기로 인한 살륙에 대한 경고는 엄중했다.
우주전쟁을 경고하는 글 하늘전쟁을 쓴 헬렌 캘디컷은 “우주를 무대로 하는 인공위성 덕분에 캐낸 장거리 살육의 노다지”라며 이 GPS위성으로 촉발된 더 지능적이고 무서운 스마트전쟁을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