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8이 등장 초기부터 예고했던 시장 안착의 어려움은 현실로 나타났다. 앞서 출시된 윈도7의 성공과 대조적으로, 윈도8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윈도비스타의 실패를 연상시킨다.
미국 지디넷은 4일(현지시각) 조사업체 넷애플리케이션스의 데스크톱 운영체제(OS) 점유율 통계치를 근거로 비스타 때보다 더한 실패를 진단하며 '윈도8이 실패한 5가지 이유'를 꼽았다.
보도에 따르면 윈도8 출시후 5개월간의 점유율 추이는 윈도비스타 때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윈도 비스타는 출시후 약 0.9%(1개월째), 2.0%(2개월째), 3.0%(3개월째), 3.6%(4개월째), 4.5%(5개월째)로 확산됐다. 윈도8은 출시후 약 0.4%, 1.1%, 1.6%, 2.3%, 2.7%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해왔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윈도 비스타가 시장에서 안착하지 못했다는 점과 다른 OS에 비해 초라한 실적을 거뒀던 제품이란 점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숫자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비스타가 최신 윈도보다는 더 나은 실적을 보이는 상황이다.
사실 윈도8은 지난해 10월말 출시됐기 때문에, 그에 이어 연말 휴가시즌에 맞춰 신제품 PC와 노트북에 탑재되는 식으로 판촉에 보조를 받았다. 지난 2007년 1월 출시된 윈도비스타는 그런 특수를 노릴 수도 없었다. 또 당시 태블릿과 스마트폰 시장은 지금처럼 거대하지 않았으나, 윈도8은 PC와 태블릿을 모두 겨냥해 나왔다. 이에 윈도8의 성과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것을 미국 지디넷은 지적했다.
윈도8이 초기 시장 확산에 실패했다는 분석은 이미 지난달 조사업체 가트너가 내렸던 진단과 일치한다. 지난달 중순 가트너는 지난해 4분기 세계 PC판매 현황을 바탕으로 이를 전했다. 당시 전년동기대비 4.9% 감소해 9천30만대를 기록한 PC출하량에 작용한 '윈도8 효과'는 크지 않았단 내용이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스티븐 J. 보건 니콜스는 다른 조사업체 NPD의 관측을 인용해 연말이면 태블릿이 노트북 단말기 판매를 넘어설 전망인데, (PC와 태블릿을 모두 겨냥한) 윈도8이나 윈도RT 그리고 윈도폰8은 지난달 넷애플리케이션스의 모바일과 태블릿 점유율 통계상 순위밖에 있다며 0.02% 점유율을 기록한 안드로이드1.6 버전도 목록에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나쁜 상황인지 알 수 있다고 평했다.
그는 윈도8이 지금같은 부진함을 보이는 이유를 ▲사용자인터페이스(UI)에 대한 거부감 ▲기존 PC 사용자에게 별 이득이 없는 데스크톱 환경 ▲개발자들의 반감 ▲윈도7 사용자들의 무관심 내지 불신 ▲PC시장에 쳐들어온 태블릿과 스마트폰, 5가지로 요약했다.
그에 따르면 우선 앞서 '메트로UI' 또는 '모던UI'라 불리며 터치스크린에 맞춰 나온 조작환경이 유용하지 않다. 태블릿을 다루는 방식으로는 적절하지만 데스크톱에서는 '쓸모없고 흉하다'는 평가다. 모던UI는 기존 윈도 사용자들이 익숙해졌던 것들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이용방식을 배우게 만든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꼭 그래야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J. 보건 니콜스는 MS가 그냥 데스크톱의 윈도7 에어로 인터페이스를 윈도8에 놔두고 메트로UI 터치인터페이스를 모든 단말기에 심는다는 아이디어를 포기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번째 이유는 첫째와 비슷하지만 좀더 포괄적이다. 윈도8이 데스크톱을 쓰는 사용자들에게 아무런 혁신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윈도7보다 윈도8이 더 빠르긴 하지만, 그뿐이다. 2가지 인터페이스가 섞여 있다보니 더 빨라진 컴퓨터로 제역할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 더 걸릴 정도다.
세번째 이유는 개발자 관점의 어려움이다. J. 보건 니콜스는 (전에) 말했듯이 개발자들이 어렵게 다져온 닷넷, 윈도커뮤니케이션파운데이션(WCF), 윈도프리젠테이션파운데이션(WPF) 기술을 윈도8 네이티브애플리케이션 만들기에 소모하긴 싫을 것이라며 게이브 뉴엘 밸브 공동창립자 겸 매니징디렉터가 '윈도8은 PC 분야에서 모두에게 재앙'이라 말한 바 있고, 그는 스팀 게임을 리눅스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썼다.
네번째 이유는 이미 윈도7에 만족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 작용해서다. 이는 윈도XP 사용자가 절대다수일 때 출시된 윈도비스타의 실패를 통해 이미 접했던 현상이다. 새로운 OS가 기존 제품보다 딱히 나을 게 없다보니 이를 갈아탄 사람은 소수에 그쳤다. 지금도 그 때와 같다.
다섯째 이유는 컴퓨팅기기 시장 자체의 변화로 윈도의 '텃밭'인 PC 시장이 경쟁국면에 놓인 탓이다. 이제 굳이 윈도PC를 안 사더라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애플 아이패드같은 태블릿, 또는 구글 크롬북같은 별개 OS 기기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PC 데스크톱이란 제품 분야가 죽었단 건 아니지만 이 기기를 구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이득이 다른 기기를 선택했을 때에 비해 엄청나게 큰 건 아니다. 이 사실은 결과적으로 윈도8 PC 판매에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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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도 이걸 알기에 회사의 미래를 클라우드 서비스와 긴밀하게 통합된 OS 및 애플리케이션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윈도8 후속판으로 알려진 '윈도블루'가 이같은 구상을 실현할 차기작으로 준비되고 있다.
이밖에도 업계는 MS가 주력 애플리케이션 오피스 제품을 기존 라이선스 판매 방식에 더해 기간제 가입형 서비스로 내놓기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루머로만 존재하는 '아이패드용 MS오피스'가 출시되더라도 그에 결합된 방식으로 MS의 수익을 지원할 수 있는 제품으로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