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브라우저 핵심기술이 웹킷과 게코, 양대 오픈소스 기반으로 수렴중이다. 여전히 액티브엑스같은 낡은 기술에 발목 잡힌 국내 상황만 동떨어진 분위기다. 이는 국내 상당수 웹사이트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PC기반 윈도 환경에서 IE 브라우저만 지원하는 액티브엑스 기술에 의존해온 결과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모질라, 구글, 오페라소프트웨어같은 글로벌 브라우저 개발업체 움직임도 여기 상응한다. 일반 웹사용자들의 주 단말기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옮아가면서 웹표준과 비표준 성향의 격차는 두드러진다. 여전히 국내 IE 브라우저 점유율은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와 해외 웹 생태계는 전혀 딴세상이다. 한 국내 업체가 새로 선보인 브라우저는 오픈소스에 기반해 속도가 빠르다면서 한편으론 이를 희생하면서 액티브엑스 기술도 지원한다고 자랑한다. 거의 같은 시기 해외서는 한 브라우저 개발사가 웹표준 지원 가속을 위해 웹킷을 도입했고, 연초 다른 곳은 그 확산을 위해 웹기반 모바일OS 상용화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민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사이트와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민간분야 사이트가 이를 조장했다. 지난해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민관200대사이트 액티브엑스 사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중앙행정기관 대표사이트 45곳, 직업경제관련 20곳, 생활복지관련 18곳, 교육문화관련 17곳이 결제와 인증, 보안, 파일관리, 리포팅와 에디터, 멀티미디어처리 등에 액티브엑스를 썼다.
■스윙브라우저, 1996년 출생 액티브엑스를 지원하다
지난 14일 국내 소프트웨어업체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 줌인터넷이 윈도PC용 '스윙브라우저'를 공개했다. 이는 구글 크롬의 오픈소스 커뮤니티판 브라우저 '크로뮴(Chromium)'에 기반한다. 그래서 스윙브라우저 렌더링엔진도 웹킷인데, 국내서 가장 유명한 비표준 웹기술 '액티브엑스'도 지원한다.
스윙브라우저가 작동하는 방식은 2가지다. 통상적으로는 웹표준을 따르는 사이트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크롬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액티브엑스 기능이 포함된 사이트를 처리할 때는 이를 지원하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 기능을 빌린다. 그냥 IE를 쓸 때처럼 속도는 늦다. 그나마 윈도 전용이라 리눅스나 맥PC, 모바일에선 안 된다.
스윙브라우저는 본질적으로 윈도용 크롬과 파이어폭스용 'IE탭'같은 확장기능 형태로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임시방편'을 제품화한 것에 불과하다. 개발사 줌인터넷은 웹표준 지원과 성능이 무기인 오픈소스 기술로 브라우저를 만들었으면서도 비표준의 상징인 액티브엑스 지원을 경쟁요소로 내걸어야 국내서 주목받는 실정이다.
■오페라, 1996년 출생 브라우저의 뼈대를 오픈소스로
이는 최근 모바일 브라우저 강자였던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자체 렌더링엔진을 걷고 웹킷 기반브라우저 업체로 전향한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지난 12일 오페라소프트웨어는 3억명에 이르는 자사 브라우저 사용자들을 위해 렌더링엔진을 점차 웹킷으로 바꿔가겠다고 선언했다. 회사는 18년째 PC, 모바일, 임베디드용 브라우저를 만들어온 회사다. 더불어 웹킷 이전에 쓰던 '프레스토' 엔진을 2003년부터 10년동안 다듬어온 웹표준 베테랑이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이미 웹킷 오픈소스커뮤니티에 직접 브라우저를 만들기 위해 고친 구성요소를 공개하고 있다. 회사가 자체기술을 포기한 이유는 웹표준 지원 활동에서 군일을 줄이려한 것이다. 브라우저를 만들 때 애플, 구글, 블랙베리, 삼성전자 등 여타 PC와 모바일 브라우저 업체들처럼 고유 경쟁력 살리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웹킷 '쏠림', 긍정과 걱정 사이
앞서 웹킷을 애플이 iOS와 맥OS X용 사파리 브라우저에 활용했고, 구글이 데스크톱 크롬과 크롬OS, 안드로이드용 크롬을 만드는 데 썼다. 블랙베리도 그 스마트폰 브라우저를 웹킷 기반으로 만들어왔고, 삼성전자가 상용화를 예고한 타이젠에도 웹킷이 들어갔다. 브라우저마다 뿌리는 같다지만 성능과 최신 웹기술 구현수준이 상이하다.
오픈소스기술 웹킷이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브라우저 환경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웹킷의 위상은 꾸준히 상승세다. 업계는 이를 몇년 앞서 예견했다. 기본 브라우저가 웹킷 기반인 안드로이드와 iOS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플랫폼시장을 양분하면서다.
일각에선 윈도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가 한때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을 때처럼 웹킷으로 '쏠림' 현상이 벌어질까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 IE에 대한 쏠림은 실제로 일반 사용자와 웹을 활용하는 사업자들의 불편을 낳았다.
반면 웹킷은 브라우저를 만드는 기술업체들의 웹표준 대응을 돕는 차원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도 읽힌다. 각 기술업체들이 웹킷에 독자적인 구성요소를 심더라도 이를 공개해야 하는 오픈소스인 만큼 기술적인 편향 우려는 적다는 것이다.
■모질라 게코 '오픈소스 대안' 체제 강화
이가운데 파이어폭스를 만들어온 모질라의 최근 움직임이 오픈소스 진영의 응원을 받고 있다.
모질라는 '게코'라는 자체 브라우저 엔진을 활용해 여러 사용자 단말기에 대응하는 플랫폼과 제품을 개발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기술 사이에서 사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대안 역할을 자처해왔다. 대표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의 탄생배경부터가 지난 2000년초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한 MS의 IE에 '대항마'로 나서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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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모질라는 윈도 뿐아니라 리눅스와 맥PC용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만들어 제공해왔다. 현재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돌아가는 모바일용 파이어폭스도 배포한다. 최근 윈도8 터치스크린에 대응하는 메트로버전도 시험판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크롬도 PC환경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모바일에선 다시 OS 중심의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 짙다. 이에 모질라는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파이어폭스OS란 스마트폰 플랫폼도 만든다. PC에서 모바일로 옮아가는 사용자 환경에 맞춰 여전히 개방형 표준의 대안이란 입지를 잇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