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1등 꼼수 '0% 할인상품권' 논란

일반입력 :2013/02/15 08:57    수정: 2013/02/15 08:59

봉성창 기자

최근 한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할인율 0%인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알고보니 그 이면에는 과열 경쟁을 조장하는 꼼수가 숨어 있었다.

위메이크프라이스(대표 허민, 박은상, 이하 위메프)는 이달 초 부터 매일 문화상품권, 해피머니 상품권, 틴캐시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상에서 사실상 현금처럼 쓰이는 인기 상품권에 내걸린 할인율은 0%다. 즉, 1만원권 문화상품권이 액면 그대로인 1만원에 판매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 수백 건에서 많게는 수천 건이 팔리고 있다.

이 미스테리한 위메프의 판매 비결은 바로 포인트 퍼주기다. 가령 회원 가입 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5천원권 상품권을 500원에 살 수 있을 정도다.

현재 위메프에 추천을 받아 회원 가입을 하면 2천5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된다. 이후 앱 다운로드 이벤트에 참여하면 1천포인트가 주어진다. 여기에 설 연휴 기간 동안 앱에서 아무 상품이나 클릭하는 것 만으로 1천포인트가 추가 적립된다. 이를 통해 4천500포인트를 모아 5천원권 문화상품권을 500원에 구입하는 방법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전파됐다.

게다가 위메프는 지난달부터 구입금액의 5%를 무조건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당초 1월 한달 간 예정된 이벤트는 달을 넘겨 오는 19일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이렇게 발생한 포인트는 상품권 판매를 통해 사실상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알선됐다. 위메프는 이러한 포인트 지급과 온라인광고를 합쳐 1월 한 달에만 무려 30억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11월에는 회원 100만명에게 2천포인트 씩을 일괄 지급하는 방식으로 20억원을 뿌리기도 했다.

이렇게 뿌려진 포인트는 다시 0% 할인상품권 판매에 사용되기 때문에 위메프의 거래액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익은 고사하고 비용만 계속 들어가 알맹이는 없이 몸짓만 키우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실상 회원들에게 현금을 주고 회원가입 및 모바일 앱 설치를 유도하는 편법이라는 비판에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위메프가 무리하게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소셜커머스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지난 5일 위메프는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1월 마지막주 소셜커머스 전체 사이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뿐만 아니라 1월 한달간 매출성장률 71.3%, 월간 구매자수 82.2%를 기록했으며, 월 매출액 555억원 구매자수 880만명으로 급격한 성장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티켓몬스터, 쿠팡 등 기존 선두업체들은 위메프의 지나친 퍼주기 공세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내심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소셜커머스 업계가 초창기처럼 지나친 과열 양상으로 흐를 경우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과연 위메프가 앞으로 얼마나 매월 수십억대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더 투입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위메프를 운영하는 나무인터넷은 과거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을 매각해 2천억원 잭팟을 터트린 허민 대표가 세운 회사다.

허 대표는 나무인터넷을 통해 위메프의 투자자로만 활동하다가 지난 2011년 7월부터 본격적인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경영참여를 밝힌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지금 소셜커머스는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말도 안되는 산업으로 변질됐다”며 “광고나 마케팅에 비용을 모두 쏟아붓는 출혈 경쟁은 지양하고 본질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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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위메프 박유진 홍보실장은 회사의 전략이 바뀐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본질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대부분 소셜커머스가 같은 판매자의 상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만큼 가격을 더 낮출 수 없어 포인트 적립을 통해 사실상 가격을 내린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0% 할인 상품권은 단순히 포인트를 위메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선물이며 공격적인 투자는 티몬이나 쿠팡과 시점만 다를 뿐이지 전체 총액을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훨씬 적게 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