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불산 누출 의혹 증폭

일반입력 :2013/01/29 17:09

정현정 기자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불산누출 사고로 협력사 직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 박모씨가 방제복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작업에 나섰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전자가 가스누출시 안전관리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채 사고 발생 이후 최소 25시간 동안 사고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데다 사업장 내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과 사고 은폐 의혹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29일 삼성전자와 사건을 수사 중인 화성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고현장 CCTV를 분석한 결과 사망한 박모씨는 방독면만 쓴채 방제복을 착용하지 않고 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씨의 방제복 착용 여부와 전체 작업시간 중 방제복을 입지 않은 시간이 어느정도 인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유족들은 사고 초반에는 불산 유출이 경미해 가스 마스크만 쓰고 작업한 것이 맞지만 상황이 커져서 다시 현장에 들어갔을때는 방제복을 착용하고 작업했다고 주장하면서 삼성전자측에 사실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시신에 대한 부검은 30일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사고현장에서 촬영된 CCTV를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인부들의 진수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안전관리팀(GCS)의 현장조치 사항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TI서비스의 초동대처에 대해서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STI서비스는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경 불산누출 사실을 감지하고도 경미한 사고라는 판단에 따라 누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는 임시조치만을 취한채 10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인 그날 오후 11시께 수리를 시작했다. 수리는 다음날 새벽 4시59분에 완료됐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스가 누출된 지 10시간이 넘도록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 50여명(생산 11라인)을 비롯해 1만5천여명에 대한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유해물질이 누출된 사실을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유관기관에 알렸다는 사실도 은폐 의혹을 불거지게 하는 부분이다. 뒤늦은 신고로 유관기관들이 누출 사고를 인지한 시점은 사고 발생 후 25시간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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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조사 결과 가스 누출량은 2~3리터로 유출된 화학물질은 폐수처리장으로 자동적으로 유입됨으로써 주변 확산 가능성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불산가스 누출량에 대한 논란과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29일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CCSS) 건물 안팎에서 불산 농도를 측정한 결과 건물 내부 중심부에서는 0.2ppm, 누출지점 바로 아래에서 0.6ppm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정한 작업장 안전기준은 0.5ppm이다. 작업장 외부에서는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오후 정밀검사를 벌여 불산 누출 또는 검출 여부를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