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이란 이름을 붙이려면 제한을 없애야 한다.”
지난 2010년 7월27일 한 간담회에서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SK텔레콤의 ‘3G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 이같이 비꼬았다. 망 부하 시 대용량 서비스를 제한하는 무제한 요금제는 ‘무늬만 무제한’이란 이유에서다.
당시 표 사장의 발언은 경쟁사가 출시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공개석상에서 비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한 술 더 떠 당시 KT의 김연학 CFO는 사흘 뒤 실적발표에서 “KT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출시 계획이 없으며 SK텔레콤이 무모한 요금경쟁을 한다”며 몰아세웠다.
하지만 KT는 SK텔레콤이 3G 무제한 데이터 상품을 내놓자 보름 뒤 같은 서비스를 뒤따라 출시했고, 이후에도 모바일 트래픽 폭증의 주요인으로 무제한 요금제를 꼽으며 도입을 촉발시킨 SK텔레콤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2년 반이 지난 현재 이동통신시장이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또 시끄럽다. 그런데 그 이유가 경쟁사 간 비방이 아니라 비싼 통신요금 때문이다.
이동통신3사의 LTE 무제한 요금제가 ‘기준 데이터’와 ‘속도제한’ 딱지가 붙은 무늬만 무제한인데, 10만원이 넘는 요금 탓에 여기저기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터져 나온다.
그동안 ‘모바일 트래픽 폭증에 따른 네트워크 부담’ 운운하며 LTE에서는 절대 출시하지 않을 것처럼 행세하던 이통3사가 10만원 이상 요금을 매겨 무제한 요금제를 꺼내든 것이다.
더욱이 무제한 요금제를 ‘무모한 요금제’로 폄하했던 이통사들이 경쟁사들의 영업정지 기간 가입자 뺏기를 위한 전략적 도구로 꺼냈다는 점에서 ‘누구를 위한 요금제’인지 그 진정성도 의문이다.
이통3사는 지난 3년 새 ‘1만1천원’이었던 휴대폰 표준요금을 스마트폰 요금제(4만5천원),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5만5천원), LTE 요금제(6만2천원),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9만5천원~13만원) 등을 거쳐 10만원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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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통3사가 휴대폰 유통망을 장악한 채 값비싼 스마트폰을 미끼로 활용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결국, 약 20년 간 정부가 인위적으로 유지시켜온 이통3사의 과점체제는 소비자를 봉으로만 여기도록 만들어놓은 셈이다.
정부의 인위적 규제보다 시장논리에 맡겨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소비자들이, 제4이동통신사의 통신비 인하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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