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삼성 겨냥 발언 아냐”…긴급 진화

일반입력 :2013/01/18 11:10

정현정 기자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삼성전자의 옥타코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두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마케팅”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생긴 가운데 퀄컴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제이콥스 회장이 ARM의 빅리틀(big.LITTLE) 구조의 한계와 제조사들의 코어수 마케팅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낸 것은 맞지만 이 같은 발언이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는 시장 주도권을 다투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삼성전자가 퀄컴의 최대 고객사이자 협력사라는 점에서 오해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언와이어드뷰는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중국 내 언론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많은 코어수의 AP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옥타코어 마케팅 뒤에 큰 문제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옥타코어(Octa-Core, 8개의 코어)’라는 마케팅으로 포장했지만 실제 성능은 자사의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AP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공세로 파악했다.

하지만 퀄컴은 이 같은 제이콥스 회장의 발언이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며 본사 차원에서 이례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번 논란은 중국의 한 기자가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쿼드코어로 옮겨갔고 삼성은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올해 모바일 칩셋 시장 트렌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제이콥스 회장은 “소비자들은 단순한 코어의 개수에 현혹될 수 있다”면서 “빅리틀의 사례만 보더라도 4개의 고성능 코어의 전력소모를 감당하기 위해 4개의 저성능 코어를 추가로 장착한 고육지책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퀄컴의 제품은 각각의 코어가 독립적으로 작동해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빅리틀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없다” “퀄컴은 이미 우리의 듀얼코어가 경쟁사의 쿼드코어 보다 성능이 좋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어의 개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마케팅 방법이지만 이는 소비자를 오도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옥타코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5 옥타’를 최초로 공개했다.

엑시노스5 옥타는 암(ARM)의 최신 저전력 설계구조인 ‘빅리틀(big.LITTLE)을 적용한 제품으로 ARM 코어텍스A15와 코어텍스A7을 혼용해 모바일 기기에서 3D 게임 등과 같이 고사양이 필요할 때는 4개의 고성능 코어텍스A15 코어가, 웹서핑이나 이메일 등 저사양 작업에는 4개의 저전력 코어텍스A7 코어가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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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코리아 관계자는 “제이콥스 회장이 중국 현지 간담회 중 질의응답 과정에서 영어로 얘기한 내용을 중국어로 번역하고 이를 다시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을 미국 내에서 처음 보도했던 언와이어드뷰 역시 “최초 질의응답 내용이 두 번의 번역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제이콥스 회장은 모바일 프로세서에 장착되는 코어의 개수에 초점을 맞추고 얘기했으며 삼성의 엑시노스5 옥타를 두고 직접적으로 소비자를 현혹한다거나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보도 내용을 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