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인텔이 손잡고 개발중인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이 성공하려면 경쟁자와 차별화할 요소, 그리고 지금보다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지디넷은 17일(현지시각) 타이젠의 최근 이력과 현황을 보도했다. 그 장기적인 미래에 지금과 같은 불분명한 로드맵과 별다른 차별화 요소가 없는 상태가 인텔과 삼성같은 주도업체를 제외한 타 제조사와 개발자들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요인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과 인텔이 타이젠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생태계를 키우고 iOS와 안드로이드에 맞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타이젠은 리눅스기반으로 HTML5 앱을 구동하는 오픈소스 OS다. 스마트폰과 태블릿같은 모바일 기기 그리고 TV같은 가전제품도 겨냥했다.
리눅스재단이 지난 2011년 9월 타이젠 개발 소식을 알렸다. 인텔과 노키아가 손잡고 만든 모바일OS '미고'의 명맥을 끊은 직후다.
지난해 1월 삼성은 타이젠 개발조직 테크니컬스티어링그룹(TSG)의 참여사로 인텔과 합류했다. 그리고 이달초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앱개발자도 제조사도 사용자기반도 없다?
시장조사업체 IDC 아태지역 수석시장애널리스트 웡 텍 청은 이미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플랫폼에 점령된 모바일업계서 새로이 등장하는 멀티디바이스 OS들은 성장하기 어려워지는 추세라며 타이젠뿐 아니라 모질라의 파이어폭스OS나 캐노니컬의 우분투포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OS가 일말의 성공 여지라도 일궈내려면 좋은 앱을 선택하고 개발자와 단말 제조사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며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까지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가 지적한 3가지 요소가운데 타이젠이 제대로 존재감을 다져놓은 항목을 찾기란 어렵다. 구글과 애플의 플랫폼에 도전하기 이전에 이미 상용화된 하위 경쟁자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 노키아의 심비안이 더 낫기 때문이다.
또다른 조사업체 캐널리스의 연구분석가 제시카 퀴는 삼성이 타이젠 개발에 참여한 게 플랫폼의 미래에 일정부분 이점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성공을 장담하는 건 아니라고 평했다. 삼성이란 브랜드에 프리미엄이 존재하며 타이젠에 많은 투자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기존 자체 플랫폼 '바다'의 전철을 밟지 않을거란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삼성은 글로벌 모바일시장에서 경쟁사들보다 먼저 타이젠 플랫폼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런 독보적인 태도가 앱개발자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피처폰으로 팔아라
비관적 전망을 입증할만한 명확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사실 삼성이 여태 어떻게 해왔는지 솔직하게 밝힌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태도는 앞으로도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픈소스 플랫폼을 성공시키려는 회사의 태도로 믿기 어렵다.
타이젠의 개발계획을 둘러싼 수많은 루머와 추측이 있는데, 인텔과 삼성은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적용 라이선스나 가격에 대한 의문점도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에겐 넘기 어려운 장벽으로 작용한다. 또 삼성은 처음부터 타이젠을 바다OS에 합치길 바랐다지만 2개 플랫폼간의 통합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최근 한 국내 보도를 통해 삼성 고위 관계자가 바다OS와 타이젠을 합쳤다고 언급했다는데, 사실이라면 공식 발표는 왜 하지 않을까. 몇달 뒤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앱을 만들고 싶어하는 개발자는 없다. 들인 노력만큼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생태계에 참여할까말까인데 타이젠 개발사는 그 반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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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측대로 퀴 분석가는 타이젠이 안드로이드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OEM 제조사들의 참여를 통해 실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새 플랫폼이 탄력을 받으려면 제조사들의 안드로이드 전략이 실패해야 한다. 아시아시장만 놓고 보면 그 성공을 다질 기회도 제법 보인다. 200달러이내의 저렴한 타이젠 휴대폰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피처폰을 대체할 수 있다.
아시아뿐 아니라 다른 신흥시장에서도 타이젠은 플랫폼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처폰사용자들의 기호에 맞는 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해서다. 하지만 이 경우 고성능 단말기 위주의 경쟁이 치열하고 기존 피처폰의 대안을 찾기 어려운 국내 시장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 전략이 된다. 삼성이 '곧 출시'를 예고한 타이젠폰이 어떤 모습을 갖추고 나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