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통한 사업 전략 수립에 고심할 때 사람에 승부를 걸어 성공을 거둔 일본의 한 유통체인이 있다. 사람의 직관과 판단력에 무한한 신뢰를 보냄으로써 '최저가 고품질'이란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를 해결했다.
일본 나고야에 위치한 타찌야란 일본 소매유통체인업체는 지점장에게 판매상품의 선택부터 구매, 가격결정까지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구매담당책임제'를 운영한다.
이 회사의 지점장은 부임하면서 트럭 한대를 지급받는다. 그는 매일 아침 직원들과 트럭을 몰고 나가 그날 판매할 상품을 결정한다.
상품의 품질을 눈으로 확인해 불량품 구매를 지양하고, 당일의 감에 따라 그날 잘 팔릴 것 같은 특별상품도 선정한다. 이렇게 점장이 발품을 팔아 값싸면서 질좋은 식료품, 생필품 등을 확보하고, 판매가격도 직접 정한다.
타찌야의 판매품목은 매일 다르고, 가격도 매장마다 다르다. 그날 품질이 좋지 않다면 판매하지 않는다. 또한 판매상품의 조달자가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준다.
상품은 당일 판매가 원칙이다. 재고를 없애 가격은 최대한 낮게, 그러면서 품질을 최고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타찌야 매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만 운영되는데 판매 상품은 항상 품절이다. 주변의 대형 마트나 중대형 유통매장보다 훨씬 싸면서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소매유통매장에서 가격과 품질을 모두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처럼 값싼 상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게 통념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항상 '값싸면서 질도 좋으면서,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찾는다.
이 회사는 치밀한 상품조달체계나, 무리한 영업시간 확대를 하지 않는다. 본사는 전깃불 하나도 허투로 켜지 않을 정도로 온갖 비용낭비를 배제한다.
타찌야 회사 입장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건 직원이다. 지점장부터 현장직원까지 모두가 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고, 그들의 능력과 판단력에 당일 매상이 결정된다. 직원 한명이라도 매장 운영원칙을 위반하면 전반적인 경영시스템이 위협받는 구조다.
이 구조는 직원 한명 한명의 역량에 성패가 갈린다. 우수한 인력의 규모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겨룩 회사는 우수한 직원을 키워내는데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회사의 고민, 'IT 비서'가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이 회사의 새로운 고민이 등장한다. 현 체계 속에서 점포수를 빠르게 늘려가는 건 힘들다. 현 체계를 대규모로 확대할 때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지 걱정하는 것이다.
기술과 시스템보다 사람을 믿는 이 회사도 직원의 역량을 언제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IT가 등장한다. 비용절감 대신 비즈니스 성공을 이끈다는 IT의 혜택이 타찌야 같은 독특한 원칙을 세운 회사에 접목될 때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최근 IT업계에 불고 있는 빅데이터란 화두를 떠올릴 수 있다. 직원의 경험, 판단력 부족을 빅데이터 시스템이 보완해주는 형태다.
현장 직원의 판단과 직관을 빅데이터로 100% 대체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다만 빅데이터 분석이 직원의 적합한 판단을 도와줄 수 있다. 현지의 날씨, 교통, 최근 작황, 거주민의 최근 행태까지 빅데이터로 삼을 거리는 많다.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분석할 수 있다면 직원의 판단에 도움을 줄 IT비서를 붙여줄 수 있게 된다. 하둡 같은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빅데이터 시스템이라면 데이터웨어하우스(DW)같은 고가의 솔루션 구매 없이 구매 및 운영비용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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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타찌야를 방문했던 국내 유통회사 관계자는 타찌야 같은 회사가 언제까지 인력의 규모와 수준을 현재처럼 유지한다는 건 매우 힘들다라며 이같은 고민을 타찌야 측으로부터 들으면서 빅데이터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직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인 IT시스템으로 정리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결합하면, 타찌야란 회사의 독특한 원칙을 지켜가는 데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