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수장이 8년만에 바뀐다. 교체설이 흘러나온지 거의 2년만이다.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계, 여성 임원이 신임 대표라는 점은 그간의 한국IBM 역사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란 평가다.
4일 IBM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IBM(IBM Greater China Group)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를 총괄하던 임원이 지난 2005년 2월 취임한 이휘성 한국IBM 대표 후임으로 내정됐다.
실제 내정된 차기 한국IBM 대표는 중국IBM GBS 제너럴매니저를 맡아온 여성임원 셜리 유-추이(Shirley Yu-Tsui)다. 중국IBM에서 글로벌서비스(GS) 제너럴매니저, 전략 및 비즈니스개발(SBD) 부사장, IBM본사 SBD 부사장직을 거쳐온 인물이다.
앞서 업계에 다양한 내용의 루머로 한국IBM 대표 교체설이 떠돌았지만 결국 이번에 확인된 사실과는 거의 맞지 않았다. 절정은 IBM 본사가 창립 100주년을 맞고 이 대표가 취임 6년을 채운 지난 2011년이었다.
당시 IBM은 그해 상반기중 예정된 이 대표의 퇴임을 4월초 고객사인 농협의 전산마비 사건으로 늦췄다는 추정, 후임자로 강성욱 당시 시스코 아시아 총괄사장이 지목됐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그에 앞서 한국IBM 하드웨어사업부를 맡다가 IBM 본사로 복귀한 한석제 전무도 유력한 차기 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회사가 10여명의 내외부 인사를 대상으로 새 대표 선임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고, 대부분 외부 인사였으나 결국은 내부 임원을 대표로 승진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해외지사 사업 총괄 임원이 한국IBM 사장을 맡게 됐으니 '내부 임원 승진'이란 표현이 틀리진 않은 셈이다. 하지만 내부 직원이나 파트너들 입장에선 '연고'도 없는 외국인이 한국IBM 대표로 선임된다는 점을 뜻밖이라 받아들일 수 있다.
그 배경은 실적부진이나 지난해 불거진 아이로그(ILOG) 총판사 KSTEC가 제기한 '밀어내기'같은 공정거래시비 등에 대한 본사의 관리강화 의도란 추정이 있는가하면 단순히 한국IBM에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한편 한국IBM은 대표 변경 사실이 확정되기 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애쓴 모습이다. 일례로 이 대표는 지난 2008년부터 이어온 신년사를 지난해말에도 뉴스레터 형식으로 공개하며 새해 사업비전을 제시했고 한국IBM은 지난 3일 국내 사업본부 총괄 임원을 새로 발령하는 인사이동을 실시하는 등 정례화된 절차를 진행했다. 덕분에 일부 임원들을 제외한 대다수 직원과 관계사들은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3일 오후 늦게 갑작스러운 경질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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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향후 IBM 그로스마켓사업부(GMU)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얘기도 있으나, 구체적인 거취 향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일 경우 외국계 임원의 한국법인 대표 선임 이유가 실적부진 때문이란 진단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듯하다. GMU는 IBM이 오라클처럼 통합솔루션 전략을 구사하는 경쟁사와 맞서 시장 기회를 키워나가야 하는 주요 조직이다.
GMU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남아연합(ASEAN), 호주와 뉴질랜드(ANZ), 중앙 및 동부유럽(CEE), 중국(GCG), 인도 및 동아시아(ISA), 라틴아메리카(LA), 중동 및 아프리카(MEA), 8개 지역군의 수많은 나라를 공략해야 한다. 즉 영국, 유럽, 일본 등 성숙기에 도달한 시장과 구별되는 지역을 상대로 IBM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수직계열화된 산업별 전문지식을 통합적으로 제공해 높은 실적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