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플-애니팡 매출 넘은 깜짝스타 탄생

일반입력 :2012/12/28 11:00    수정: 2012/12/29 08:52

카카오톡 게임이 올 하반기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보였다. 압도적인 다운로드 수는 물론 오픈마켓이 제공하는 매출 순위에서도 앞자리는 ‘for Kakao’ 일색이었다.

지난 20일 새벽 대선 투표 결과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그 날, SNS 한 편에선 ‘밀리언아서’라는 한 모바일 게임 출시 소식이 조용히 회자되고 있었다. 그리곤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정오가 되기 전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조용히 올랐다.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트처럼 사회적 파급력까지 지녔던 게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한 해가 저물 무렵, 업계는 한 순 간에 이 게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7천만 이용자를 확보한 카카오톡의 게임도 아니었고, 국내 이용자에겐 잘 먹히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카드배틀게임(TCG) 장르였기 때문이다. TCG 류는 수집 욕구가 강한 일본에서만 통할 것이라는 믿음에 카운터 펀치였다.

나아가 밀리언아서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일반 모바일 게임 평균을 상회하는 TCG 장르라는 점을 고려해 업계서는 밀리언아서가 일 평균 수억원 매출의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트를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더욱 주목된다.

그럼에도 국내서 밀리언아서 게임 서비스를 담당하는 액토즈소프트의 하성원 차장은 담담한 반응이다.

“이 게임은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났고 국내 서비스 소식이 알려진 뒤 기대감이 높았어요. 오히려 액토즈가 가져와서 잘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도 컸습니다.”

어차피 흥행할 게임인데 자신의 회사가 국내에 들여와 망했다는 소리가 두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日애니 마니아 공략 게임, 드림팀의 승부수

우선 밀리언아서는 마니아 중심의 게임이다. 그간 국내서 인기를 끌던 캐주얼 게임과 달리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10월 액토즈소프트를 중심으로 샨다게임즈와 스퀘어에닉스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할 당시에도 가장 먼저 입에 오르내린 게임은 누구나 한 번을 들어봤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다.

반면 하성원 차장은 “밀리언아서 국내 서비스 계획이 발표된 뒤 이 게임을 아는 사람은 모두 여기에 집중했다”며 “이미 국내서 3천명 정도가 일본판 밀리언아서를 즐기고 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출시 직후 이용자 반응이 매우 좋았고 다운로드나 매출이 급증하는데 게임 콘텐츠가 반,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바이럴 효과가 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정도의 사전 기대만으론 일주일 간 이어온 깜짝 성공 스토리가 설명되진 않는다. 하 차장은 이 부분에서 게임 내 콘텐츠의 파괴력을 강조했다. 자사 서비스 게임에 대한 칭찬을 넘어 원작의 개발 과정을 이야기하며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게임’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밀리언아서를 한 마디로 “드림팀이 만들어낸 역작”이라 표현했다. 게임 시스템이 잘 갖춰졌고 이용자 환경(UI)이 직관적이라 초보 게임 이용자의 진입장벽이 낮을 뿐 아니라 드림팀이라 불리는 이들이 게임 제작에 참여하면서 상당한 완성도를 구현했다는 것.

밀리언아서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카마치 카즈마가 세계관 설정 및 스토리 구성을 직접 했다. 그는 ‘어떤 마술의 금서 목록’ 등 관련 도서를 1천500만부 이상 판매시킨 유명 작가로 국내에도 상당수의 팬 층을 보유하고 있다.

내레이션도 화제다. 건담 등 유명 애니메이션에나 참여하는 베테랑 성우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았다. 또 게임에 등장하는 카드의 그림은 유명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이 담당했다. 애니메이션이 꽤 발달한 일본에서 스타 급 대우를 받는 이들이 전격 참여, 이 사실만으로도 마니아들은 손길을 피할 수 없다는게 하 차장의 설명이다.

이밖에 OST나 홍보 영상까지 세심하게 제작돼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겼던 20대 전후의 이용자층에겐 파격적으로 다가올 내용이라고 한다. 본래 마니아를 겨냥했지만 워낙 짜임새 있는 구성에 빠른 시간에 이용자층이 급증, 트래픽이 다소 적은 TCG 장르로 서버 폭주까지 일으켰다.

■“한국은 더 이상 카드배틀게임 불모지가 아니다”

TCG 장르의 성공도 되새겨 볼 부분이다. 밀리언아서에 앞서 DeNA를 통해 국내 소개된 다음-모바게의 ‘바하무트’도 일정 수준 이상 선전했고, 세계적 소셜 게임사인 징가의 ‘아야카시 음양록’도 국내 게임 이용자 다수가 즐겼다. 최근엔 전세계 안드로이드 게임 최고 매출을 기록 중인 겅호온라인의 ‘퍼즐앤드래곤’도 국내 시장 문을 두드렸다.

“바하무트와 같은 게임이 국내서 선구자 역할을 하면서 일부 사람들이 이 장르에 대해 익숙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TCG 장르는 작은 화면에서 여러가지 조작으로 어떻게 게임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많아요. 반면 밀리언아서는 카드 조합을 머리 아프게 계산하는 것도 아니고 모아야 할 카드는 많지만 시스템 자체는 편하다보니 게임을 즐길수록 팬덤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TCG장르는 게임 내에 등장하는 각각의 카드에 담긴 특수 기능을 활용해 전투를 벌이고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고려해 카드를 모으고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짬짬이 게임을 즐기는 엄지족에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밀리언아서의 성공은 국내서도 TCG 장르의 가능성을 이끌어냈다고 하성원 차장은 단언했다. 어차피 어려운 게임이란 점을 감안하고 하드코어 이용자를 겨냥했는데 먼저 이 점이 맞아떨어졌고, 실제 게임을 쉽게 즐기면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게임 특성상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기존 이용자가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점이다.

“스퀘어에닉스가 일본에서 이 게임을 처음 선보인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장세에 있습니다. 매달 진행되는 업데이트에 담긴 콘텐츠를 이용자가 모두 소비하기 쉽지 않아요. 정성스레 모은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두 달이면 흥행을 이어가기 힘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이 수준이면 장수 게임이란 소리를 들어도 될 정도다. 액토즈소프트는 향후 추가적인 한국형 시스템을 통해 일본 내 원작에 뒤지지 않는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했다.

관련기사

“뛰어난 완성도 덕분에 밀리언아서는 유사 장르 게임 가운데 눈높이를 확 높여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TCG 장르가 국내에 나오려면 이 수준에는 도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후발 주자가 부담스럽게 작용할 게임입니다.”

밀리언아서를 통해 촉발된 ‘카드배틀게임의 전성기’를 앞으로 주목하게 하는 대목이다.